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시즌을 접는 듯한 느낌이다. 늦깎이로 투어에 들어온 나의 루키 시즌도 이렇게 끝난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허망하다. 현재 상금은 90위권 밖에 있어 남은 2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상금 상위 6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다시 시드전을 치러 내년 투어 카드를 획득해야 할 처지다.
그래도 예전부터 내가 꿈 꿨던 투어 프로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마음도 어느 정도 비웠더니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다. 동료들과 오랜 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함께 게임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정규 투어에 올라와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자기 관리의 중요성이다. 선수들의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 능력에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다. 차이는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 게임과 코스 매니지먼트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자기 관리다. 평소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쉴 때도 계획적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회에 임했을 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그렇고, 앞서 잠시 언급했듯 투어 프로들은 요즘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크다. 올해 11개 또는 12개의 대회가 열리지만 원아시아 투어 대회 등을 빼고 나면 중하위권 선수들이 뛸 대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나의 경우 그나마 다행으로 지금까지 딱 1개(코오롱 한국오픈) 대회만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에게는 심리적 타격이 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하면서도 이야기의 주제는 우리의 미래에 관한 거였다. 선수들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제 국내 투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다른 부업거리를 찾는 친구들도 점차 늘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투어에 들어오기 전에 사업 등을 하면서 골프 외적인 생활을 해봤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지금까지 골프만 해왔던 친구들이다. 그들은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투어 밖의 세계가 얼마나 힘들고, 냉정한지 피부 깊숙이 경험해 봤다. 투어도 그렇지만 사회는 더 험난한 정글이다.
사실 골프만 해온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운동선수가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오히려 여자 프로 골퍼보다 취직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 있으면 대부분 장사를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일반 회사보다는 프로 골퍼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군을 찾아보는 게 훨씬 빠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골프와 관련된 글을 쓰는 직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투어 프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는 차이는 훨씬 크다. 아무래도 선수 출신에게서는 생생함을 더욱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구 쪽에서는 그런 분이 현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공부도 해야 한다. 중하위권 선수들에게는 지금이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인 것 같다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어쨌든 이번 신한동해오픈 대회 코스를 돌아보니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지만 그린 주변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린도 굉장히 까다로우면서 빨랐다. 장타를 치는 나에게는 어떻게 보면 맞는 코스이고, 그린 주변만 놓고 본다면 힘든 코스다. 시즌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대회까지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막판에 역전 홈런을 치는 꿈을 오늘도 꾼다.
정리=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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