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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의 루키 다이어리](3)18홀 ‘올파’의 지루함

2015-08-27 10:02

[박지영의 루키 다이어리](3)18홀 ‘올파’의 지루함
직업으로서의 골프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흥이 나야 한다. 주변 선배들도 즐길 수 있어야 롱런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정규 투어를 뛰어보니 더욱 그렇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매주 시합에 참가하고, 다시 짐 싸서 다음 대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지루하다. 때문에 게임 자체에서 흥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지난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에서 열린 보그너 MBN 여자오픈 때는 그러지 못했다. 특히 첫날은 18개 홀에서 버디와 보기 하나 없이 모두 파를 기록하는 지루한 게임을 했다. 18홀 ‘올파’는 주니어 시절 한 번 기록한 후 프로에 와서는 처음 했던 것 같다. 당시 중계방송에서도 나의 올파와 관련한 얘기를 잠깐 언급했다고 한다.

보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정말 지루하고 답답한 하루였다. 위기도 상황도 별로 없고 실수를 범한 일도 없었다. 18개 홀 중 그린을 놓친 건 단 두 차례. 그것도 그다지 어려운 라이에 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프로치로 홀 가까이 붙여 거의 ‘OK’성 파를 했다. 오히려 버디 기회가 많았지만 퍼팅이 따라주지 않았다. 매번 찬스를 놓치기 일쑤였던 날이었다.

▲보그너MBN여자오픈1라운드에서는18홀내내파를기록했다.사진은17번홀티샷준비모습.
▲보그너MBN여자오픈1라운드에서는18홀내내파를기록했다.사진은17번홀티샷준비모습.


둘째 날이 밝았다. 날씨도 그다지 덥지 않고 라운드를 하기에 좋았다.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다. 2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우측으로 미스해 볼이 그린 에지에 떨어졌다. 퍼터로 굴린 볼이 약간 짧았는데 남은 퍼트를 놓쳐 3퍼트 보기를 범했다. 파3 5번홀에서는 세 번째 샷을 홀 5m 거리에 붙인 후 버디 퍼트를 성공해 다시 이븐파를 만들었다.

특별한 위기 없이 전반을 마친 뒤 후반 들어 10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정말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 홀 1m 거리에 볼이 붙었다. 가볍게 1타를 줄인 후 16번홀에서도 4m 버디 퍼트를 넣었다. 이렇게 3~5m 거리의 퍼트가 한 두 개씩 들어가야 라운드를 할 맛이 난다. 그런 퍼트가 들어가면 상승 리듬을 타서 샷도 더욱 잘 된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 날에는 1m 거리의 퍼트도 빼 기운이 푹 빠지기도 한다.

▲지난주대회에서는유독퍼팅이따라주지않았다.기회는많았지만번번이버디로연결시키지못한라운드가이어졌다.
▲지난주대회에서는유독퍼팅이따라주지않았다.기회는많았지만번번이버디로연결시키지못한라운드가이어졌다.


3라운드에서는 10번홀부터 경기를 시작했다. 파3 12번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어 출발도 무난했다. 샷 감도 좋았다. 16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떨어진 지점에 가서 보니 볼이 놓인 지점이 약간 이상했다. 잔디 위에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바로 밑이 배수구 뚜껑이었다. 배수구 주변 잔디가 무성히 자라 있어서 그랬던 거다. 동반자들에게 얘기를 하고 경기위원을 불러달라고 했지만 마크를 하던 선배가 무벌타 드롭을 하면 된다고 했다. 투어를 뛰면서 이런 부분도 하나씩 배워나간다.


후반 들어 파5 1번홀에서는 2온을 노리다 약간 짧아 벙커에 볼이 빠졌다. 하지만 쉽게 빠져 나와 버디를 잡았다. 아마추어들에게는 벙커가 공포의 대상이지만 프로 골퍼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러프와 벙커가 있다면 오히려 벙커 방향으로 샷을 날리기도 한다. 러프에서는 탄도나 거리를 조절하기 쉽지 않지만 벙커에서는 사실상 장애물이 없기에 거리와 탄도 조절이 쉬워서다.

▲3라운드16번홀에서두번째샷이배수구뚜껑으로갔을때의모습.
▲3라운드16번홀에서두번째샷이배수구뚜껑으로갔을때의모습.


여기까지는 3언더파를 치며 순항을 이어갔다. 중간 합계 5언더파여서 이번에는 뭔가 잘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게 골프다. 2번홀에서는 파온을 한 후 내리막 버디 퍼트를 놓쳐 약 1m 거리가 남았는데 그걸 놓쳐서 보기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파5 3번홀에서는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푸시가 나서 우측 깊은 러프에 빠졌다. 볼이 너무 깊이 묻혀 있었고, 샷은 약간 두껍게 맞아 15m 정도밖에 나가지 못했다. 홀까지 20m를 남기고 친 네 번째 샷은 언덕 내리막에 맞고 조금 멀리 갔다. 거기서 또 3퍼트를 하는 바람에 더블 보기를 했다. 정말 오랜 만의 더블 보기였다. 한 번 일이 꼬이면 봇물이 터지듯 다음 홀에서도 3퍼트로 1타를 까먹었다.

라운드를 마친 후엔 정말 화가 많이 났다. 하루에 3퍼트를 3개나 범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쉽게 골프장을 떠날 수 없었다. 연습 그린에서도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자신이 잘못한 거라고 인정을 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요일이 밝았다. 절기상 처서였다. 마지막 더위라고 하던데 정말 후텁지근했다. 선수들은 아이스팩을 머리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10번홀부터 시작한 이날도 샷 감도 좋았다. 실제로 줄곧 버디 기회가 왔고, 13번홀에서 1타를 줄였다. 16번홀에서는 파온에 실패했지만 10m 거리의 어프로치샷을 잘 붙였다. 그런데 그걸 또 빼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후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곁들여 1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언더파 공동 41위.

아쉬움이 많이 남고, 지루한 4라운드였다. 기회가 많았지만 퍼팅이 되지 않으니 스코어를 줄일 수 없었다. 이번 보그너 MBN 여자오픈은 나에겐 또 다른 자극제가 된 그런 대회였다.

정리=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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