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 언니 퍼팅 따라잡기](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508131232000156594nr_00.jpg&nmt=19)
안녕하세요. 박지영이라고 해요. 이번 주부터 저의 투어 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약간은 쑥스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요. 더구나 글재주도 별로 없거든요.(ㅠ.ㅠ) 그래도 여자 프로 골퍼의 일상과 매 대회에서 느낀 점 등을 가능하면 가감 없이 하려고 한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는 게 순서겠죠. 1996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이에요. 흔히 말하는 ‘신문 나이’로는 아직 열아홉이에요. 호호.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접한 게 계기가 돼 프로 골퍼까지 됐죠. 원래 운동을 좋아했답니다. 다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해서 2단까지 땄죠. 그 외에 합기도도 익혔고, 쉬는 시간에는 남자 아이들과 축구나 야구, 농구 등을 즐겼죠. 골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골프만의 매력 때문이에요. 매번 새로운 목표를 정할 수 있고, 그 목표라는 게 끝이 없잖아요.

지금은 덜 하는데 예전에는 리디아 고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어요. 리디아 고도 저처럼 검정색 뿔테 안경을 썼을 때요. 2년 전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갔을 땐 만나는 교포 분들마다 리디아 고 얘기를 했죠. 그래서 저도 리디아 고를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어요. 아마 제가 미국에 진출하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겠죠. 아직은 제가 리디아 고에 비해 실력이 뒤떨어지지만 꿈만큼은 더 크답니다. (ㅋㅋ). 저도 올 시즌을 마친 뒤 시력 교정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
지난해에는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3위에 올라 올해부터 1부 투어에 합류했어요. 박결이나 박세영, 지한솔 등과 동기죠. 유명세는 박결이나 지한솔에 아직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래도 내세울 게 하나 있어요. 올해 신인왕 레이스에서 제가 1위를 달리고 있거든요. 현재 1136점으로 2위인 (김)예진 언니보다 149포인트 앞서 있답니다. 3위는 박결(887포인트)이고요. 평생 한 번뿐인데 친구라고 해서 양보하고 싶진 않아요. 서로 내색은 안 하지만 다들 신인왕을 노리고 있죠.
플레이 스타일은 일단 세게 내질러요.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52.14야드로 전체 4위에 올라 있어요. 사실 좀 더 멀리 날리는데 측정 홀에서 남들보다 페어웨이우드를 많이 잡아서 기록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해요.(ㅠ.ㅠ) 그린적중률도 72.62%로 6위에 올라 있어요.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놓고 본다면 벌써 1승쯤은 해야 할 실력이라구요? 제게도 단점이 있답니다. 바로 퍼팅이에요. 평균 퍼팅 수가 31.38개로 전체 86위에요.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뜻을 정규 투어에 올라와서 절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두세 달 전부터는 퍼팅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그 전에는 하루에 2시간 정도 했는데 지금은 오후 내내 퍼팅과 어프로치 샷 연습을 해요.
지난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도 퍼팅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느낀 대회였답니다. 첫날 오전 티오프라 전날 푹 잔 덕에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아주 좋았죠. 그런데 연습한 후 퍼팅하면서 기다리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거예요. 속된 말로 기분이 약간 세~했죠. 어떤 기분인지 아시죠?

10번홀부터 출발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두 번째 샷 때 뒤바람이 불어 10m 짧게 보고 쳤는데, 아니 글쎄 제가 치자마자 바람이 죽는 거 아니겠어요? 당연히 짧았죠. 그나마 어프로치를 잘 해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게 다행이었어요. 11번홀은 파5인데 여기선 맞바람이 셌죠. 그래서 티샷도 얼마 안 갔고요. 문제는 이번에도 두 번째 샷이었어요. 볼이 잘 날아가다 페어웨이 중간에 있는 나무에 턱 맞는 거예요. 그 순간 심장이 정말 쿵 내려앉은 느낌이었답니다. 다행히 볼이 옆으로 튕겨서 마무리는 파로 잘 했죠.
파5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홀 3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은 후에는 한동안 지루한 플레이가 이어졌어요. 그러다 후반 5번홀에서 볼이 러프에 깊숙이 박히는 바람에 1타를 까먹었어요. 첫날은 그렇게 이븐파로 마쳤어요. 샷은 괜찮았는데 그린에서 한라산을 너무 의식했는지 전반적으로 실제 라인보다 많이 봐서 버디 퍼트를 많이 놓쳤죠.
이번 제주 대회 때 날씨가 무척 더웠답니다. 그래도 하이트 챔피언십보다는 덜 덥다고 느꼈는데 2라운드는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이날 3오버파를 쳤거든요. 3라운드짜리 대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둘째 날 타수를 많이 줄여야 하는데 정반대로 플레이했어요. 다른 선수들도 크게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게 다행이었지요.
첫 홀에서는 두 번째 샷 때 바람을 너무 의식해서 짧게 쳤는데 그걸 또 어프로치 미스하고, 결국 보기로 홀 아웃을 했죠.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괜찮아. 난 할 수 있어’하면서 플레이를 이어나갔는데 퍼팅이…. 아, 퍼터가 얼마나 야속하던지. 정말 스트로크를 한 후 딱 봤는데 이번에는 들어갔다 생각할 정도로 홀 중앙으로 굴러가다 계속 돌아 나오는 거예요. 이렇게 퍼팅이 안 되는 날에는 힘이 쭉쭉 빠진답니다. 2라운드 후 생각해 보니 욕심을 안 내야지 하면서도 욕심을 낸 것 같고, 퍼팅도 세게 한 것 같고. 아무튼 2라운드는 하루 종일 저에게 화도 많이 나고 후회도 많았던 하루였어요.

마지막 3라운드에도 햇볕은 아침부터 쨍쨍 내려쬈죠. 그래도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즐겁고, 차분하게 치려고 마음을 다독였죠. 그리고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러지도 못한 것 같아 속상했어요.
전반에 2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5번홀에서 1타를 까먹어 타수를 줄이지 못했어요. 그렇게 후반으로 넘어가 11번홀에서 버디를 잡았는데 14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지고 말았어요. 가서 보니, 윽 이럴 수가! 볼이 완전히 모래에 박혀 있는 거예요. 딤플이 겨우 5개나 보일 정도였죠. 어쩔 수 없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후 네 번째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리고 다행히 4m 거리의 보기 퍼트를 넣었죠.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플레이였어요. 다음 홀인 15번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0cm 거리에 붙이며 탭인 버디를 했죠.
어쨌거나 이번 대회에서도 퍼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박)인비 언니의 퍼팅 실력만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죠. 참, 이번 대회에서 인비 언니랑 함께 플레이는 못했지만 프로암 대회와 연습 라운드 때 잠깐 볼 수 있었답니다. 워낙 대단한 선배라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인사만 했죠. 그래도 먼발치서 샷이나 퍼팅을 보니 ‘아 정말 쉽게 치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제 퍼팅이 완성되는 날 기대해 주세요.(^^)
정리=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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