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토)

골프

‘넘버3’ 해링턴의 끝없는 추락, 그리고 깨달음

2015-03-03 14:47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의 한 때 별명은 ‘메이저 킬러’였다. 2007년과 2008년 브리티시오픈을 연거푸 제패했고, 2008년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메이저 3승을 거두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3개월이었다. 덕분에 2008년 그의 세계랭킹은 3위까지 올랐다.

해링턴은 그러나 이후 끝 모를 추락을 경험했다. 2009년과 2010년 8차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4차례만 컷을 통과했다. 톱10에 입상한 것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후 53차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원인은 잦은 부상과 스윙 교정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여기에 극심한 입스까지 겹쳤다. 해링턴은 “당시 나의 멘털 게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매우 힘든 시기였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등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나락의 끝에서 그가 찾은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골프심리학자인 밥 로텔라였다. 그를 만나면서 해링턴은 골프에 대해 다시 흥미를 느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즉각적인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니다. 2014-15 시즌에도 7차례 출전해 다섯 번이나 컷 통과에 실패했다. 한때 3위였던 그의 랭킹은 297위까지 떨어졌다.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에서 끝난 혼다 클래식에서도 해링턴은 71번째 홀에서 7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날리는 듯 했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한 것. 해링턴은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대니얼 버거(미국)와 합계 6언더파로 동타를 이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1차 연장전에서 파로 비긴 해링턴은 17번홀(파3)에서 치러진 2차 연장에서 파를 잡아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버거는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버거는 앞서 4라운드 17번홀에서는 버디를 잡았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두 사람의 17번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해링턴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82위로 치솟았다. 4월에 열리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출전 티켓도 덤으로 얻었고, 상금 109만8000 달러(약 12억9000만 원)를 챙겼다. 7년 만에 재기에 성공한 그는 1971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따지면 올해 45세다. 해링턴은 우승 후 “생각만큼 자주 우승할 수는 없다. 우승했을 때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45세에 해링턴이 얻은 평범한 깨달음이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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