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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의 아이러니, 존재감 없는 에버1위의 조용한 승부사 한지승, 분노의 샷-PBA

2022-11-18 07:43

한지승(사진)l은 25세의 MZ세대다. 팀리그 웰컴저축은행의 막내로 당구를 꽤 잘 친다. 하지만 그는 존재감이 약하다.
당구의 아이러니, 존재감 없는 에버1위의 조용한 승부사 한지승, 분노의 샷-PBA
그곳에 4대천왕 쿠드롱이 있고 투어 챔피언 서현민과 위마즈가 있어서이다. 그래서 없는 듯 지내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실력까지 그런 건 아니다.

PBA 팀리그 4라운드 실력은 3명의 챔피언 대 선배들 보다 오히려 낫다. 6차전까지 한지승의 에버리지는 2.500. 전체 50여명 중 단연 1위다.

당연히 다승이나 승률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려야 하지만 그곳에선 그를 찾을 수 없다. 적게 나왔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복식전 전적이 좋지않아서다.

한지승은 17일 휴온스와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 5세트에 등장했다. 매번 7세트에 배정되었다가 뛰어보지도 못한 터여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7세트는 팀의 승패를 건 마지막 경기. 그래서 싫어하면서도 강자들이 배수진을 치지만 ‘강한 웰뱅’은 7세트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다. 쿠드롱, 서현민, 위마즈, 김예은이 앞장 서서 미리 미리 경기를 매조지 하기 때문이다.

4라운드 7경기 중 한지승이 맡은 7세트는 4차례. 그 바람에 단식 7경기 중 두 번 밖에 나서지 못했다. 7세트는 한 번도 없었고 두 번 모두 5세트였다.

하늘을 봐야 별을 보는 것이나 싸움 순서를 생각하면 그나마도 행운일 수 있다. 한지승의 첫 단식은 첫 날 NH전 5세트.


세트 스코어 2-2여서 부담이 컸다. 더욱이 상대는 국내 최강 조재호였다. 지면 승리를 담보할 수 없었다.

조금은 기우는 운동장. 하지만 한지승은 3이닝에 6연타를 터뜨리며 3:8로 앞서가던 조재호를 뒤엎고 팀의 4-2 승을 이끌었다.

다음 5세트는 5일째 TS샴푸전. 2, 3, 4차전에서 크라운의 김재근, SK의 조건휘, 블루원의 엄상필과 붙을 계획이었으나 모두 그 전에 끝나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 있다가 짐을 쌌다.

‘이번엔’ 하고 김종원과의 싸움을 잔뜩 벼루었지만 팀이 4-0으로 완승, 그마저도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마침내 17일 5세트, 4라운드 두번째 단식경기에 나섰다.

상황은 매우 안좋았다. 1-3으로 막판까지 몰린데다 상대는 4세트 혼복에서 김세연과 함께 위마즈-김예은을 9:3으로 누른 베테랑 김봉철이었다.

한지승이 지면 경기는 1-4로 끝나고 팀은 4승 3패로 잘해야 공동 3위였다.

배수진의 한 가운데에 선 한지승은 그러나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포지션 공을 부드럽게 맞추며 시작한 1이닝 첫 큐가 9연타까지 이어졌다. 퍼페트를 겨냥한 막판 뱅크 샷이 어긋난 게 아까웠다.

한지승은 김봉철이 더듬거리며 1이닝을 그냥 날리자 2이닝에 바로 연타를 치며 11:0의 게임을 만들었다.

대단한 기세의 한지승이었고 그 기운은 6세트 김예은, 7세트 서현민의 연타 쇼 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챔피언들에 둘러 쌓여 기를 펴고 있지 못 하지만 자세히 보고 있으면 당구 재능이 넘치는 한지승이다. 그는 지난 시즌 팀리그 결승 마지막 샷을 운 좋게 성공시키며 팀의 우승을 결정지었던 행운아이기도 하다.

날로 진화하는 한지승. 구력이 쌓이며 매우 무서운 선수가 될것 같은데 사실은 지금도 다른 팀의 고참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두려워 하고 있다.

2022 PBA 팀리그 4라운드 전체 에버리지 1위는 당연히 마지막 경기에서 11점을 2이닝에 다 친 한지승이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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