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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내려 놓으니 길이 보였다” 무심 타법 으로 3큐션도 ‘여제' 오른 김가영.

2022-03-29 08:13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실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당구, 특히 여자 당구다.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복이 심하기 때문이다. 기량이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유도 있고 멘탈이 견고하지 못한 탓도 있다.

천적 스롱을 꺾고 우승한 김가영(사진=PBA제공)
천적 스롱을 꺾고 우승한 김가영(사진=PBA제공)
김가영과 스롱 피아비의 SK 렌터카 LPBA 월드 챔피언십’ 결승. 예상은 스롱이었다. 스롱 역시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우승 소감까지 준비했다고 했다.

둘의 기량 차이가 그 정도인가. 아니다. 기량, 관록 모두 김가영이 위다.

지금은 캄보디아 특급이지만 스롱은 한국으로 시집 올 때 까지만 해도 당구 큐 대를 보지도 못했다.

그 시간 김가영은 포켓볼로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세계선수권자가 되기도 하고 수년간 세계 랭킹1위를 지켰고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 은메달을 따기도했다.

결정타는 다르지만 기본은 비슷하다. 3쿠션은 3년 여지만 어릴 때부터가지고 놀던 당구 공이고 큐 대였다. 스롱에게 질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부딪치면 졌다. 스롱과의 LPBA 챔피언십 전적이 3전 3패다.

첫 대결은 1차 대회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무대가 결코 낯설지 않은 김가영이었지만 처음 결승에 오른 스롱 피아비에게 지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 더. 스롱을 중간에 만나 패하는 바람에 결승 무대는 쳐다보지 못했다.

스롱은 ‘보면 약해지는 천적’이었다. 난구도 잘 풀고 없는 길도 만들어 내는 김가영이지만 그래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2세트를 내줬지만 4-1로이겼다. 완승에 가까웠고 마지막엔 8연타를 몰아 칠 정도로자유로웠다.

“오늘은 아무 생각 말자고 했다. 그냥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무심타법이 완승의 비결이었다. 믿음이 천적 관계를 깬 결정적 한 큐였다. 생각을 내려 놓으니 길이 보였다.

“생각이나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도, 몸 푸는 시간도 길게 하는 스타일이다. 경기중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늘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큐를 망치는 원인들이었다.”

김가영은 알아주는 노력파고 완벽주의자다. 여제의 자리는 천재성만으론 오를 수 없는곳이니 당연하다. 20여년 당구를 치면서 이틀 이상 큐 대를 놓아 본 적이 없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3쿠션으로 돌면서 그 노력이 더 늘어났다. 그런데도 항상 쫓기듯 훈련하고 또 훈련했고 그 사이 사이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게 역효과였다. 분명 기량 차이가 있음에도 차유람과의 준결승에서 애를 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짧게 연습하고 가볍게 경기에 나서자.’

30여분 간단하게 연습하고 몸을 풀고 스롱을 만났다.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2세트를 내줄때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공을 열심히 두드렸다. 그런데도 기본구를 여러 번놓치긴 했다. 꼭 채워야 할 부분이다.

“우승해서 너무 행복하다. 이제는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멋 모르고 우승했던 원년과 지금의 김가영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 꾸준히 진화했다. 포켓볼 정상은 8년만에 올랐다. 공을 제법 다룰 줄 알 때였다. 그래서 우승이 자신의 자리처럼 여겨졌다.

LPBA는 프로 원년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내고보니 엉겁결이었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경기를 해도 불편했고 '계속 좋을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첫 우승 후 길어진 침묵도 그 탓이었다. 2년여간 늘 졌다. 결승 무대까지는 더러 갔지만 번번히 무너졌다.

이미래를 피하면 김세연이 나타나고 김세연을 피하니 스롱이었다. 느닷없이 재야고수들에게 발목을잡히기도 했다. 뭔가가 부족했다.

이제는 안정적이다,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3년 세월이 쌓이며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도 쌓였다. 승부의 세계가 워낙 요지경이어서 장담 할 수 없지만 매일 매일 진화하는 김가영의 3쿠션 시대가 온 것 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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