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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43] 왜 태권도에서 ‘나래차기’라고 말할까

2022-03-05 05:55

날개를 활짝 펴는 모양같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인 태권도 나래차기 동작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날개를 활짝 펴는 모양같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인 태권도 나래차기 동작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중고등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금수현 선생이 작곡한 가곡 ‘그네’를 애절한 마음으로 불렀던 기억이 있다. ‘세모시 옥새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라는 가사이다. 고풍스런 가사 속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의 그네 타는 모습이 연상됐다. 가사 속에 ‘나래쉬고’는 날개를 접고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비가 앉아서 그네 타는 여인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나래는 흔히 문학 작품에서 날개를 이르는 말이다. 날개보다 부드러운 어감을 줘 사용하는 말이다.

국어 음운구조에 따르면 ‘날개’는 '날-'이라는 어간에 접미사 '-개'가 붙은 형태이다. '-개'의 ‘ㄱ’가 발음 과정에서 약회된 소리로 들린다. 약화된 ‘ㄱ’를 한글 자모 'ㅇ'으로 써서 '날애'가 됐으며, '나래'는 이 '날애'에 연음을 적용하여 쓴 표기이다. 지난 2011년 8월31일자로 나래는 날개의 동의어로 해당된다며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나래는 주로 시적인 표현으로 쓴다. 일상에서는 날개로 써야 한다.

태권도에서 나래라는 말을 쓴 기술용어가 있다. 공격기술 차기의 하나의 나래차기이다. 애둘러 문학적인 표현을 태권도 용어로 섞어쓴 것이 매우 이례적이다. 마치 문학과 무도의 만남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나래와 차기가 결합된 나래차기는 두 발로 목표물을 연이어 뛰어 돌려차는 기술을 말한다. 나래차기는 순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해 로마자로 ‘naraechagi’라고 표기하며, 영어로는 날개를 펴듯이 찬다는 의미로 ‘kicking wings’라고 말한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한쪽 발로 돌려차고 반대 발로 뛰어서 돌려차는 동작이다. 먼저 차는 발은 주로 속이는 동작이기 때문에 다리를 완전히 펴지 않고, 나중에 차는 발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돌려 찬다. 태권도로 많이 단련된 고단자들이 주로 나래차기를 많이 시도한다.

세부동작을 살펴보면 상대방이 방어하기 어렵도록 두 발을 번갈아가며 연이어 돌려 찬다. 처음에 차는 발은 상대방의 시선을 빼앗거나 막기를 유도하기 위한 속임 동작이다. 다음에 차는 발은 상대방이 막거나 피하기 어렵도록 반대쪽 발을 이용하여 먼저 찬 곳의 반대쪽 얼굴이나 몸통을 찬다. 이때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몸을 빠르게 틀어 차야한다.

나래차기는 태권도 경기에서 상당히 자주 보이는 기술이다. 짧은 시간에 발을 여러번 차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게중심을 높게 띄우는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격투기에서는 쉽게 보이지는 않는데 이는 무게중심이 떠버려 넘어지기 쉽고 소모하는 체력에 비해 위력이 모자라기 쉽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술에서도 태권도의 실전성을 놓고 가장 많이 놀리는 기술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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