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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6] 커버(Cover)가 아닌 커버 더 히트(Cover The Heat)가 정확한 표현이다

2021-11-07 08:15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경기에서 김연경이 블로킹을 맞고 나온 볼을 리시브로 처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경기에서 김연경이 블로킹을 맞고 나온 볼을 리시브로 처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파이커 공격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 블로킹에 걸려 막히는 경우도 많다. 공격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상대가 미리 블로킹으로 막고 있다면 임기응변으로 공격을 바꿔야 할 때가 생긴다. 이럴 때 동료 선수들이 스파이커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맞고 나오는 것을 대비해 플레이를 펼친다. 블록 커버가 확실히 됐다고 판단하면 공격수들은 안심하고 스파이크를 할 수 있으며 공격 폭도 넓어질 수 있다.

배구 감독과 선수들은 블록 커버를 하는 것을 대개 ‘커버(Cover)’라고 말한다. 일본 배구에서 사용하는 일본식 영어를 그대로 옮겨와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원래 커버 더 히트(Cover The Heat)를 줄여서 쓴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그냥 커버라고 하면 정확한 의미 전달이 안될 수 있다. 커버 더 히트는 말 그대로 때린 볼을 막는다는 의미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원래 영어 ‘Cover’는 ‘보호하다, 덮다’라는 뜻이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이에 대응하는 동작을 뜻하는 말이다. 라틴어 ‘Cooperi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앵글로 프랑스어 ‘Covrir’를 거쳐 영어로 차용됐다.

스포츠에서 커버는 경기에서 방어적으로 상대를 차단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19세기 전반 크리켓에서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상대가 던지는 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리 등에 패드를 차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쓰였다.

커버는 1861년 미국 야구 초창기 시절, 주자가 전진하는 것을 막기위해 베이스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타자가 번트로 1루는 뛰는 것을 투수가 막는 것을 ‘커버’한다고 말한다. 외야수끼리 볼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협력 수비를 하는 것도 ‘커버’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싱에선 ‘ing’를 붙인 동명사형으로 ‘커버링’이라는 말을 쓴다. 한 팔로 머리와 몸을 보호해 방어자세를 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링 구석으로 몰릴 때 커버링 자세를 많이 갖추며 상대 공격의 충격을 완화한다.

배구에서 커버는 중요한 플레이이다. 비록 스파이커의 공격이 일단 상대 블로킹에 걸렸더라도 다시 이를 받아내 또 다른 공격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버는 상대 블로킹이 강력해 공이 우리 편 코트로 떨어질 확률이 높을 때 매우 유효한 방법이다.

보통 3명이 앞에 붙고 2명이 후방을 지키는 게 일반적인 커버 패턴이다. 왼쪽에서 스파이크를 칠 때, 세터와 2명이 앞에 들어가며 후위에 오른쪽 공격수와 다른 1명이 배치된다. 또 오른쪽에서 스파이크를 할 때, 세터와 다른 2명이 앞에, 왼쪽 공격수와 다른 1명이 후위에 들어간다.

전위나 후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볼이 떨어지면 이를 재빠르게 받아내 공격으로 전환한다. 커버를 할 때는 상대 블로킹의 팔과 손바닥 각도를 미리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잘 읽으면 볼의 떨어지는 곳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 가까이에 있는 선수들은 낮은 자세로 상대 블로킹이 어디로 움직이는 지를 읽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후위에 있는 선수들은 블록 커버를 할 때 볼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하지 않고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

공격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커버 능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 볼의 흐름을 쫓아가며 전체적인 맥락을 잘 읽기 때문이다. 공격 결정률이 높은 공격수들은 볼이 어디로 튈지 경험적으로 잘 알아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 전문 리베로는 후위에서 블로킹에 맞고 튕겨 나오는 볼을 다이빙 캐치 등으로 걷어 올리는 모습을 왕왕 볼 수도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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