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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81] 왜 듀스(Deuce)라고 말할까

2021-08-31 14:26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10), 오지영(9) 등이 일본에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10), 오지영(9) 등이 일본에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두고 두고 봐도 가슴 벅찬 장면이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한·일전 운명의 5세트. 한국은 12-14까지 밀려 일본에 매치 포인트를 내줘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승부에 강한 박정아가 나섰다. 박정아가 연속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14-14 듀스를 만들었고, 일본의 공격 범실로 한국이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이어 다시 박정아가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득점을 올리며 8강진출에 성공했다. 도쿄올림픽 최고 명장면 중의 하나였다.

듀스(Deuce)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조여진다. 선수도 그렇고, 보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듀스 상황에선 경기가 팽팽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듀스는 배구를 비롯 테니스, 탁구 등에서 양 팀 점수가 정해놓은 점수에서 한 점 모자라는 동률일 때 적용한다. 듀스 상황에 돌입하면 먼저 2점 차이를 벌려놓은 팀이 해당 세트에서 승리할 수 있다. 무승부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예를들면 배구에서 마지막 5세트를 빼고 매 세트에서 이기기 위해선 먼저 25점을 올리거나 듀스 상황에서 2점차를 벌려야 한다. 15점을 먼저 내야 이기는 5세트에서도 듀스 상황에서 2점차를 내야한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이긴 상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4-14일 때 듀스가 성립돼 한국이 2점차인 16-14로 달아나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있었다. 만약 15-14에서 달아나지 못하고 15-15로 동점을 허용한다면 17점을, 16-16이 된다면 18점을 획득해야 한다. 만일 동점상황이 이어질 경우는 2점차이가 날 때까지 경기를 계속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듀스라는 말은 테니스 발상지 프랑스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니스 용어로 2점 차이라는 의미인 프랑스어 ‘Deux’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1760년 듀스는 불운이나 악마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고 용어사전 등에서 언급하고 있다. 배구 경기를 생각한다면 듀스에서 지는 팀은 자존심은 물론 마음도 크게 상해 불운이나 악마를 연상할 수도 있을 법하다. 듀스가 불길한 의미로 쓰인 이유이기도 하다.

듀스는 서양어의 원형인 라틴어 ‘Duo’에서 파생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권에서 ‘Two’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원래 스포츠 용어로 듀스를 쓴 것은 네트형 종목에서 서브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는 듀스에 제한이 없다. 듀스 상황에서 2점차가 날 때까지 랠리를 반복할 수 있다. (본 코너 480회 ‘ ‘랠리포인트(Rally Point)’에서 랠리는 어떤 의미일까‘ 참조) 실제로 2013년 11월 26일 듀스 제한이 없는 25점 랠리포인트제를 채택하는 한국프로배구(KOVO) 대한항공과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경기 3세트에서 한 세트 최다 점수기록인 56-54의 진기록이 세워졌다. 이 진기록은 2005-2006시즌 여자부 프로배구 KT&G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나온 한 세트 최다 랠리포인트 기록(42-40)을 갈아치웠다. 2002년 이탈리아 프로배구 세리에A의 한 세트 최다점수 기록(54-52·2002년)도 뛰어넘는 세계 기록이다. 당시 3세트는 59분동안이나 이어졌다. 이전 국내 기록(48분·2013년 1월23일 대한항공-현대캐피탈 4세트)을 넘어선 한 세트 최장 시간 기록을 바꿨다. 듀스도 31번이나 반복됐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는 한 세트에 31점을 올렸는데 그는 듀스 이후 올린 점수만 22점에 달했다.

2020년 10월 25일, 대한항공 및 OK금융그룹의 경기 중 5세트에서 듀스가 반복되며 25-23으로 경기가 끝났다. 역대 5세트 경기 중 가장 길게 진행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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