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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3] 레프트(Left)가 아웃사이드히터(Outside Hitter)가 된 이유

2021-08-13 07:32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김연경이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거두며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김연경이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거두며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배구는 높이와 함께 다양한 전술운영으로 승패가 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여자배구에서 한국이 미국과 브라질, 세르비아 등과 함께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뛰어난 팀웍과 조직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현대 배구는 높이와 힘을 발판으로 스피드까지 갖추며 나날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진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전술 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잘 나가던 챔피언도 밀려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중국이 예선탈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배구 포지션 용어가 자주 바뀌는 것은 전술과 기술적 변화 때문이다. 최근 TV 중계와 언론보도에서 예전과 다른 포지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낯설다고 생각하는 배구팬들이 많다. 종전 배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포지션인 레프트(Left)를 아웃사이드히터(Outside Hitter)라고 부른다.

사실 배구 포지션은 로테이션을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포지션을 한 곳으로 지정하는 용어는 혼란을 줄 수 있다. 세터(Setter)는 볼을 올려주는 전문적인 역할을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엄격히 역할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 코너 462회 ‘왜 세터(Setter)를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라고 말할까’ 참조)

언어가 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를 하듯 배구 포지션 용어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를 해왔다. 1960년대에는 전위(前衛), 후위(後衛) 등으로 서브 로테이션과 후위 공격선 위치에 따라 포지션을 구분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남자배구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세계 배구 주류를 이루며 일본식 영어로 포지션을 구분했다. 레프트, 라이트(Right), 센터(Center) 등으로 불렀다. 레프트는 오른손잡이가 많은 배구 선수 특성상 오른손잡이가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는 왼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주로 하기 때문에 레프트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오른손 잡이 세터는 대개 백 토스보다는 왼쪽으로 정상적인 토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레프트에서 공격이 많이 이루어진다. 레프트는 오픈공격, 시간차, 속공 등 다양한 공격에 주도하는 팀 공격의 중심적인 포지션이 된 것이다. 대부분 팀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리는 레프트는 공격, 수비, 체력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 주로 맡는다.

하지만 레프트는 다만 공격 위치를 나타낼 뿐이지 전술적인 역할까지를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옴에 따라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말이 1990년대 이후 등장하게 됐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사이드에서 공격을 하는 선수라는 뜻이다. 배구에서 전위에 1명, 후위에 1명씩 배치된 2명의 공격수들은 대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번갈아 공격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윙 스파이커(Wing Spiker)라고도 부른다. 측면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공격수라는 의미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약칭으로는 ’OH’라고 쓰기도 한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현대배구의 흐름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배구는 공격형, 수비형 등으로 분류해 포지션을 구분했지만 현대 배구서는 모든 포지션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며 전력의 총력화를 도모한다. 따라서 레프트라는 명칭 갖고는 이러한 전력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포지션 용어로 부적합하다는 판단했던 것이다.

한국여자배구를 이끄는 김연경은 대표적인 아웃사이드 히터이다. 전위 공격은 물론 후위공격과 서브 리시브, 수비 등을 하며 전천후 공격수로 맹활약한다.전위에서 블로킹에 가담하고 블로커로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팀의 핵심선수로 평가받는다. 한국 여자배구에서 김연경은 워낙 존재감이 큰 선수여서 그가 만약 몸이 안 좋거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전력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김연경이 대표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한만큼 앞으로 그의 포지션을 메울 선수가 등장하지 않으면 한국여자배구는 큰 공백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일선 팀에서도 김연경과 같은 뛰어난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공수 양면에 걸쳐 빼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를 보유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배구 용어로 레프트라는 말이 입에 붙은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국제배구연맹과 대한민국 배구협회 등은 국제적인 용어로 레프트 보다는 아웃사이드 히터를 쓰기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언론 등이 레프트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아웃사이드 히터를 쓰는 것은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서이다. 국제적인 추세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게 않을 까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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