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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대결서 이기고 울먹인 한춘호. 당구는 55세에도 우승 할 수 있다

2021-04-28 20:30

한춘호가 55세의 늦은 나이에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한춘호는 28일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끝난 제 9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 결승에서 수원 매탄고 제자이자 김행직의 동생인 김태관을 50-28로 꺾고 당구 경력 30여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춘호는 매탄고의 당구 교사. 김태관은 고교 시절 ‘그 선생님’으로부터 당구를 배웠다. 사제대결, 가르친 교사와 배운 학생은 가르친대로, 배운대로 당구에 빠져들었다.

초반 기세는 김태관이었다. 준결승에서 하이런 17점을 터뜨려 친형 김행직을 누른 기운이 남아있는 듯 했다. 1이닝에서 3점, 4이닝에서 4점을 올리는 등 4이닝까지 11점을 기록했다.

한춘호는 스타트가 약간 부진했다. 준결승에서 최완영을 누른 기세가 없었다. 1, 2이닝에서 5득점 했으나 4이닝까지 7-4로 밀렸고 11이닝까지도 12-17로 끌려다녔다.

그러나 그에겐 ‘한 큐’가 있었다. 스승으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은듯 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12이닝. 한춘호는 아껴두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이런 17점이 쏟아졌다.

전반 스코어 29-17로 한춘호가 훌쩍 뛰쳐나갔다.

후반은 김태관이 시작했다. 3연타를 치며 20-29로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갑자기 난조에 빠지면서 맥없이 무너졌다.

한춘호는 4연타 한 차례, 3연타 세 차례 등으로 50고지를 향해 꾸준히 달려갔으나 김태관은 2연타 한 번 없이 단타, 공타를 계속하며 거북이 걸음을 했다.

한춘호는 23이닝에서 4연타를 쏘며 47점에 이르렀다. 김태관은 26점이었고 3연속 공타였다. 이미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막판 한춘호가 두어차례 미스를 했지만 김태관에겐 더 이상 추격할 힘이 없었다.

한춘호는 28이닝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르는 50득점째 공을 치고 함께 결승전을 치른 제자 김태관을 감싸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10여년 당구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는 한춘호는 우승 소감을 밝힐때도 울먹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춘호의 사제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 2년전 대회에선 역시 매탄고 제자인 조명우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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