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 100년](66)올림픽 참가를 위한 염원③전경무의 희생, 이원순의 헌신적인노력

정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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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1-03-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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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이원순의 IOC 방문 때 모습
미 군용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전경무

1947년 5월 16일 올림픽종목 경기단체인 육상 역도 권투 레슬링 수영 자전차 마술 체조 축구 농구 빙상 스키 조정협회의 임원들을 추가해 올림픽대책위원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올림픽준비위원회를 결성됐다. 여운형 유억겸 전경무 이병학 이상백 정환범 정상윤 김정연 등이 임원으로 참여했다.

준비위원회의 가장 먼저 한 일은 6월 스톡홀름 IOC 총회에 참석할 대표 선정이었다. 브런디지와 친분이 두터운 이상백이 첫 손가락에 꼽혔지만 이상백은 한 차례 브런디지를 만나 IOC의 분위기 등을 상세하게 전해들은 전경무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에 전경무는 5월 29일 미 군용기편으로 스톡홀름을 향해 떠났으나 일본 도쿄 근교 아츠키 비행장 일대를 뒤덮은 안개로 비행기가 산에 충돌하면서 탑승자 40명 전원이 사망,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이상백은 자신이 가야할 길을 굳이 우겨 전경무를 보내 참변을 당하게 했다며 평생을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았다. 1965년 6월 23일 ‘올림픽의 날’을 맞아 이상백이 한국일보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당시 상황이 잘 설명되어 있다.

"...브런디지 씨는 다행히 1932년 제10회 올림픽대회 이래로 나와는 비교적 친숙하게 지내게 되었으므로 우리 대표 전경무씨는 나의 소개와 우리의 소원을 피력한 문서를 가지고 미국으로 브런디지 씨를 찾아갔다. 전경무씨는 원래 인격이나 수완이 훌륭한 분이라 즉석에서 브런디지 씨의 절대적인 신임과 호의를 받고 우리의 가입을 지지, 주선할 확약을 받았으나 우리나라에 국내 올림픽위원회의 성립, 존재가 선행조건이요, 그 위원들의 명단을 알아야 한다는 급전에 접하여, 응급조처로 부득이 우리나라에 NOC는 이미 성립되어 있고 그 임원은 여운형, 유억겸, 전경무, 이상백이라고 타전하여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브런디지 씨는 그러면 19476월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IOC의 총회가 있으니 그 기회에 자기가 추천 발의하고 통과 노력하겠으나 가능하면 한국에서 대표자가 직접 현지에 와주면 각 위원들에게 소개도 하고 한국의 열의를 실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전 씨는 귀국하여 스톡홀름 파견 인선을 제의하자 대세는 브런디지 씨와의 친분으로 나를 밀고자 하고 전 씨도 재차의 여행을 꺼렸으나 전 씨의 인물과 수완을 깊이 믿는 나는 극력 전 씨의 분기를 강요하여 전 씨는 다시 촉급한 여정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나라로서 막대한 손실이요, 나 개인으로는 철천의 유한이 발발하였다. 당시 동지들의 희생적인 열성과 유지자의 후원만으로 재정과 잡무를 감당하던 우리로서는 연발하는 대회관계의 여행비, 교섭비를 단시간에 준비하기에 힘이 겨워서 재정의 준비가 끝났을 때는 시간이 이미 촉박하고 은행의 환금수속 기타로 최후의 기편을 놓치고 전 씨는 부득이 미 군용기 임시 편으로 529일 저녁에야 부랴부랴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군용기가 야음농무로 일본 동경 근처 산지에 격돌하여 기체와 탑승 전원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되어버린 참변을 당하였다. 우리의 올림픽 진출에는 이러한 고귀하고 절통한 대 희생을 그 첫 걸음에 치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일반이 간단히 우리가 일거수일투족으로 손쉽게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진실을 모르는 피상적인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체육인들은 전경무의 죽음을 기려 1947년 6월 18일 서울운동장에서 여운형 조선체육회장, 유억겸 부회장, 안재홍 민정장관과 하지 중장, 아놀드 군정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회장을 엄수했고 그의 유해는 가평 묘지에 안장됐다. 훗날 출범한 런던올림픽후원회는 고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올림픽 파견비용 조달을 위해 발매한 복권에 고인의 사진을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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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가 KOC를 1947년 회원국으로 승인한 문서
개인이름으로 여권을 만든
이원순의 노력
전경무의 갑작스런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신생 독립국으로 런던올림픽 출전하는 것뿐이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전경무의 오랜 지기로 미국에 거주하는 이원순에게 줄이 닿았다. 이원순은 보성전문 법과를 수료한 뒤 조국 광복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가 이승만이 주도한 ‘태평양 주보’ 창간에 참여하고 ‘대한인 동지회’ 회장을 맡아 독립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1947년 6월 초 뉴욕에 있던 이원순은 하지 중장이 보낸 전보를 받았다. 전경무의 갑작스런 죽음을 알리고 이원순이 그 임무를 대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여운형 조선체육회장도 같은 내용의 전문을 보내왔다.


4월 전경무가 브런디지를 만났을 때 동행한 사이였던 이원순은 선뜻 승낙의 답신을 서울로 보냈다. 하지만 IOC총회는 6월 15일 열릴 예정이어서 시간이 없었다. 문제는 여권이었다. 30여 년간 미국에서 살았지만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해 여권이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지도 않은 상태였고 미 군정청에 여권 발급을 의뢰해도 한 달 이상 걸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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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순의 여권
고심 끝에 이원순은 개인 이름으로 여권을 만들기로 했다. 공문서 용지에 이름과 나이, 주소 등을 적었다. 또 자신의 인상착의, 부모의 이름, 아내의 경력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나는 금번 조선체육회와 조선올림픽대책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IOC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런던에 들러 영국올림픽위원회와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를 교섭하고자 한다.’

공문서를 공증까지 받은 이원순은 영국 총영사관을 찾아갔다. 당시의 상황을 이원순은 자서전 ‘세기를 넘어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이 문서를 내놓고 입국사증을 해달라고 했을 때 영사관 직원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어리둥절한 듯 한참 읽어 내려가더니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물었다. ‘대체 이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보시면 모르겠습니까? 내 개인여권 아닙니까?’ 그는 다시 손에 든 문서를 읽고 또 읽으며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그러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영사 방으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 희한한 것도 다 본다는 표정이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영사와 의논을 하고 나온 그는 두말없이 도장을 찍어주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이제는 웃는 얼굴이었다. 입국사증을 받은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올 때의 기분이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바로 스웨덴과 덴마크 총영사관을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입국사증을 받았다. 그 개인여권은 지금 대한체육회에 보관되어 있다.

IOC 총회가 열리기 사흘 전 스톡홀름에 도착한 이원순은 지그프리드 에드스트롬 IOC 위원장과 브런디지 부위원장 등 관계자를 만나 IOC 가입절차를 밟았다. 이원순은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41차 IOC 총회장에서 "KOC는 IOC헌장을 준수한다.“고 서약하고 조선민족의 소망인 런던올림픽 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KOC 인준 건은 17번째 논의 사항으로 상정됐다. 총회 의사록에는 KOC 가입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조선올림픽위원회 대표인 이원순 씨는 앞 무대로 소개된 후 KOC의 신청을 발표함. 조직에 대한 상세한 연대기적 설명을 하고 여정 중 비행기 사고로 숨진 전경무 조선 대표위원을 대신해 참석한다고 발표함. 이원순 씨는 총회에서 KOC의 올림픽에 대한 헌신을 보장한다고 말함. 에드스트롬은 감사를 표하고 내일 결정이 나온다고 발표함. 이원순씨는 자리를 뜸."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가 치른 노력과 희생을 익히 알고 있는 IOC는 우리나라가 신생 독립국으로 출범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20일 만장일치로 KOC의 가입을 승인했다. IOC가 정부 수립 전에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승인한 것은 KOC가 처음이다. 과테말라 파나마 트리폴리타니아 버마도 이날 함께 IOC에 가입했다.

정부는 수립되지 않았지만 광복과 함께 독립한 우리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체육인들의 염원이 빛을 본 덕분이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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