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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47] 야구 용어, 제대로 정리해야하는 이유

2020-12-31 15:19

야구용어에는 영어 원어와 다른 일본식 영어가 많다. '홈 스틸'도 그 중 하나이다. 영어로는 '스틸 홈'이 맞는 표현이다. 사진은  지난 해 8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 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신성현 타석 때 스틸 홈에 성공한 3루 주자 오재원이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구용어에는 영어 원어와 다른 일본식 영어가 많다. '홈 스틸'도 그 중 하나이다. 영어로는 '스틸 홈'이 맞는 표현이다. 사진은 지난 해 8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 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신성현 타석 때 스틸 홈에 성공한 3루 주자 오재원이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동안 야구 용어를 살펴보면서 일본식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야구 용어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일본 야구 규칙을 번역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식 한자어, 카타카나, 일본식 영어 등으로 표기해 미국 용어와 다른 것이 많았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는 일본식 야구 용어를 거르지 않고 사용해 일상어로 그대로 굳어지게 했다.

야구라는 말 자체부터 일본식 용어였다. ‘야구(野球)’는 메이지 시대 일본 야구 초창기때 ‘베이스볼(Baseball)’을 일본식 한자어로 들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본 코너 3‘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참조’)

포지션과 공격과 수비 등 용어 등에서도 일본식 표현이 많다. 짧은 차단이라는 뜻의 ‘쇼스탑(Shortstop)’을 ‘놀 유(遊)’자, ‘칠 격(擊 )’, ‘손 수(手)자를 써 ’유격수(遊擊手)‘라고 불렀다. (본 코너 4 ’야구 ‘유격수’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참조) 유격수라는 말은 널리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붙여진 말이다. 투수, 포수, 1루수 등 내외야진 등 맡는 위치나 임무를 가리키는 용어와는 달리 유격수라는 용어를 쓴 것은 외야와 내야 중간에서 공을 중계한다는 숍스타 원뜻을 살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

죽음을 뜻하는 ‘사(死‘)’, ‘살(殺)’자가 많은 것도 일본식 용어에서 비롯됐다. ‘아웃(Out)’을 ‘죽을 사(死)’로 표현해 무사 1루, 1사 1루, 2사 1루 등으로 말한다. 주자가 투수 견제구에 의해 아웃된 경우는 ‘견제사(牽制死‘)라고 표현한다. 견제사의 영어는 ’픽오프(Pickoff)‘이다. (본 코너 231 ‘‘픽오프(Pickoff)’를 ‘견제구’라고 말하는 이유‘ 참조) 포수가 1루 주자의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2루로 송구해 아웃시키는 것을 ’도루사(盜壘死 )‘라고 말한다.

죽인다는 뜻인 ‘살(殺)’자를 쓰는 용어도 많다. 더블플레이(Double Play)’는 ‘병살’, ‘트리플플레이(Triple Play)’는 ‘삼중살’이라고 말한다. 런다운(Run Down)은 ‘협살(挾殺)이라고 표현한다. (본코너 127 ’‘Rundown’을 왜 ‘협살(挾殺)’이라고 말할까‘ 참조)

일본야구용어에서 ‘사(死‘)’, ‘살(殺)’자가 많이 생긴 것은 무사도를 숭상하는 전통 문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전쟁을 치른 태평양 전쟁 중에 영어를 일본어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영어 같지만 영어가 아닌 일본식 영어 표현도 많다. 죽은 공, 사구(死球)이라는 의미인 ’데드볼(Dead BALL)‘의 영어 용어는 ‘Hit By Pitch’이다. 공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캐치볼(Catch Ball)’은 영어에는 없는 표현이다. ‘플레이 캐치(Play Catch)가 올바른 말이다. ’플레이 베이스볼(Play Baseball)’과 함께 쓰는 말이다. 주자를 아웃시킨다는 뜻인 ‘터치 아웃(Touch Out)’도 잘못된 것이다. 술래잡기에서 나온 말인 ‘태그 아웃(Tag Out)가 맞는 말이다. (본 코너 229 ’왜 ‘태그아웃(Tag Out)’이라 말할까‘ 참조)

3,4,5번 타자를 뜻하는 ‘클린업 트리오(Clean Up Trio)’도 영어에는 없는 말이다. 영어로는 4번 타자 한 사람만을 가리켜 ‘클린업 히터(Cleanup Hitter)라는 말을 쓴다.(본 코너 237 ’일본식 영어 ‘클린업 트리오(Cleanup Trio)’를 쓰는 이유‘ 참조) 타자가 안전하게 노리는 번트를 ’세이프티 번트(Safety Bunt)‘라고 말하는데 영어로는 ’Drag Bunt‘라고 말해야 맞는다.

타격 연습을 위해 던지는 투수를 ‘배팅 볼 투수(Batting Ball Pitcher)이라고 말하는데 영어로는 ’배팅 프랙티스 피처(Batting Practice Pitcher)‘라고 말한다. 타격 연습을 프리 베팅이라고 말하는데 ’배팅 프랙트스(Batting Practice)’가 맞는 표현이다.

수비연습은 ‘노크(Knock)’라고 말하는데 영어로 ‘펑고(Fungo)’라고 한다. ‘노크 배트(Knock Bat)’도 ‘펑고 배트(Fungo Bat)’라고 말해야 한다. (본 코너141 ‘왜 ‘펑고(Fungo)’라고 말할까‘ 참조)

타구가 한 번 튀는 것을 말하는 ‘원 바운드(One Bound)’는 ‘원 합(One Hop)’가 맞으며 선수들이 서로 손을 마주치는 ‘하이 터치(High Touch)’는 ‘하이 파이브(High Five)’라고 말해야 한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다시 번트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쓰리번트 아웃(Three Bunt Out)’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A Foul Bunt On a Third Strike’라는 말을 쓴다. ‘하프 스윙(Half Swing)‘은 ’Check Swing’, ‘헤드 슬라이딩(Head Sliding)’은 'Head First Sliding’, ‘홈 스틸(Home Steal)’은 ‘Stealing Home Base’라고 말해야 맞는 표현이다.
세계화 시대에 미국에서도 통하지 않는 야구 용어를 이제는 손 볼 때가 됐다. 문법이나 어법에도 맞지 않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숱한 야구 용어들을 아직까지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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