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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43세 안젤라 스탠퍼드의 LPGA 우승, 한국 여자골프는 '약’으로 삼아야

2020-12-07 11:14

경기를 마친 뒤 부모와 손바닥을 마주치는 스탠퍼드. [AP=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뒤 부모와 손바닥을 마주치는 스탠퍼드. [A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0년차의 베터랑 골퍼 안젤라 스탠퍼드(43)는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우승이 확정되자 18번홀 그린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모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한 영광의 순간을 가족과 같이 나누며 스스로 감동했던 것이다.
두툰한 허리 등으로 딱 봐도 중년 여성임을 알 수 있지만 그는 한창 나이의 박인비(32), 유소연(30), 재미교포 노예림(19), 고진영(25) 등 한국 낭자군을 2타차로 제치고 역전우승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 박인비, 고진영에 1타 뒤진 스탠퍼드는 이날 8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2타를 줄여 본격적인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어 13번홀과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간 그는 16.17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8번홀 보기를 범하기도 했으나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달 43번째 생일을 지낸 그는 2018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가 역전승으로 통산 7승째를 올렸다. 중년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정신력과 체력을 보여주며 건재를 과시했던 것이다.

우승 상금 26만2,500달러(한화 2억8,400만원)를 받은 그는 지난 2년간 쇼트게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테크닉 훈련과 함께 지난 3월 LA 마라톤 대회에서 5시간41분을 뛰어 완주메달을 받을 정도로 강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스탠퍼드의 늦깍이 우승은 현재 세계 정상을 자랑하는 한국 LPGA 선수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LPGA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30대 전후에 시들해지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1998년 박세리의 LPGA 우승으로부터 본격화된 한국 LPGA 선수들은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조로한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LPGA 1세대 박세리는 만 33세때인 지난 2010년 벨마이크로 클래식에서 개인 통산 25승을 거둔 것이 최종 우승 성적이었다. 박세리는 2011년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 5위를 하기도 했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2016년까지 LPGA에서 사실상 잊혀진 선수로 남았다.

KLPGA 상황도 비슷하다. 올 시즌 홍진주(36), 안시현(35), 홍란(33) 정도가 30대 골퍼로 필드를 누볐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었다. 30대가 우승을 차지하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 될 정도이다.


그동안 노장 투혼을 발휘한 선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17년 강수연, 2019년 이지희가 각각 40세 나이로 일본 여자골프(JLPGA)에서 각각 정상에 올랐다. 잘만 하면 미 LPGA에서도 스탠퍼드와 같은 40대 골퍼가 우승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골프관계자들의 평가이다.

한국여자골프는 30-40대 골퍼들이 젊은 세대에게 기를 꺾이지 말고 노련한 경험과 정신력으로 앞세워 LPGA 무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싶다. 골프는 결코 젊음의 시간 싸움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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