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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육 100년 비화] 32-1. ‘김기수 프로모터’된 대통령 박정희

2020-10-11 07:56

타이틀전 기회를 잡은 김기수. 박정희 대통령은 그를 불렀다.

“김선수, 이길 수 있어요.”

“예,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죽을 힘으로 싸우겠습니다.”

[대한민국 체육 100년 비화] 32-1. ‘김기수 프로모터’된 대통령 박정희


김기수는 대통령 앞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 약속이 없으면 타이틀 매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로전적 65전 전승의 벤베누티. WBA와 WBC를 다잡은 세계복싱의 대세였다. 김기수도 못지않았다. 동양 최강으로 적수가 없었지만 아무래도 좀 처지는 편이었다. 힘들게 도전자격을 얻었으나 벤베누티의 홈링인 이탈리아에서 경기를 한다면 이기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다면 해볼 만했다. 그러니 챔피언이 되자면 벤베누티를 홈 링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이탈리아로 가면 승산이 40% 이하지만 서울이면 60%정도는 되었다. 원정경기의 경우 승산은 홈경기에 비해 떨어진다. 컨디션 조절 문제도 있지만 판정으로 갈 경우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200불의 가난한 나라에서 벤베누티 측에서 제시한 대전료 5만 5천달러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그리고 달러 자체를 구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김기수측이 안달복달하고 있을 때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은밀하게 나섰다.

대통령은 김기수의 의지를 확인한 후 대한중석의 박태준 사장을 찾았고 박사장은 타이틀전이 성사되도록 파이트머니를 마련, 벤베누티가 장충체육관까지 온 것이었다. 대통령이 일개 프로복싱 타이틀전에까지 나선 것은 불안한 정권강화를 위해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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