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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유현주가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조치훈을 보라

2020-09-28 11:13

유현주
유현주
1986년 1월 16일, 일본 최대 바둑 기전인 기성 타이틀을 갖고 있던 조치훈 9단이 왼팔과 두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대국장에 나타났다.

순간 대국장은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치훈은 열흘 전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목숨을 건진 게 기적이라고 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기권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내게 기권이란 없다. 바둑판 위에 쓰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고 바둑을 두겠다. 머리와 두 눈과 오른팔이면 충분하다”며 투혼을 발휘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목숨을 다해 둔다”라는 말이 나왔다.

60을 넘긴 그는 요즘에도 대국이 있는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 8시간씩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들어 아무리 공부해도 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그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렇게 공부한다.

그 이유는, 바둑 대국에서 이기든 지든 일본 기원에서 돈이 나오기 때문에 형편없는 바둑을 뒀을 때는 돈 받기가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목숨 걸고 둔다”고 했다.

지난 26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팬텀 클래식 2라운드에서 유현주가 공동선두로 치고 올라간 전날의 호조를 이어가지 못한 채 1오버파에 그쳤다.

경기가 끝난 뒤 유현주는 “어제보다 샷 감각도 좋지 않았고, 퍼트도 어제만큼 안 됐다”면서 “아쉽지만 그래도 잘 막아낸 것 같다. 내일은 연습한다는 기분으로 편한 마음으로 플레
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현주는 4오버파를 기록했다. 1위를 하다가 공동 42위로 미끌어졌다.

유현주에게 “조치훈이 그랬으니 너도 목숨을 걸고 쳐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10오버파를 쳤다가도 다음 날 10언더파를 칠 수 있는 게 골프다.

프로 골퍼는 어떤 경우든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경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해 쳐야 한다.

대회에 걸려 있는 상금도 상금이지만, 그보다 조치훈의 말처럼, 형편없이 치면 스폰서로부터 지원받는 게 창피하기 때문에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

유현주가 아직도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은 아닐까?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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