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41. 두산의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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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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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대의명분이나 큰 흐름을 놓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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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12일 두산-LG의 잠실 더블헤더 1차전. 페넌트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어서 1승이 아쉬울 때였다. 그러나 두산은 공격의 핵인 김동주와 심정수를 스타팅 멤버에서 밴 채 경기에 나섰다.

매직리그 선두인 LG의 여유있는 승리를 점칠 수 잇는 상황. 하지만 그라운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김동주 대신 4번에 선 최훈재가 2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날렸다. 땅볼이나 깊은 희생플라이만 나와도 득점할 수 있는 기회였다.

3회엔 연속 안타를 포함, 3안타가 터졌다. 8회와 9회에는 각각 2개의 안타를 생산했다. 두산이 이 경기에서 날린 안타는 총 13개. 선두타자 2루타, 1이닝 3안타도 있었으니 적어도 2~3점은 올려야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 까지 두산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두산은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LG는 행운이 겹쳤다. 4회 들어 첫 안타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빈타에 허덕였고 9회까지 고작 4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그나마 연속안타는 한 번도 없었고 4개중 1개는 내야 안타였다.

안타수 4-13. 하지만 승자는 4안타의 LG였다. 그 안타로도 1점을 뽑아 1-0승을 거두었다. LG가 더욱 기뻤던 것은 그 경기의 승리로 매직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는 것 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매직리그 1위를 다투고 있던 LG와 롯데의 승차는 반 게임. LG가 66승, 롯데가 65승이었다. LG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지고 롯데가 해태 전에서 이기면 1위가 바뀌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두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광주 해태전을 대비했으나 두산이 지는 바람에 더 이상 공 들일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음에도 지고 만 두산과 그로인해 순위가 확정된 매직리그.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확실했다.

두산은 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계산된 경기’를 연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드림리그 2위가 확정된 두산의 플레이오프전 상대는 매직리그 1위. LG아니면 롯데인데 어느 팀이 든 두산이 고를 수 있었다.


두산으로선 둘 다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보다 쉬운 팀은 LG였다. 초보 감독 이광은이 이끄는 팀인데다 상대 전적 등을 감안 하면 전력상 우위였다. 롯데는 좀 껄끄러웠다. 투수력이 수준급인데다 페넌트레이스 전적도 8승11패로 뒤지고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두산은 1차전에서 질 요량이었다. 중심타자를 빼는 등 열심히 노력했으나 의외로 대타들이 잘 치는 바람에 패배의 모양새를 망치고 만 것이었다.

억지 패배로 LG의 1위를 도운 두산은 플레이오프전에서 예상대로 LG를 4승2패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다. 현대에 먼저 3경기를 내주었으나 4차전부터 내리 3연승, 대역전의 바람을 일으키는 듯 했다.

분위기나 전력 모두 두산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7차전에서 퀸란에게 6타점이나 헌납, 다 된 밥에 콧물을 빠뜨리고 말았다.

허무하게 무너진 마지막 승부. 하지만 그것은 ‘축록자불견산’의 우를 범한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플레이오프전을 쉽게 가져가기위해 정당한 승부를 외면했다면 그 죄는 결코 가볍지 않을 터. 하늘이 그 죄 값을 물은 것이겠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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