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1. 영원한 챔프 장정구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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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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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는 두 번째 도전에서 챔피언이 되었다. 1982년 9월 파나마의 일라리오 사파타를 전주로 불러들였으나 15회 판정패로 물러났다. 1-2의 근소한 차이였다. 졌지만 장정구는 오히려 자신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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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열일곱 나이에 프로복싱의 세계에 뛰어들어 챔피언에 도전할 때 까지 18연승(7KO)을 질주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챔피언과 주먹을 섞어본 후 자신의 주먹이 국내용이 아니라 글로벌용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1983년 3월 26일. 6개월 여간 믿음 속에 와신상담의 주먹을 키운 장정구는 간단하게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두 번째 만난 챔피언 일라리오 사파타를 3회 TKO로 잡았다.

오랜만에 탄생한 챔피언이었다. 김기수, 홍수환 등이 오고갔지만 무관이었던 시절이었고 국내선수의 세계 타이틀 도전 11연패를 기록하고 있어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장정구의 롱런은 사실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라이트 플라이급에 비해 주먹은 있는 편이지만 컨디션 기복이 심한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정구는 타고난 천재 복서의 명성을 이어가며 신기원을 이루었다.

장정구는 개성파였다. 핀치에 몰렸다가도 폭풍 같은 몰아치기로 KO를 잡아내기도 했다. 변칙복서로 상대에게 움직임을 쉽게 노출하지 않았다. 사생활은 조금 복잡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방어전 후반기로 갈수록 체중감량에 애를 먹었다.

10kg을 빼고 링에 오른 적도 있었다. 보름여 만에 빼야하는 10kg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폭풍 감량이다. 그 경우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고 극도로 예민해져서 그 누구도 근처에 갈 수 없다. 조금만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분노가 폭발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감량 탓에 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몸으로도 일단 링에 오르면 저돌적인 투사가 되었다. 광기를 발하며 도전자를 마구 몰아쳐 KO승을 이끌어 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낸 KO승이 38승 중 17KO였다.

라이트 플라이급 15차 방어 성공은 WBC에서도 새로운 기록이었다. 고비가 더러 있었지만 장정구는 특유의 정신력과 변칙 복싱으로 돌파했다. 14차에서 본이 영웅처럼 떠받들고 있던 구시켄 요코의 세계 타이틀 방어 기록(13차)을 깬 장정구는 처음으로 원정경기에 나섰다.

1988년 6월 27일 도쿄. 첫 원정 방어전이었지만 장정구는 일본의 오하시 히데유키를 8회 TKO로 물리치고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오하시 히데유키는 당시 일본의 신성으로 일본 복싱계가 애지중지하던 선수. 그래서 막대한 파이터머니를 주면서 챔피언을 홈링으로 불러들였으나 헛 일이었다.


장정구는 이 방어전을 끝낸 후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6년여 가지고 있었던 타이틀을 자진 반납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까.

장정구는 타이틀 자진반납 6개월 여 뒤인 1988년 12월 다시 링에 올랐다. WBC 라이트플라이급 새 챔피언 멕시코의 옴베르토 곤잘레스를 대구로 불러 들였지만 12회 판정패, 스스로 놓았던 타이틀을 다시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자신의 주먹이나 링의 사정이 아니라 개인 가정사의 불행으로 놓은 타이틀이어서 미련 버리기가 쉽지않을 터였다. 장정구는 1990년, 1991년 두 차례 더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TKO패를 당하기도 하며 두 번 모두 졌다.

장정구는 프로전전 42전38승4패를 기록했는데 4패중 3패가 은퇴 전 마지막 3경기에서 맛본 것이었다. 한 번 흘러간 물을 다시 붙잡으려다 그렇게 된 것이었다.

2000년 WBC는 장정구를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 에 선정했다. 그리고 2009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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