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의 사람 ‘人’] 골프 ‘부킹왕’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이사의 인생유전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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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7-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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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골프 조성준 대표이사는 국내 최고 '부킹왕'으로 불린다. [정지원 기자]
‘부킹(Booking)’이라는 말을 웬만한 이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트들이 남녀를 즉석에서 짝 지워주는 것으로 생각하던 때였다. 부킹 사업에다 회사 브랜드 이름을 ‘엑스골프(XGOLF)라고 정하니 가까운 이들조차 ’엑스‘자 때문에 마치 19금 성인물을 다루는 일을 하는 줄 알았다. 회사가 막 출범하던 2003년 무렵이었다. 박세리, 최경주가 미 LPGA와 PGA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며 골프 인기가 대단했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골프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으나 골프장 수가 워낙 부족했다.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아 골프장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였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부킹 사업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도박에 가까웠다. 무모한 사업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처럼 골프장을 PC나 스마트폰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대부분 전화나 ARS 예약으로 부킹을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사업 초반은 큰 고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손님들이 알아서 줄을 서 대기하고 있던 때라 골프장들은 부킹 사업에는 거의 눈을 두지 않았다. 골프장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골프장을 찾아다니며 가입 유치에 나섰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곤했다. 골프장으로서는 굳이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약서비스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언젠가는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과 집중’을 경영철학으로 삼아 꿋꿋이 버텼다. 매일 찾아가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차츰 관심을 갖는 골프장이 생겨났다. 2008년 쯤 서서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골프장 인허가 규제가 완화하면서 골프장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골프장 건설붐이 일면서 골프장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골프장마다 부킹 타임이 남아돌았다. 마침내 사업의 틈새가 열리게 된 것이다. 제휴를 맺은 골프장들의 잔여 타임을 받아 실시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올려놓았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별, 가격대별, 지역별로 선택해 원하는 부킹을 할 수 있었다. 지난 해 연간 135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골프를 친다. 카카오, 골프존, SBS 등 대자본의 기업들을 제치고 골프장 부킹 사업에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온라인 부킹이라는 개념조차 낯설게 느껴지던 무렵에 사업을 시작해 17년만에 국내 골프업계에서 인터넷 골프 예약 서비스로 성공신화를 만든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이사(50) 이야기이다.

14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뒤편에 위치한 엑스골프 연습장 장한평 2호점 본사 4층 바베큐장에서 짧은 반바지 차림의 조 대표를 그의 고교 동창인 김성진 상무와 함께 만났다. 회사 곳곳에 최근 서구적인 몸매와 얼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미녀 골퍼 유현주 프로의 홍보물이 군데 군데 보였다. 유현주 프로는 지난 해 4월 2년 기간으로 엑스골프와 홍보 계약을 맺었다. 홈페이지와 앱에 홍보모델로 활동하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에도 엑스골프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골프 ‘부킹왕’ , 카카오·골프존 등도 제쳐

-유현주 프로 홍보 활동 효과는 얼마나 있는가.

“유현주 프로 인기가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 5월 첫 KLPGA 챔피언십에서 유현주 프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엑스골프도 유 프로의 인기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조회가 엄청 늘어났다. 매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부킹 사업에서 국내 최고의 업체인데.
“출범 이후 오로지 부킹 서비스에만 집중했다. 카카오, 골프존보다 규모가 작은 우리 같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운영해왔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그린피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약자가 1인씩 각각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또 고객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골프장 이용후기를 직접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골프장을 이용한 고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낸다. 현재 이용 후기만 20만건에 달한다.”

엑스골프가 고객 친화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 수년 전 한 명문 골프장을 이용한 고객이 불편사항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다. 계약관계였던 골프장에서 강력히 요구해 처음에는 고객 민원을 골프장측에 얘기하고 뺐다. 하지만 그런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 고객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골프장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원을 빼지 않고 계속 실리도록 했다. 나중에는 골프장측서 불편사항을 받아들이고 고객의 민원은 해결됐다.

-회사 매출은 얼마나 되나.

“2019년 매출은 약 110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30억원,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5억원정도를 잡고 있다. 연 20~3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2020년 6월 기준) 누적 이용객 수는 83만명으로 국내 업계 1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는 아직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골프가 야외스포츠로 개인이 즐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 성장의 비결은.

“먼저 스피드 경영을 꼽고 싶다. 관리자에게 결정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직원들간에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책임껏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이 요청한 사항은 바로 개선하며 100% 비밀을 보장한다. ‘할 말 있어요’라는 사내 게시판을 이용해 직원들이 업무 고충에 대한 건의를 많이 올린다.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업으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조성준 대표이사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크리스탈 조(Crystal Cho)’라고 불린다. 미국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조 대표이사의 미국식 이름은 ‘조셉 조(Joseph Cho)’이다. 하지만 수정이라는 뜻의 크리스탈이라는 애칭은 직원들의 건의로 계획이나 방침을 자주 바꾼다는 의미에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엑스골프 장안평 사무실과 연습장에는 4년생 하얀 애완견이 명찰을 달고 돌아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 대표이사를 비롯 120명 전 직원의 사랑을 받는 애완견 명찰에는 ‘조 씨’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직원들이 조 대표이사를 연상하며 수년전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이름을 붙였다.

조 대표이사의 인터뷰가 사실은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는 홍보팀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루어 진 것만 봐도 엑스골프가 전 직원이 얼마나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를 잘 알 수 있다.

-골프 연습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수년 전부터 직접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논현점에 이어 장한평 2호점을 개설했다. 장한평 연습장은 하루 평균 800명 정도가 이용한다. 연습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한 점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연습장 전용 무인화 시스템 ‘키오스크’를 개발·도입해 운영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타석 상황을 한 눈에 보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 또 수 주말에는 1~2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공항 라운지 같은 별도의 휴게실도 운영하고 있다. VIP 휴게실에는 안마기까지 설치돼 있다. 옥상에는 여름에 고객 가족과 지역 사회 소외 아동을 위한 아쿠아존과 바비큐 장을 운영한다. 반려견을 동반한 고객을 위한 반려견 쉼터도 운영중이다."

마침 이날 연습장에 온 전 LG 세이커스 농구단 슈터 양희승를 만나 연습장 이용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양희승은 장한평 연습장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거리가 길고 최신식 시설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총 타석수 72석, 직선 거리 250야드의 연습장은 이날도 최소 30~1시간씩 손님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미국 유학시절 골프부킹사업 롤모델 보고 사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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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엑스골프 대표이사가 코로나19 퇴치를 기원하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지원 기자]


-골프와의 인연은 어떻게 갖게 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인해 바로 군대에 갔다. 제대 후 돈을 벌기위해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벨기에 다이아몬드 회사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골프를 처음 시작했다. 연습장은 잔디가 아닌 모래가 있는 곳이었다. 타석에는 티도 없었다. 직원이 손으로 모래를 모아 그 위에 공을 올려줬다. 드라이버 샷을 치면 원숭이가 공을 훔쳐 가기도 하던 곳이다.”

당시 자이르는 정정이 매우 불안했다. 내전이 일어나 그곳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밤낮없이 일해 학비를 마련했고 1995년 대학에 진학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후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지만 곧 그만뒀다. 직장을 나와 창업을 결심했다.

-골프 부킹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대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가장이었다. 가족 중 두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가족들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감으로 여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당시 현지에서 인기였던 골프 예약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과 일본에는 한창 성업중이었는데 한국에는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2003년 ‘그린웍스’를 창업했다. 당시 국내 골프장 수는 200개 정도였을 때였다. 지금처럼 연습장과 인도어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일을 하느랴 골프를 칠 여유가 없었다. 그냥 즐기는 수준이다. 보기 이하라고 보면 된다. 잘 치는 것보다는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골프를 먼저 치기 보다는 일을 먼저 하게되면서 이런 성향이 생긴 것 같다. 친구이자 사업파트너인 김성진 상무는 70대 중반을 치는 완벽한 싱글핸디골퍼다. 회사를 대표해 한 사람만 잘 치면 된다고 본다.”

-별도 취미 생활은.

“헬스를 한동안 열심히 했다. 몸도 좋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진 느낌이었다. 지금은 헬스보다는 일을 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은퇴를 앞둔 5060세대를 위한 시니어 골프부킹 상품 개발”

-골프장 문화운동을 선도하고 있다는데.

“17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골프 문화 운동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골프장 내 반바지 착용 권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작 당시 캠페인에 참여한 골프장은 10여개에 불과했다. 2020년 현재 190개가 넘는 골프장이 동참하고 있다.예전엔 ‘골프는 귀족 스포츠’, ‘골프장은 부자가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반바지를 허용하지 않는 골프장이 많았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골프를 편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은퇴를 앞둔 5060세대를 위한 해외 골프 부킹사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골프 시장은 40~50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10~15년 후면 은퇴를 한다. 은퇴 후 경제적인 부담을 덜면서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숙박과 골프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 실제로 동남아에는 시설 여건이 좋고 값싼 골프장이 많다. 많은 고객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조성준 대표이사는 고객들에게 수박 조각이 담긴 종이접시를 직원들을 대신해 직접 연습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객을 위한 생각으로만 가득찬 CEO라는 것을 엿보게 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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