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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9] ‘본헤드플레이(bonehead play)’에 왜 ‘본(bone)’이 들어갔을까

2020-05-10 13:36

본헤드플레이는 국가대표 선수급에서도 자주 나온다. 2019 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한국과 호주의 경기 3회말 무사 1루서 한국의 이정후가 적시2루타를 쳐낸 뒤 3루로 진루하다 런다운에 아웃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본헤드플레이는 국가대표 선수급에서도 자주 나온다. 2019 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한국과 호주의 경기 3회말 무사 1루서 한국의 이정후가 적시2루타를 쳐낸 뒤 3루로 진루하다 런다운에 아웃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글에서 ‘본헤드플레이((bonehead play)’란 단어를 검색을 해보면 1908년 뉴욕 자이언츠의 신인 프레드 머클이 2루에서 터치를 하지않아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친 유명한 사건이 소개돼 있다. 본헤드플레이로 인해 결국 소속팀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날려버렸다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1908년 시즌 동안 자이언츠와 시카고 컵스는 1위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컵스는 1906년과 1907년에, 자이언츠는 1904년과 1905년에 각각 페넌트에서 우승했다. 사건은 페넌트가 끝나기 2주전에 일어났다. 당시 선수들은 경기 종료직전 마지막 득점 주자가 홈플레이트로 들어와 결승점을 올리면 루상 주자들이 후속 베이스를 밟지않고 덕아웃으로 가는 버릇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수일전 시카고 컵스 주장으로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조니 에버스는 피츠버그와의 경기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을 보고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루상 주자를 아웃 처리하겠다고 심판진에게 경고했다.

1게임차 리드로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던 자이언츠와 컵스가 마침내 격돌했는데 문제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자이언츠 타자 앨 브리지웰이 외야 안타를 때리자 3루주자 무스 맥코믹이 홈으로 달려들어와 결승점을 올린 것이라 생각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문제의 인물 프레드 머클은 1루에 있다가 2루를 향해 달렸다. 그가 실제로 2루에 도달했는지는 지난 백여년동안 논란이 됐다. 어느 틈엔가 그는 마치 운동장에서 도망치듯 몸을 피했다. 컵스 에버스는 동료 외야수 솔리 호프먼에게 머클을 포스 아웃시키기 위해 2루수에게 던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컵스 프랭크 찬스 감독겸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나와 심판진에게 결승점이 아닌 아웃이라 심판진에게 항의를 했으며, 자이언츠 존 맥그로 감독은 결승점이라며 맞받아쳤다. 자이언츠 관중들이 요란한 고함을 울리며 난동을 벌이는 와중에 경찰까지 출동한 뒤에 일단 장내를 정리한 심판진은 경기 다음 날 머클이 2루를 건들리지 않아 자이언츠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결국 리그 회장은 이 경기를 무승부로 선언했으며 다시 경기를 치른 결과 컵스기 이겼다. 컵스는 이 바람에 자이언츠에 1게임 앞서 페넌트 우승을 따냈다. 머클의 본헤드플레이가 영광스러운 페넌트 우승을 날린 셈이 됐다.

본헤드플레이는 멍청한 경기를 한다는 표현인데 단어의 의미를 분석해보면 본헤드플레이의 ‘본헤드(bonehead)'는 ’뼈로 된 머리’라고 번역할 수 있다. 머리에 뇌가 있지 않고 뼈만 있다면 제대로 사람으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머리가 뼈로 되었다는 것은 결국 속에 든 것이 없고 그저 단단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 ‘돌머리’에 아주 흡사한 표현이 본헤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본헤드와 돌머리는 비록 발음은 각각 다르지만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상 표현으로는 아주 비슷하다.

오래전부터 야구에서 멍청한 선수의 플레이를 말할 때 사용됐다. 야구에서는 말도 안되는 실책을 저질러 팀에 손실을 가져올 때 중계방송 등에서 캐스터들이 이 말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고, 2아웃을 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 1아웃만 잡은 경우라거나 3아웃을 잡은 줄 알고 수비에서 철수하다가 점수를 주는 등의 플레이가 일어날 때를 말한다. 야구 이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본헤드플레이가 자주 나와 억지 웃음을 주기도 한다. 미국 프로농구에서는 2018년 NBA 파이널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JR 스미스가 4쿼터 4.7초를 남기고 동점상황에서 역대급 역주행으로 역전 기회를 날리고 결국 연장에서 힘도 한 번 못쓰고 완패한 적이 있었다. 스미스는 상대의 자유투가 실패한 걸 가로챈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기 팀이 이기고 있는 줄 알고 골밑슛으로 바로 성공시키지 않고 외곽으로 달려나간 뒤 르브론 제임스가 “뭐하는 거냐”고 소리치자 그 때 상황을 파악하고 동료에게 패스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간 뒤였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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