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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아웃 & 인] ‘빠던’현상 "KBO는 로큰롤, MLB는 오페라"

2020-05-07 11:33

5일 대구 개막전에서 화제를 모았던 NC 모창민의 '배트 플립(빠던)' 장면. 홈런을 터뜨린 뒤 호쾌하게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NC 다이너스 제공]
5일 대구 개막전에서 화제를 모았던 NC 모창민의 '배트 플립(빠던)' 장면. 홈런을 터뜨린 뒤 호쾌하게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NC 다이너스 제공]
도시매미와 시골매미는 우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다. 도시매미는 찢어지는 소리로 낮이고 밤이고 울어댄다. 이에반해 시골매미는 한적한 자연 풍경에 걸맞게 적당한 울음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알린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문화도 환경에 따라 다르다. 한국프로야구가 막을 올리면서 ‘배트 플립(bat flip, 일명 빠던-빠따 던지기)'이 한국과 미국간에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프로야구는 5일 5경기가 일제히 개막돼 홈런 10발을 축포로 쏘아올렸다. 홈런을 터뜨린 뒤 선수들이 자유분방하게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이 여러 장면 나왔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야구의 일부로 생각하는 매우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언론은 달랐다. 한국프로야구를 사상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미국 ESPN 등과 언론 등은 MLB에서 금기시 한 배트 플립을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ESPN은 5일 대구에서 벌어진 NC와 삼성전을 처음 생중계하면서 6회초 NC 모창민이 좌월 홈런을 터뜨리며 호쾌하게 방망이를 공중에 날리자 중계진은 “드디어 한국의 빠던이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SPN은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 앞서 지난 2016년 작성했던 ‘빠던’ 특집기사를 다시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며 한국야구 문화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 기사에서 한국 야구 응원문화에 대해 “한국프로야구는 마치 로큰롤 같고, MLB는 오페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올 프로야구에서 미국언론이 빠던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이 저변에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빠던을 역동적인 한국 야구 문화의 소산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국인들이 본 한국야구의 배트플립은 마치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예술적인 각도와 속도감, 배트의 회전력, 춤을 추는듯한 생동감 넘친 동작 등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빠던 행위를 신기하듯 바라봤던 것이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KBO(한국야구위원회) 선수들은 습관적으로 배트 플립을 할 뿐 투수에 대한 감정 등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다만 경기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MLB 선수들처럼 의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미국 언론들은 MLB는 잘 짜여진 규칙에 따라 매뉴얼대로 행동하며 기본에 충실한 야구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MLB에서 배트 플립을 금기시한 것도 감정적으로 선수들이 많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MLB에 비해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쪽으로 배트 플립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게 미국 언론들의 인식이다.

그동안 배트 플립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한국 언론은 미국 언론에서 배트 플립에 관한 기사를 많이 다루자 한국 선수들의 '빠던‘ 분석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빠던 원조 양준혁부터 홍성흔, 박병호 등으로 이어지는 빠던 타자들의 특징과 모습 등을 거슬러 올라가며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배트 플립’과 한국의 ‘빠던’은 같은 행위를 말하지만 내용과 의미에서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도시매미와 시골매미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듯이 한국야구와 미국야구는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컨텐츠를 갖고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오페라가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공연을 하고, 로큰롤이 찢어지는 굉음을 내고 열정을 토하며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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