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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의 B&W] 침뱉기, 하이파이브 없어진 연습경기, 현장 목소리 귀담아 들어야

2020-04-22 07:47

21일 KBO 리그 롯데와 NC의 연습경기에  앞서 취재기자들과 롯데 허문회 감독이 2m 이상 떨어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신풍속도였다.[연합뉴스]
21일 KBO 리그 롯데와 NC의 연습경기에 앞서 취재기자들과 롯데 허문회 감독이 2m 이상 떨어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신풍속도였다.[연합뉴스]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모든 게 생소하고 낯 설었다. 마치 정적에 빠진 듯 고요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딱'하고 볼이 맞는 소리나 '퍽'하고 볼이 미트에 꽂히는 소리, 그리고 '스트라이크'릉 외치는 심판의 고함 소리만 아니라면 텅빈 그라운드나 다름이 없었다.

관중석은 단 한명의 팬도 없이 비었고 마스크를 쓴 취재기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네트를 사이에 두거나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서 감독이나 선수들과 인터뷰를 해야 했다. 관중석이 아니라 그라운드를 보고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는 공허한 느낌마저 주었다.

감독과 선수, 심판, 지원 스태프, 중계방송진, 취재기자, 어느 누구 단 한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발열검사를 받아야 경기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경기 중에 그렇게 흔하게 보던 타석에서, 마운드에서 침뱉는 모습도 없었다. 안타를 치거나 득점을 해도 하이파이브는 없었다. 홈런을 친 뒤 엉덩이 박치기를 하고 승리의 하이파이브 대신 팔뚝을 부딪치고 주먹을 마주치는 것이 전부였다.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볼을 포수에게 건네는 주심, 마스크를 쓴 루심의 모습도 어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차례 연기된 뒤 무려 178일만인 21일에 시작된 2020 프로야구 KBO 리그 연습경기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연습경기 첫날 잠실, 인천, 수원, 광주, 창원 5개 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모두 무사히 마쳤다.

10개 구단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기아 타이거즈 맷 윌리암스 감독,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등 4개 구단 감독은 비공식 정식게임 데뷔전을 치렀다. 이 가운데 삼성과 롯데의 두 허 감독이 첫 승리 기쁨을 맛보았다.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연습경기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올시즌 KBO 리그의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KBO는 연습경기 개막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정규리그 개막은 5월 5일, 어린이날 5개 구장에서 동시에 시작하고 각 팀당 144게임을 예정대로 치르기도 했다. 당분간은 무관중으로 하고 조금씩 관중수를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올스타전은 취소하고 준플레이오프전은 3전2선승제로 축소하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는 연장전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한달 열흘 이상 늦은 시즌 운영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여기에 선수단 가운데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3주동안 리그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KBO 조치에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이 시기에 144게임이라니, 게임수를 줄여야 한다"는 고참 감독 3명의 한 목소리 쓴 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바로 선수들과 함께 하는 현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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