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김학수의 ‘사람 人’]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의 필리핀 기업 후원계약을 이끈 '미다스의 손’

2020-03-18 06:35

국내 최고의 세마스포츠마케팅사 실무진을 이끌고 있는 홍미영 전무이사. [김상민 기자]
국내 최고의 세마스포츠마케팅사 실무진을 이끌고 있는 홍미영 전무이사. [김상민 기자]
올 1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덮치면서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루바삐 스폰서를 잡는 게 ‘발등의 불’이었다. 연일 국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LPGA대회의 무기연기와 취소, 갑작스런 경기 하강으로 회사 재정문제까지 걱정하는 스폰서의 망설임, 개인의 안전과 건강까지 챙겨야하는 최악의 순간들이 연일 이어졌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며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주 스폰서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해야했다. 가능한 국내외 주요 회사들의 리스트를 좁혀 나갔다. 3월초 겨우 국내 1곳, 해외 1곳 등 2개 회사로 접촉선을 압축했다. 국내 스폰서는 금액을 좀 더 올려 받으려면 기다려야 하고, 해외 스폰서는 언제든 계약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심사숙고했다. “세계 랭킹 1위에 걸맞는 조건을 맞춰야 하는데”라며 회사 실무진 회의에서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더 기다려봐야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해외 스폰서로 기울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돼 국내서도 출국이 힘들고 해외 스폰서 당사국에서도 외국인 입국 비상령이 내려졌다. 고진영이 미국에서 LPGA 대회를 준비하며 체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메일과 항공편 특급 서류 운송 등을 통해 계약서에 서명해 스폰서 계약이 확정됐다. 위기가 기회가 된 순간이었다.

홍미영 세마스포츠마케팅 전무이사(46)은 지난 11일 고진영에 대한 스폰서 후원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십년묵은 체증이 내리 앉는 기분이었다. 고진영의 스폰서인 필리핀 블룸베리 리조트 앤 호텔과 계약을 맺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계랭킹 1위에 걸맞는 대우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한편 스폰서측의 요구조건을 극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세리, 신지애, 최나연, 박성현 등 국내 최고의 LPGA 선수들의 대형계약을 성사시켰던 세마스포츠마케팅의 실무 총사령탑인 홍미영 전무이사는 고진영 스폰서 계약만큼 마음을 사리며 부심을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고진영의 스폰서 계약이 잘 해결되고 몇 일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세마스포츠마케팅 건물 2층 카페 겸 골프매장에서 만났다. 평소 공식적인 업무를 볼 때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빼어난 옷맵시를 내는 그녀는 가벼운 검은 후드티 복장과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고진영, 박성현을 관리하는 '최고의 스포츠마케터'

-그동안 몸도 마음도 무척 바쁘셨겠네요.

“ 당연히 해야될 일이지만 이번만큼 가슴을 졸인 적은 없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2월 갤럭시 SM과의 6년간 인연을 끝낸 고진영 프로가 우리와 본격적인 스폰서 계약건을 추진할 때만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코로나 사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박성현 프로에 이어 고진영 프로까지 스폰서 후원계약을 한 필리핀 블룸베리 그룹측의 큰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고진영의 계약기간은 2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계약금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내용적으로는 세계 랭킹 1위 명예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계약이 성사됐다는게 골프계의 관측이다. 같은 소속사 박성현이 지난 해 이 회사와 2년간 계약한 수준과 비슷한 조건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2년간 70여억원 수준이 되리라는 계산이다. 고진영은 후원계약을 맺자마자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1억원을 세마스포츠마케팅을통해 기부했다. 기금은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전달됐다.

-고진영, 박성현 두 세계랭킹 톱 선수들을 확보해 명실상부하게 국내는 물론 세계여자골프 최고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됐는데요.

“ 이제 골프마케팅도 국내 시장만 보고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한국선수들이 LPGA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만큼 세계화된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두 선수의 후원계약을 맺은 필리핀 블룸베리측은 한국여자골프에 대해 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여자골프를 후원하는 것이 세계골프발전에 기여한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골프마인드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필리핀 블룸베리그룹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항만회사를 모회사로 운영하며 자회사인 솔레어는 호텔, 카지노, 리조트, 공연장,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대형 레저기업이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같이 솔레어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달고 앞으로 LPGA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필리핀 스폰서가 골프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욕을 갖고 있는가요.

“60대 후반의 라존 회장은 필리핀 골프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분이십니다. 마닐라 근교에 골프장 2개를 직접 운영하며, 필리핀 선수들도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맞춰줍니다. 선수들이 주변 상황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성적을 내는데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선수 매니지먼트 말고 대회운영도 많이 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걱정이 많겠네요.

“앞으로 미국질병본부의 권고로 8주간 모든 LPGA, PGA 대회를 하지않을 분위기입니다. 이미 LPGA는 지난 2월 아시아 스윙대회인 3개 대회가 취소됐고, 코로나 감염과 확산우려로 인해 미국 본토에서 열릴 예정인 볼빅 파운더스컵을 비롯해 KIA 클래식,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까지 3주 연속 대회를 취소됐습니다. 앞으로 파장이 얼마나 더 갈 지 걱정입니다. 우리는 5월 KPGA SKT오픈과 아마추어 아우디 콰트로컵 한국 예선전대회(4~9월)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폰서측과 긴밀히 협의하며 현재 추이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언론 등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선수의 안전과 골프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여론을 잘 이끌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신선한 기획과 이벤트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골프 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이벤트와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 슈퍼매치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 남녀 테니스 스타 조코비치와 사라포바, 윌리엄스 등을 초청,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세기의 대결을 선보였습니다. 또 광화문에서 세계적인 스노보드대회도 열었습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스폰서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빅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홍미영 전무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몇 명 안되는 여성스포츠마케팅 최고 전문가이다. 스포츠마케팅이라는 일이 전문성과 추진력, 인맥 등을 갖춰야 하는 특별한 영역이라 여성들이 도전하기에는 벅찬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하물며 가정주부를 겸하면서 이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녀는 현재 고3, 초등 5학년의 두 아들이 있다.

 박성현과 함께 LPGA 에비앙 마스터스 대회에서 함께 짬을 내 포즈를 잡았다. 당시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였다.
박성현과 함께 LPGA 에비앙 마스터스 대회에서 함께 짬을 내 포즈를 잡았다. 당시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였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업'으로 사는 두 아들을 둔 엄마

-가정주부로서 스포츠마케팅 실무를 하기에 어려움이 많지 않나요.

“ 국내에선 아마도 결혼을 하고 애까지 있으면서 스포츠마케팅을 하는 여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다행히도 4대가 같이 살고 있는 우리 집안의 특별한 상황이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이 제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뒷바라지를 해주고 계십니다. 아이들 봐주는 것도 그렇구요. 여성이 사회에서 활동하는게 결코 쉽지 않으나 제 같은 경우는 집안에서부터 여러 세대가 같이 살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사회생활을 배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성으로서 스포츠마케팅을 하는데 장점과 단점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여성들은 섬세한 성격이 많아서 커뮤니케이션, 소통을 하는데 장점이 있습니다. 마케팅 업무가 사람들을 연결해 시장화하는 일이라 여성들에게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업무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선수매니저먼트는 공식적인 대회출전부터 사생활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근면성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여성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스포츠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 사실 제가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학생때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프로야구 관전을 즐겼으며 두산팀과 김동주 선수의 팬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우연히 세마스포츠마케팅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와 만나게 됐습니다.”

그녀는 외국어대 아프리카어 전공하고 남편과 함께 프랑스 리옹 2대학에서 광고기호학을 전공하며 6년반 유학생활을 했다. 석사학위를 마친 뒤 광고일을 하려다가 광고와 스포츠를 접목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갖고 세마스포츠마케팅 문을 두드렸다. 지난 2008년 일이었다. 이때 세마스포츠마케팅 이성환 대표이사를 만나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상무를 거쳐 올초 전무이사까지 승진을 하셨는데요.

“이성환 대표이사님의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 의견을 항상 귀담아 들어주시고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십니다. 특히 이 대표님은 아이디어가 특출나신 분이세요. 빅이벤트를 고안하실 때는 정말 옆에서 봐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처음에 열심히 대표님을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비즈니스 역량도 여러 회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터득해 나갔습니다. 12년이 됐지만 아직도 대표님과 함께 협의해나가며 전반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벤트를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 이벤트를 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벤트가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2010년 10월 여의도 현대카드 빌딩 앞에서 열린 조코비치-앤디 로딕 테니스 슈퍼매치 때의 일입니다. 코소보 태생의 조코비치는 어릴 때부터 전쟁과 가난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인듯 인간성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주 겸손하고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스타라기보다는 아주 착한 젊은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날 그 사람이 그자리에 있게끔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경험을 얘기해주세요.

“입사한 지 1년 쯤 된 2009년 이었을 겁니다. 첫 째는 프랑스에서 낳았고 둘 째를 막 낳을 무렵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 빅에어쇼, 스노보드대회를 하면서 출산을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 정신없이 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무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때는 뭐든지 하겠다는 열정을 갖고 달려들어 모든 일을 할 때였으니까요.”

-선수들과도 많은 고락이 있었습니까.

“선수 관리를 하다보면 희노애락을 같이 해야합니다. 2017년 박성현 프로가 LPGA US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할 때가 생각이 납니다. 승부의 중압감에 시달려 ”왜 이렇게 잘 안되지“하며 안타까워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겨 기어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평소 과묵하며 말을 아꼈던 박성현 프로는 스폰서의 고마움까지 말해줘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로서는 아주 고마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스포츠마케팅을 하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 같은 것은 있나요.

“모든 일도 그렇지만 스포츠마케팅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선수, 스폰서의 중간지점에서 조율을 잘 해야하고, 대회 운영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잘 해야하는 게 중요합니다.”

-1974년생으로 호랑이띠라고 소개를 하셨는데요.

“ ‘호랑이띠라면 태어난 시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낮에 태어난 경우라면 낮에 잠자는 호랑이처럼 무난하지만 밤에 태어났다면 좀 드센 기질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웃음) 저는 어느 쪽일 것 같습니까. 낮에 태어났습니다. 호랑이띠 여자도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 가정 생활에 충실하고 스포츠마케팅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제 모습으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스포츠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성환 세마스포츠마케팅 대표와 함께 실무진을 총괄하는 홍미영 전무이사가 지난 12년간을 선수 관리, 마케팅, 홍보 등에 힘쓰며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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