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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7-2 임수혁의 세뇌(洗腦)전법

2020-03-06 08:47

프로야구 손자병법]7-2 임수혁의 세뇌(洗腦)전법
프로야구 손자병법]7-2 임수혁의 세뇌(洗腦)전법

-그렇게 되도록 한 생각을 뇌리에 박힐 정도로 넣고 또 넣는다.

“뭐, 특별히 생각할 것도 없었어. 누가 좋을까하고 둘러보는데 눈이 딱 마주친거야. 눈빛이 형형하더라구. 내보내달라고 아주 갈망하는 눈이었어.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어. 그래 그냥 말해버렸지. ‘대타 임수혁’이라고.”

패색이 짙었다. 김명성 감독은 그래도 뭔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99년 롯데-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 9회초. 8회말 김종훈의 재역전 투런홈런과 이승엽의 솔로홈런으로 3득점한 삼성의 5-3 리드. 엎치락 뒤치락 긴 여정의 승부가 다시 삼성으로 기울고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롯데의 9회 공격은 6번 타자 공필성부터 임재철, 강성우, 김민재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이었고 삼성 마운드엔 특급 마무리 임창용이었다. 상황은 기대난망이었지만 김감독은 고삐를 잡아틀었다. 다행히 선두타자 공필성이 좌전안타를 쳤다.

1사 1루에서 다음 타자는 강성우. 하지만 김감독은 일찍부터 대타를 내세우자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누굴 내세우지. 그때 임수혁이 눈에 들어왔고 직감적으로 그를 선택했다.

직감적으로 선택했다는 임수혁. 과연 그것은 김감독의 순간적인 직감이었을까.

임수혁은 그날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어렵사리 이어 온 7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한 건 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러나 나서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선발이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결정적일 때 대타라도 나가자고 다짐했다.

임수혁은 팀이 연습을 시작하기 전부터 감독 앞에서 얼쩡거렸다.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면서 수시로 마주쳤다. 식사를 할 때도 근처에서 어슬렁거렸고 일이 없음에도 김감독 곁을 지나쳤다. 연습 때는 원기왕성하게 방망이를 휙휙 돌렸다. 덕 아웃에선 지근 거리에서 팀 경기를 응원하면서 감독과의 눈 맞춤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날 임수혁은 김감독이 대타감을 물색할 때 까지 적어도 열 두 번은 김감독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때문에 김감독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수혁의 잔영이 머물러 있었고 그래서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대타로 나간 임수혁은 지친 임창용의 공을 왼쪽 담장으로 넘겨버렸다. 5-5 동점을 이룬 2점 홈런이었다.

임수혁은 연장 11회초 1루 주자 임재철을 2루로 안전하게 보내는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켜 다음 타자 김민재가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역전 결승점을 터뜨릴 수 있도록 했다.

먼저 2게임을 내주고 4차전에서도 패해 1승3패로 코너에 몰렸던 롯데의 막판 3연승 뒤엔 반드시 한 건 해야겠다며 아무도 모르게 진행한 임수혁의 세뇌공작이 있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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