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B&W]도쿄 올림픽 개최 강행 의지를 보며

정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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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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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 모습〈사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세계 평화의 제전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에 팬데믹 징조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 도쿄 올림픽 정상개최의 최대복병으로 등장했다.

가장 최근의 소식으로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더라도 올림픽의 연기나 취소는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 정상개최 문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한참이 됐다. 지난달 21일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인 션 베일리(49) 런던시장 후보가 “런던에서 올림픽을 대체 개최하자”라고 주장해 첫 포문을 연 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연장자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 위원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지난달 2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너무 위험한 것으로 판명되면 IOC는 이를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옮기는 것보단 완전히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문제가 IOC로 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내에서도 비관적인 의견이 나왔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직 일본 후생노동상이 도쿄 올림픽의 개최 중지나 취소하는 시나리오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하시모토 올림픽 담당 장관은 올해 내에 연기하면 괜찮다며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쿄 올림픽의 연기 혹은 취소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자 IOC는 4일(한국시간)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직접 "도쿄 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리는 만큼 선수들은 동요 없이 운동을 계속하라고 권장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른다며 연기나 취소에도 여지를 남겼다.

또 IOC 내에서는 “세계적인 방송사들이 도쿄 올림픽에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 취소는 어렵고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이제는 "정상개최는 하되 올림픽 무관중"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오고 현실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이처럼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의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마치 1988년 서울 올림픽 데자뷰를 보는 듯 했다. 원인은 틀리지만 서울 올림픽도 개막 몇개월을 남겨두고 정상 개최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한쪽 끝에 붙어 있는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세계인들은 거의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혹 안다고 해도 남북이 대결해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고 독재국가라는 정도의 얄팍한 지식이 고작이었다.

당시 우리 대한민국은 큰 홍역을 치르는 중이었다. 1987년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민주화 선언이 있었고 이해 11월 25일에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은 서울 올림픽 참가에 대해 입을 닫고 있었다. 올림픽의 정상 개최까지 악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는 서울 올림픽 개막 두달여를 앞두고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출장 중이었다. 이때만해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한민국은 잘 몰라도 서울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올림픽 호스트 시티(host city)인 덕분이었다. '코리아'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쎄울'이라고 하면 '오! 올림픽'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꼭 묻는 말이 '쎄울에서 올림픽을 할 수 있느냐"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탈리아 TV에서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할때면 거의 대부분 화면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시위를 하는 장면들을 함께 내보내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가끔씩 북한 소식까지 곁들이는 바람에 마치 한국에서 곧 전쟁이 일어나거나 시위대들의 폭동으로 곧 올림픽이 취소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럴때마다 필자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절대로 전쟁은 없다. 올림픽이 시작하면 시위도 안한다"며 땀을 뻘뻘흘리며 변명을 하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유럽인들이 서울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왜, 그들의 시선으로 볼때 대한민국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1988년 올림픽 개최권을 나고야에서 서울로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올림픽 준비 과정부터 우호적인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조금만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이를 침소봉대해 보도하기에 바빴다.

일부러 흉물스러운 뒷골목을 영상에 담고 시위하는 장면을 거의 매일 뉴스 시간에 방송했다. 북한 위협은 최고의 소재였다. 공산권의 불참으로 또다시 반쪽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기사는 수시로 등장했다.

서울 올림픽이 개막 직전에는 우리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마련한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깜짝쇼'로 준비중인 성화 점화방법과 성화최종주자를 미리 보도해 김을 빼놓기도 했다. 이 바람에 막판에 성화 주자를 부랴부랴 교체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지난날들의 자신들의 행동은 아예 팽개치고 우리나라가 도쿄 올림픽 정상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일본 언론들을 보면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지금 상황에 쾌재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후쿠시마의 방사능, 욱일기 응원 문제는 우리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마음은 그렇지만 머리는 그렇지 못한것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기다려온 우리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눈에 어른거린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아시아인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를 내심 기대했다. 올림픽이 비록 전쟁으로 3번이나 취소되기는 했지만 결코 얼토당토않은 처음보는 병으로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의 논란을 보면서 고진감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려운 일을 견디고 나면 좋은 일이 온다는 뜻이다. 지금 전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신음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노력하는 우리나라처럼 도쿄도 모든 악재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기 기대한다.

그러나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욱일기나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전제를 붙이고 싶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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