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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개최할 수 있을까' 도쿄올림픽 고민 깊어간다

2020-02-27 14:46

도쿄올림픽 로고.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로고. 사진=연합뉴스
도쿄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0여년동안 대한체육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제스포츠 업무 활동을 한 윤강로 한국스포츠외교원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에 많은 역할을 했다. 한국스포츠의 대표적인 외교통인 그는 한국이 두 올림픽을 유치하는데는 특이한 지정학적,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여러 고충과 어려움이 따랐다고 자신의 저서 ‘총성없는 전쟁(발로 뛴 외교)’에서 털어 놓았다.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1년전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북한의 테러 위협이 증가하면서 IOC 내에서 서울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제기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동계올림픽에 적당하지 않은 기후와 자연생태계 파괴문제 등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테러,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환경위험 등 여러 문제가 검토되기도 한다”며 “IOC는 비정치적인 비전을 갖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럽게 정치적인 접근으로 올림픽 문제을 해결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7월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5개월여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올림픽 개최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전염병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조직위와 IOC는 지난 1월 코로나 사태가 처음 발생할 때만해도 느긋한 분위기였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때 지카 바이러스의 발병으로 일부 국가와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불참했으나 정상적으로 개최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월들어 코로나 사태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이탈리아 등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인식했다.

일단 일본 관계자들은 도쿄올림픽 계획에 변경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림픽 성화 봉송이 예정대로 3월 중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IOC도 현재 올림픽이 계획한 대로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에서 열릴 예정인 골프 대회와 프로축구 등 여러 스포츠이벤트가 질병 감염을 우려,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되며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개최 문제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IOC서도 최고참인 딕 파운드 캐나다 IOC위원이 25일 “IOC가 올해 올림픽 기간 동안 공중보건에 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오는 5월 말까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될 경우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여러 선택지에 따라 정해질 수 있을 것이 라고 윤강로 원장 등 국제스포츠에 정통한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 변경, 올림픽 취소, 올림픽 연기, 선수만 출전하는 등 4가지 방법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먼저 올림픽 개최지 변경은 최근 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들 가운데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하계올림픽을 치렀던 런던과 많은 올림픽 시설을 갖춘 LA 등이 유력하다. 런던시장 후보가 최근 “도쿄올림픽을 런던에서 개최하자”며 선거공약으로 제시해 논란을 빚었으나 이는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니라는 분위기이다. 비록 올림픽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2003년 여자월드컵이 코로나 사태와 비슷한 사스 사태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개최된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이 취소된 건 지난 1916년, 1940년, 1944년 등 제1,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올림픽 취소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수십억 달러의 방송중계권 등으로 복잡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로 올림픽 개최를 연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프로스포츠와 각종 아마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 등과 중복돼 올림픽 일정을 잡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개인 건강과 환경유지를 위해 관중없이 선수만이 출전하는 올림픽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비공개 행사로 선수들만 출전하고 TV로만 경기를 시청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도 전 세계 수천명의 선수단이 경기장에 모이면 공공 안전에 대한 문제가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 사태로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전염병이라는 돌발변수를 어떻게 넘어설 지, 그 피해가 확산될수록 더욱 의문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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