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5 선동열 옥쇄전략(玉碎戰略)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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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2-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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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5 선동열 옥쇄전략(玉碎戰略)

-옥처럼 아름답게 깨져 부서지다. 강한 적을 끌어들여 함께 죽다.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 가볍게 맥주 7병을 나누어 마셨다.
모처럼의 만남, 내일 경기가 있지만 그대로 헤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시내에서 이럴 게 아니라 교외로 나가자”

“그러자”

고려대 동기동창인 선동열과 정삼흠.
대학 졸업후 해태와 LG로 나뉘어 지는 바람에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이나 광주에서 가끔 보지만 매번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대학 때처럼 거나하게 한 잔 걸치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LG가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미리 도착한 덕분에 짬을 냈지만 화요일 경기가 낮 경기여서 퍼질러 앉아 놀 수는 없었다.
더욱이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다음 날 선발이었다.

상황은 편치 않았지만 두 친구는 내일 일은 잊어버리고 술잔을 주고 받았다.
한 병, 두 병 소주병이 쌓이더니 어느 새 14병이나 되었다.

어지간히 취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만 마시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창 때의 젊은 투수들. ‘그만 마시자’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함께 마시면서 서로가 다음 날 선발이라는 것 까지 알고 난 터여서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소주병이 쌓이는 만큼 시간도 흘렀다. 밤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헤어질 시간이었지만 두 친구는 질세라 3차를 외쳤다.
다시 시내 술집으로 향했다. 선동열도, 정삼흠도 죽을 맛이었지만 정삼흠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같은 컨디션이라면 선동열을 이길 수 없다. 동열이에게 지더라도 난 손해 볼 게 없다.
그렇다면 동열이를 술로 먼저 쓰러뜨리자. 술로 망가진 동열이 공쯤은 우리 타자들도 어렵지 않게 쳐낼지도 모르지.
어차피 죽을거면 같이 죽고 말자. 혹시 술김에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정삼흠의 동귀어진 옥쇄전략.

이번엔 양주병이 동나기 시작했다. 7병이 나가 떨어졌다.
8병째를 시키자 술집 주인이 울상을 지으면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둘은 마지못해(?) 자리를 파했다. 새벽 2시였다.
12시간여 동안 두 친구가 들이킨 술은 맥주 7병, 소주 14병, 양주 7병이었다.

그 새벽으로부터 12시간 후 두 친구는 선발마운드에 올랐다.

취중혈투. 하지만 선동열도, 정삼흠도 선발로서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정삼흠의 옥쇄작전은 결국 실패였다.
선의 공은 회가 거듭될수록 위력을 더했다. LG타자들은 그의 공을 쳐내지 못했다.
정삼흠의 공도 만만치 않았다.

둘은 술을 마시듯 똑같이 마운드에서 버텼다. 그러나 결국 정삼흠이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무려 7회였다.
선동열은 9회까지 완투하며 2-0 승을 거두었다. 정삼흠이 혀를 내둘렀지만 괴롭기는 선동열도 마찬가지였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삼흠이가 웬만큼 던지고 내려가면 저도 그럴려고 했는데..공을 또 왜그렇게 잘 던지는지”

술 먹은 티 내지않으려고 참고 참고 또 참으며 던진 공.
두 친구는 그날 이후 선발 전날에는 절대 폭음을 하지 않았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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