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4- 선동열과 사제갈주생중달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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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2-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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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4-선동열과 死諸葛走生仲達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쫒다. 원전 삼국지.

선동열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7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지만 빙그레 김영덕감독은 낙담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고 원투펀치인 한희민과 이상군을 뒤로 빼돌려놓았기 때문이었다.

1988년 해태 타이거스와 빙그레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해태는 당연히 선동열이 선발이었지만 빙그레는 예상 밖으로 이동석이었다.
무게에서 한참 차이 나는 매치였으나 빙그레 김영덕감독은 선동열은 누가 나서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기껏해야 4선발급인 이동석을 맞드잡이로 내세웠다.

결국 지겠지만 이동석이 시즌 초인 4월 17일 경기에서 선동열을 상대로 노히트노런 경기를 하며 1-0으로 이긴 바 있어 ‘혹시’ 하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6회 1점, 7회 또 1점을 내주는 바람에 승부는 2-0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선동열은 7회까지 매회 탈삼진, 선발전원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14 탈삼진 행진으로 시리즈 신기록을 작성하며 완봉승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8회 1사 1루에서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갔다. 119의 공이 다소 많긴 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른쪽 중지에 물집이 잡혀 더 이상 던지기가 힘들었다.

선동열에게 1차전을 졌지만 선동열을 부상, 아웃시켰으니 빙그레로선 성공적이었다. 부상 상태가 의외로 심각했다.
남은 시리즈에서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해태 김응용감독이나 선동열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선동열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손가락 물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손을 치켜들었다. 모두들 그런가했으나 사실 선동열이 들어올린 손은 공을 던지는 오른 손이 아니라 왼손이었다.

기자회견장의 어수선한 틈을 타 얼른 올렸다내려 대부분 눈치 채지 못했다.

4차전을 승리하며 회생의 기회를 잡은 빙그레 김영덕감독은 5차전마저 잡아 해태를 강하게 몰아 붙였다. 그러나 6차전이 심히 걱정이었다.
선동열 선발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선동열의 손가락부상이 의외로 깊은 탓인지 선은 1차전 후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틈틈이 불펜피칭을 하며 김영덕감독과 빙그레 타자들의 기를 죽였다.

피할 수 없는 6차전. 빙그레 타순은 철저히 선동열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오른 것은 1차전 세이브에 3차전 승리투수인 문희수였다.
김응용해태감독은 선동열을 마무리로 쓸 계획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빙그레는 그래도 만만한 문희수를 상대를 점수를 뽑아야한다며 서둘렀다.
선동열이 나오기전 이겨놓아야 하기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응용감독은 끝내 선동열을 내놓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못한 것이었다. 선동열이 손가락 물집은 상당히 심했다. 남은 시리즈에서의 등판은 불가능했다.
죽은 공명이 목각인형을 내세워 사마중달을 속여 패퇴시켰듯 김응용감독은 출전할 수 없는 선동열의 불펜 시위로 빙그레의 김영덕감독을 물리친 것이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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