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김응용의 성동격서(1)

김응용의 성동격서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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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2-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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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함성소리가 높아 적의 공격이 시작된것인가 싶어 대비하는데 갑자기 서쪽으로 치고 들어온다. 동한시대 반초가 흉노를 칠때 쓴 계략.

시시콜콜 다 지시하고 다녀봤자 효과가 없었다. 이미 머리가 굵을대로 굵은 프로선수들이어서 잔소리는 오히려 역효과였다.
단 한방으로 그들의 기를 꺾어놓아야 했다.

기질이 남다른 해태 선수들. 새로 부임한 김응용감독은 조용히 팀 탐색에 들어갔다. 개성파 김동엽감독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 터라 나름대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선수들 역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동계훈련 첫 날. 김감독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온종일 심술궂은 표정으로 인상만 잔뜩 썼다. 침묵속의 동계훈련이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났다.
처음 김응용이라는 이름 석자에 겁을 먹기도 했던 선수들은 그런 날이 계속되자 더 이상 감독을 쳐다보지 않았다. 훈련중에 더러 장난을 쳤고 얼어붙었던 분위기도 많이 느슨해졌다.

김감독은 여전히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었다. 덕아웃에 곰처럼 웅크리고 앉아 장작불이 타고있는 드럼통만 껴앉고 있었다.
일주일여가 지난 어느 날 오후. 덕아웃쪽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났다. 김감독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장작불 드럼통을 냅다 차버린 것이었다.
드럼통이 나가 떨어졌고 그 안에서 신나게 타고있던 불장작들이 사방으로 날았다. 훈련하면서도 감독을 곁눈질하던 선수들은 깜짝 놀라 동작그만 상태가 되었고 코치들은 혼비백산, 김감독쪽으로 뛰었다.
불통을 걷어찼으니 보통 일은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벌어 질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모두 얼어붙은 채 김감독을 쳐다봤다. 하지만 김감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문을 소리나게 걷어차더니 그 큰 덩치를 흔들며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우리 감독이 무지하게 화 난것 같은데..."
"이제 큰 일났다. 화나면 물불 안가린다는데. 저 큰 주먹에 한 방 맞기라도 하면 그냥 뻗고 말텐데..."

호떡집에 불 난듯 훈련장이 어수선했다. 구석구석 모여 수근거리기만 했다.
다음날, 김감독이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운동장은 이미 훈련 열기로 가득 찼다. 단 한명의 예외없이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열심히 던지고 때리고 달리고 있었다. 선수들의 머릿속엔 자칫 본보기로 걸렸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 첫 희생양이 되지말자고 해서 뜨거워진 그 겨울의 자진훈련. 김응용감독은 그저 팔짱 끼고 무게만 잡았지만 해태는 부쩍 강해졌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단골 우승팀의 첫 우승 문을 열었다.

"한 두 선수 야단쳐 봤자야. 그렇게 '쇼' 한 번 하고나면 전체가 약발을 받는데. 누구에게나 훈련은 지겨운 것이고 조금씩은 게으름 피게 되어있지. 그래서 모두 속으로 나때문에 감독이 저렇게 화 났을지도 모른다며 열심히 하게 되지"
타고 난 덩치와 인상을 활용한 김응용의 지략. 그것이 선수들을 한 방에 잡기위한 계산된 행동임을 알게 된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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