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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소리] '거액 스타 모시기는 그만!' 스타 등용문으로 거듭난 한국오픈

2018-06-25 13:40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에 합류했던 최호성. 사진=KPGA 제공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에 합류했던 최호성. 사진=KPGA 제공
[천안=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최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는 세계적인 톱스타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세계적으로 눈길을 끄는 스타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오픈은 1990년 코오롱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국제화를 꾀했고, 그 일환으로 세계적인 톱스타 선수들을 초정하기 시작했다.

1990년 당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4승을 거둔 스코트 호크(미국)를 첫 초청 스타로 2001년에는 PGA투어 메이저 7승의 닉 팔도(잉글랜드), 1999년에는 PGA투어 메이저 대회 디오픈 우승자 폴 로리(스코틀랜드) 등을 초정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타들의 이름 값이 더욱 올라갔다. 2002년에는 당시 유럽골프의 신성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초청했고, 2003년에는 PGA투어의 악동 존 댈리(미국)과 로라 데이비스(영국)를 초청해 남녀 최장타자들의 성대결을 성사했다.

이어 2007년에는 비제이 싱(피지) 2009년에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2011년에는 리키 파울러(미국)와 매킬로이가 동시에 출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매킬로이는 2009년, 2011년, 2013년 등 무려 3차례 코오롱 한국오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레티프 구센, 마이크 위어, 아담 스캇, 버바 왓슨, 앤서니 킴, 이안 폴터, 이시카와 료, 저스틴 로즈 등 수 많은 스타들이 한국오픈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다소 모순적인 점이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은 '내셔널타이틀' 대회임에도 매번 자국 선수들이 아닌 해외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매번 대회 결과와 성적보다는 초청 선수들의 몸값이 더 궁금증을 유발했고, 실제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한국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리 매킬로이. 왼쪽부터 이창우, 김대섭, 로리 매킬로이, 김태훈, 김민휘. 사진=마니아리포트DB
2013년 한국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리 매킬로이. 왼쪽부터 이창우, 김대섭, 로리 매킬로이, 김태훈, 김민휘. 사진=마니아리포트DB

주최측인 코오롱은 이를 문제시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초청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몸값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이동과 숙소 등 신경 써야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이어 "'톱스타 모시기 보다는 자국 선수들을 더 우선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 초청은 없어졌고, 현재는 PGA투어 멤버인 한국 선수라도 초청료 없이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즉, 이번 대회에 초청료를 받고 뛴 선수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후 코오롱 한국오픈은 '내셔널 타이틀'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권위를 갖추려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출전권이다. 갖은 노력끝에 지난해 한국오픈은 디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로 부터 2명의 디오픈 출전자 자격을 받았다. 이에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디오픈에 나갈 수 있었고, 만약 1위와 2위가 이미 출전권이 있을 경우 차상위 선수에게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디오픈의 공식 예선 대회로 선정되면서 2장의 출전권을 받았다. 이는 한국오픈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디오픈 대회 출전권을 가진 경우라면 8위 이내의 차상위 2명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원아시안투어가 아닌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하면서 출전 선수들이 대회 성적에 따라 배점받는 세계골프랭킹(OWGR) 포인트도 높아졌다.

또한 초청 선수들의 몸값으로 쓰이던 비용은 상금 증액으로 이어졌고, 컷 탈락한 선수에게도 선수 지원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지급하는 코오롱 머니 제도를 만들어 시행중이다.

2014년에는 예선전도 개편됐는데, 2014년부터는 매년 1, 2차에 걸쳐 예선전을 치른다.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내실을 다지자 비로소 '선수들이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됐다. 이는 올해 18명의 출전 선수를 선발하는 이번 대회 예선전에 무려 672명이 출전했다는 것이 뒷받침한다.

2018 한국오픈 준우승자 박상현과 우승자 최민철이 디오픈 출전을 확정지었다. 사진=KPGA 제공
2018 한국오픈 준우승자 박상현과 우승자 최민철이 디오픈 출전을 확정지었다. 사진=KPGA 제공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스타 등용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드도 없던 장이근이 원아시안투어 시드로 이 대회에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장이근은 이 대회 우승으로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출전권을 획득했고, 결과는 3오버파 공동 44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고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으로 KPGA투어 우승자 시드를 확보한 장이근은 이후 KPGA투어 메가오픈에서 72홀 최소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새로 작성하며 시즌 2승을 거둬 차세대 스타로 거듭났다.

스타 배출은 올해 역시 계속됐다. 올해 코오롱 한국오픈을 뜨겁게 달군 선수는 바로 공동 5위로 경기를 마친 베테랑 최호성(45)이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전념했던 최호성은 이번 대회 1, 2차 예선전을 거쳐 12위를 차지했고, 본선 무대에 나섰다.

2014년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최호성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도약에 성공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호성의 경기 장면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오롱 한국오픈이 아시안투어와 공동으로 주관하면서 아시안 투어의 인터내셔널 파트너 방송국을 통해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 때문에 최호성의 특유의 샷과 화려한 세레머니 동작은 세계적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골프 채널, 골프 위크, 골프 닷컴, 골프다이제스트 등 미국 골프 전문 매체들과 호주 일간지 해럴드 선 등은 최호성의 스윙을 보도했고, 이를 접한 세계 랭킹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 PGA 멤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도 자신의 SNS를 통해 '따라해봐야겠다'며 반응을 남겼다.

변화를 꾀한 지 4년 만에 스타 양성소로 자리를 잡고 있는 코오롱 한국오픈은 이에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또 다른 PGA투어 메이저대회 예선전 선정에 도전하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이 '내셔널 타이틀 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국 선수들을 스타 선수로 양성해 꿈의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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