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 스웨이디, 로봇 타고 세상과 맞서는 래퍼

<힙합 릴레이>. 32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우디고차일드가 지목한 스웨이디입니다. <편집자 주>

스웨이디(Sway D, 본명 송석현)는 다소 엉뚱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아티스트다. 2013년 하이라이트레코즈 컴필레이션 앨범 '하이-라이프(HI-LIFE)'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으로 계기로 힙합씬에 정식 첫 발을 내디딘 스웨이디는 그간 다이나믹듀오, 팔로알토, 스윙스, 오케이션 등 다양한 아티스들의 곡을 프로듀싱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비프리와 프로젝트 그룹 '그린클럽'을 결성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자신이 직접 구상해 만든 로봇 '윈드카이저(Wind Kaizer)'가 등장하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곡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힙합씬의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자전적 이야기를 녹인 '지샥(G-Shock)'을 발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진중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하이라이트레코즈 사옥에서 만난 스웨이디는 첫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근황을 밝히며 "힙합씬의 새로운 개척자가 되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소개를 부탁한다.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스웨이디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디고차일드의 지목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관련기사 : "뿌뿌뿌뿌~ 우디고차일드표 긍정에너지 전할래요")
"일종의 스포일러를 한 것 같다. 현재 작업 중인 저의 솔로 앨범에 우디(우디고차일드)와 함께 작업한 곡이 들어갈 예정이다. 곡에 대한 얘기는 아직 자세히 할 수 없다. 추후 앨범이 나오면 들어 달라. 좀 오글거리지만, 우디가 원래 저의 팬이었다더라. 저 역시 우디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리듬파워 행주 형과 친분이 있는데, 형이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아티스트가 있다며 우디를 추천한 적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스웨이디(Sway D)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활동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
"'스웨이(Sway)'가 흔들리다, 정복하다, 휘몰아치다는 뜻으로 쓰인다. 노래 가사에 '허리케인'을 자주 쓰면서 시그니처처럼 밀고 있는데, '허리케인으로 제 꿈을 휘몰아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D)'에는 드림(DREAM), 듀티(DUYY), 드라이브(DRIVING) 등 여러 가지 좋은 의미들을 넣었고."

-'허리케인', '슈퍼 그레이트' 등 강렬한 느낌의 단어를 자주 쓰는 이유는.
"어느 날 친구와 말장난으로 '허리케인!'이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너무 꽂히는 거다. 가사에도 넣어 봤는데 귓가에 계속 맴돌아서 자주 사용하게 됐다. 원래 허리케인은 모든 걸 앗아가지만, 저의 허리케인은 긍정의 허리케인이라 부정의 허리케인에 맞서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만들 때 만화 속 주인공이라는 상상을 하는 편이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 때 조금 더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는 로봇도 등장하더라.
"'윈드 카이저'라는 로봇이다. 제가 직접 디자인을 했고,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동갑내기 친구인 스컴주드가 업그레이드 작업을 도와줬다. 어릴 때부터 로봇을 엄청 좋아했다. 로봇의 파일럿이 되는 게 꿈일 정도였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만화가가 꿈인 시절도 있는데 만화 같은 세계관이 담긴 앨범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윈드카이저'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달라.(미소)."

-만화의 세계관에 대해 조금 설명해달라.
"현실 세계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만화 속에서 악당으로 비유했다. 만화 속 주인공 이름이 '슈퍼 그레이트 허리케인'인데, 그 주인공이 로봇 '윈드카이저'를 타고 그 악당들과 맞서는 내용이다."

-실제 이름인 '석현이'도 가사에 자주 등장하던데.
"'가와사키'라는 노래를 냈을 때 그냥 제 이름을 불러봤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석현이'라는 이름을 친근하고 재밌게 느끼시더라. 그래서 한동안 자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제 이름을 울부짖는 건 이제 질렸다. 간혹 들을 수는 있겠지만."

-힙합 음악에는 언제 꽂혔나.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포크 록을 좋아했었다.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편인데, 당시 친구들의 영향으로 힙합 음악을 접하고 멋지다고 느꼈고, 인생에 확 유입되었다. PC방에서 친구와 게임하다가 갑자기 친구와 '집에 가서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fl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을 받아서 만든 게 작업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엔 모든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집에서 음악 만들고, 크루 같은 걸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 기억들을 뭔가 오피셜하게 정리하기 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사교육으로 피아노를 조금 배웠었고, KBS 합창단도 했었다. 초등학교 때 성악도 잠시 했고. 중학교 때는 포크에 빠져서 기타를 쳤다. 자잘하게 해뒀던 것들이 지금 음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정식 데뷔는 언제라고 할 수 있나.
"하이라이트레코즈 컴필레이션 앨범 '하이-라이프'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 정식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비트 만들고 가사 쓰고 하다가 프로듀서로 먼저 데뷔하게 됐다. 제가 부산 출신인데, 하이라이트레코즈 형들이 공연을 위해 부산에 왔을 때 직접 숙소로 가서 음악을 들려준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괜찮은 비트를 몇 개 메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고, 그 후 1년 뒤 연락을 해주셔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그 작업으로 계기로 하이라이트레코즈 일원이 됐다.
"오고 싶었던 곳이고, 오고 난 뒤 한 번도 다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이라이트레코즈에 들어온 뒤 제 인생은 바뀌었다. 회사 슬로건이 '마이 라이프 브라이트(MY LIFE SO BRIGHT)'인데, 제 인생이 브라이트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싱글 '지샥'에 대해 얘기해보자. 유명 시계 브랜드를 소재로 한 곡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지금의 회사와 계약 성사 단계에 있을 때였다. 그전까지 너무 저만 생각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계약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문득 생각해보니 가족이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든 기억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어머니가 들었을 때 거부감 없는 선물 같은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전까지 표현법이 세고 거칠고 투박한 편이었거든. 그러던 중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가 쥐샥이다. 개인적으로 쥐샥을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떠오른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생일선물로 사주신 시계라 애착이 강하다. 회사와 계약 후 어머니께서 또 한 번 축하 선물로 사주신 시계이기도 하다."

-해당 브랜드 측으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았다고.
"그렇다. 지금도 그 시계를 차고 있다. (미소). 회사 이사님의 도움이 컸다. 이사님께서 제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셨고, 쥐샥 측이서 같이 해보자는 좋은 피드백을 줬다. 뮤직비디오 속 어린 아이가 차고 있는 시계도 협찬을 해준 거다. 이전 발표곡인 '올라가' 뮤직비디오에도 로봇 '윈드카이저'가 쥐샥을 차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쥐샥 측에서 흥미롭게 여긴 것 같다. 언젠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이뤄져서 기분이 좋다."

-강력한 트랩 사운드부터 힙합포크송까지, 곡 스타일이 다양한 편이다.
"지금 발표하고 있는 곡들은 2년 전쯤 첫 앨범 구상을 시작할 때 순간순간 스케치해두었던 곡들이다. 순간순간의 상황과 감정을 곡에 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게 구상한 곡들을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완성시켜 발표하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내고 있다고 보시는 하다. 설명을 보태자면, 예전에 비프리와 그린클럽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앨범을 낸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작업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에 나온 노래들의 경우 스타일이 비슷비슷했다."

-아, 그린클럽으로 다시 앨범을 낼 계획이 있나.
"일단 지금은 비프리 형이나 저나 각자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또 상황이 맞으면 내지 않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더콰이엇 형과 작업한 '슈퍼 그레이트(Super Great)'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롤모델로 삼은 더콰이엇 형과 같이 작업해보는 게 꿈이었다. 어마어마한 느낌의 곡 제목을 짓고 딱 생각난 사람이 더콰이엇 형이기도 했다. 이 곡을 작업할 때가 하이라이트레코즈와 계약하기 전쯤이었다. 당시 팔로알토 형에게 연락처를 받아 더콰이엇 형에게 곡을 들려줬는데, 흔쾌히 랩 하기 편한 스타일의 곡이라며 승낙하고 벌스를 보내줬다. 그렇게 피처링을 받고 2년이 지난 뒤에야 곡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너무 늦게 발표해 더콰이엇 형에게 미안한 마음도 조금 있다."

-스웨이디에 대한 힙합 팬들의 평가가 점차 좋아지고 있더라.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그런 좋은 반응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처음 래퍼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시기엔 저의 음악이 장난스럽다고 느끼신 분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나아졌다. 저 스스로도 갈수록 감정적이지 않고 프로답고 진중하게 음악을 대하려고 노력 중이고,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정성스럽게 음악을 만드는 중이다."

-래퍼 스웨이디가 아닌 인간 송석현은 어떤 사람인가.
"생각이 너무 많은 편이라 친구들이 '진지충'이라고 놀린다. 또 중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완전 들떠있거나 완전 차분한 상태이거나 둘 중 하나다."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처음으로 정규 앨범 형태의 앨범을 준비 중이다. 앨범의 콘셉트는 '슈퍼그레이트허리케인'인 스웨이디가 '윈드카이저'를 타고 세상과 맞서는 것이다. 음악 자체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제 세계관과 맞물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 한다. 컨셉슈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수록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발매한 싱글 4장의 방향성을 보면, 정규앨범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예측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나.
"지구에서 새로운 파이오니아(Pioneer, 개척자)가 되고 싶다. 저만의 감성으로 정말 신선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 위즈 칼리파, 더콰이엇, 팔로알토, 비프리, 빈지노, 스윙스, 도끼...저만의 어벤져스들은 모두 개척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현 시점에서 스웨이디의 목표는.
"지금 타고 다니는 차 이름을 '스웨이디 모빌'이라고 정했다. 그 '스웨이디 모빌'을 '슈퍼 스웨이디 모빌'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미소). 쉽게 말해 멋진 차를 사는 것이다. 그리고 월드 와이드한 아티스트가 되어 하이라이트레코즈가 더 세계적인 회사가 되는 데 제가 한 몫 기여하고 싶다."

-스웨이디에게 힙합 혹은 음악이란.
"허리케인. 태풍처럼 저에게 왔고, 저와 함께 태풍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 그만큼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다."

-2018년 <힙힙 릴레이> 인터뷰 첫 주인공이다. 올해 힙합씬은 어떻게 흘러갈까.
"슈퍼그레이트한 허리케인이 힙합씬에 휘몰아 칠거다. 큰 태풍이 한번 휘몰아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다음 인터뷰 주인공을 지목해달라.
"슈퍼비를 지목하겠다. '올라가'라는 곡을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맺었고, 작업 당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특히 최근 슈퍼비의 첫 정규 앨범 '렙 레전드(RAP LEGEND)'를 정말 재밌게 들었다. 제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의 시작점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앞으로의 저의 행보를 많이 지켜봐 주시고 향후 나올 노래들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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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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