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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 하차 후폭풍… EBS '까칠남녀' 내일 녹화 취소

"내부서 대안 논의 중"

2018-01-16 14:59

고정 패널 은하선 작가 하차 통보, 다른 패널들의 보이콧 선언 등으로 결국 17일 녹화가 취소된 EBS '까칠남녀' (사진='까칠남녀' 캡처)
고정 패널 은하선 작가 하차 통보, 다른 패널들의 보이콧 선언 등으로 결국 17일 녹화가 취소된 EBS '까칠남녀' (사진='까칠남녀' 캡처)
EBS '까칠남녀'의 내일(17일) 녹화가 결국 취소됐다.

EBS '까칠남녀' 제작진은 16일 CBS노컷뉴스에 "내일(17일) 녹화가 취소됐다. 대안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BS 측은 '까칠남녀'에 출연 중인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 작가에게 녹화 4일 전 일방 하차 통보를 한 바 있다. 은 작가가 교육방송에 나오기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EBS 측은 당초 첫 회부터 10개월 넘게 한 회도 빠짐 없이 출연한 은 작가의 결격사유가 왜 최근에 화제가 됐고 내용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확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15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은 작가가 지난달 25일 SNS에 '까칠남녀' 담당PD 전화번호라며 퀴어문화축제 후원 번호를 올린 것과, 과거 SNS에 딜도(자위 기구) 사진을 게시한 것 등 2가지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은 작가는 이 같은 일방 하차 통보가 '성소수자 특집' 2부작(12/25, 1/1) 방송 전후로 EBS 앞에서 이루어진 반동성애 성향의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시위의 영향이라고 지적했고, "여성혐오이자 성소수자 혐오"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8. 1. 14. 은하선 작가 "까칠남녀 하차 통보,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

은 작가의 하차가 언론 보도로 알려진 후, '까칠남녀'에 출연 중인 손아람 작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현재 교수 3인이 녹화 보이콧을 선언했다. 언론연대 등에서 EBS를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고, #은하선_작가를_지지합니다 해시태그 공유도 이루어졌다.

◇ 하리수 "아직도 성소수자 인권은 전진 아닌 후퇴뿐"

하리수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EBS의 은하선 작가 하차 결정을 비판하며 은 작가를 지지했다. (사진=하리수 인스타그램)
하리수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EBS의 은하선 작가 하차 결정을 비판하며 은 작가를 지지했다. (사진=하리수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 연예인 하리수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은 작가의 하차 소식을 올리며 "데뷔 때가 벌써 17년 전인데 아직까지도 전혀 인권이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니…"라고 말했다.

하리수는 과거 2002 월드컵 축하공연 당시 바쁜 일정에도 공연 요청을 받아 준비했으나 축구협회 고위직이 트랜스젠더가 싫다며 무조건 취소하라고 했던 일화, 영화와 광고 취소 경험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정말 힘들게 혼자서 어려움을 겪고 싸우고 이겨내고 지켜온 지금 2018년인데 아직까지도 성소수자 인권은 전진이 아닌 후퇴뿐"이라며 "종영을 2회 남긴 시점에 지금껏 같이 해 온 패널을 갑자기 (반대세력이)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막말로 써먹을 때까지 단물 빼먹고 버리다니"라고 비판했다.

하리수는 "남 일 같지 않아서 참.. 은하선 씨 맘을 100%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하고 우리 같이 웃어요. 파이팅 해요!!"라고 응원을 전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는 16일 성명을 내어 "더 이상 TV에서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라고 밝혔다.

행성인은 "'까칠남녀'가 보여 온 성평등의 관점은 많은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방송에 신뢰를 갖도록 했고, 실제로도 방송에 나온 성소수자들의 모습은 당사자들에게 힘을 줬다. 이런 와중에 성소수자 패널 하차 결정은 '젠더 토크쇼'를 표방하며 성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온 프로그램의 의의를 제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EBS는 방송법이 정한 소수자 인권 보호의 원칙을 다시금 되새김으로써 일방적 하차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까칠남녀' 제작진에게 독립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보장하여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3월 27일 첫 방송된 EBS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는 그동안 여성의 체모, 피임, 졸혼, 김치녀 논쟁, 맘충(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 여성 징병제, 노브라, 낙태죄, 안전이별, 불법촬영(몰래카메라), 직장 내 성희롱, 결혼인턴제, 성폭행 최악의 판결, 맨스플레인(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태도) 등 다양한 젠더 이슈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내달 19일 종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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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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