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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녀' 패널들 "은하선 하차 반대"… 녹화 보이콧

SNS에선 #은하선_작가를_지지합니다 해시태그 운동 진행 중

2018-01-15 17:13

EBS '까칠남녀' 첫 회부터 현재까지 고정 출연 중이었던 은하선 작가가 갑작스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후 '까칠남녀' 패널 세 명이 녹화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EBS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하선 작가 페이스북, '까칠남녀' 캡처)
EBS '까칠남녀' 첫 회부터 현재까지 고정 출연 중이었던 은하선 작가가 갑작스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후 '까칠남녀' 패널 세 명이 녹화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EBS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하선 작가 페이스북, '까칠남녀' 캡처)
내달 종영을 앞둔 EBS '까칠남녀'의 은하선 작가가 EBS로부터 일방 하차 통보를 당한 가운데, '까칠남녀' 패널들이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녹화 불참을 선언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8. 1. 14. 은하선 작가 "까칠남녀 하차 통보, 명백한 성소수자 탄압")

'까칠남녀'에 출연 중인 손아람 작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문화연구소 교수는 15일 공동 성명을 내어 "EBS '까칠남녀'의 은하선 작가 하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까칠남녀' 담당 CP는 하차 결정 이유로 은하선 작가가 '방송 출연자로서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명백하게 성소수자의 입을 막아 존재를 지우겠다는 반동성애 집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까칠남녀'는 한국 사회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 온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의도에 맞지 않는 성급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출연자 이현재, 손아람, 손희정은 은하선이 없는 마지막 녹화 참여를 보이콧한다"고 전했다.

손 평론가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보이콧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보다 자세히 밝혔다. 손 평론가에 따르면 '까칠남녀' 출연진 일부는 제작진을 통해 사측에 '출연 보이콧' 의사를 전달하고 오늘(15일) 오전까지 답을 기다렸으나 별다른 답변이 없어, 의사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까칠남녀' 담당 CP가 '개인의 결격사유' 때문에 은 작가를 하차시켰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왜곡하시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손 평론가는 또한 "은하선 하차는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당한 성소수자 탄압"이라며 "저는 '여자'이자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까칠남녀'에 출연할 수 있었고, 발언 등에 있어 어떤 탄압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 평론가는 "'게이 남성은 버젓이 활동하는데 바이섹슈얼 여성은 하차한다'는 것은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손 평론가는 "출연진으로서 '까칠남녀' PD 및 작가진을 포함한 제작진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사측의 잘못된 판단을 비판하는 것이 제작진이 그동안 들여온 노력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시즌2가 제작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서, 확장성이 없어서' 종영한다는 CP의 인터뷰 내용도 동의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많은 이야기, 더 넓은 확장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많은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손 평론가에 따르면 정치 팟캐스트 '청정구역'에 출연해 '까칠남녀' 출연진과 제작진을 비난한 패널 정영진은 제작진의 요청과 본인의 의지로 하차했다. 손 평론가는 '정영진은 남고 은하선만 하차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 언론연대 "은하선 하차 결정, 성소수자에게 숨어 살라고 하는 것"

지난 1일 방송된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2부 (사진='까칠남녀' 캡처)
지난 1일 방송된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2부 (사진='까칠남녀' 캡처)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도 같은 날 성명에서 은 작가 하차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언론연대는 "자신이 바이섹슈얼임을 커밍아웃한 은하선 작가는 EBS '까칠남녀' 내에서 성소수자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왔던 인물이다. 그 같은 은하선 작가를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항의에 타협하듯 하차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할 방송('방송법' 제6조 5항)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성소수자들이야말로 젠더 이분법 범주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계에 있는 증인들"이라며 "'까칠남녀'가 '젠더'를 표망하면서 은 작가를 강제하차시킨 것은 그 자체로 모순돼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조용히 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떠들어야 한다"고 말한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에 나왔던 김보미 씨의 발언을 인용하며 "EBS 역시 성소수자들에게 '조용히 살라', '숨어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 작가 하차 사태가) '아,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저들을 사회에서 안보이게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일 될 수 있다. 혐오세력들에게 공공의 장소에서 혐오를 외치라고 날개를 달아주는 결정이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인 이송희일 감독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EBS의 처사를 비판했다. 그는 "홍석천 씨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뽀뽀뽀'에서 강제 하차된 게 2000년이다. 우리 정서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18년 후 EBS '까칠남녀'에서 은하선 씨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강제 하차됐다"고 썼다.

이어, "18년 사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모양새는 그렇게 더 졸렬해졌다"며 "한국에 법적 효력이 있는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적어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저렇게 대놓고 직장에서, 준거지에서, 공동체에서 쫓아내는 일은 없지 않겠나.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이 나라는 온통 적폐 덩어리"라고 글을 맺었다.

현재 트위터 등 SNS에서는 EBS의 결정을 비판하는 이용자들이 '#까칠남녀_은하선_하차반대', '#은하선_작가를_지지합니다" 해시태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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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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