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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밌는 평창] 헐~ 대박 치열한 컬링의 수싸움

2018-01-15 05:50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컬링 대표 선수들이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컬링 대표 선수들이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헐~'

오래 전부터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도 널리 쓰이는 일종의 감탄사다. 주로 당황스러운 말을 듣거나 일을 겪었을 때 메시지로 쓰이거나 육성으로도 널리 쓰인다. 그 뒤에는 '대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오는 2월9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TV에서 '헐~'이라는 육성이 들리면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일반적으로 쓰이는 억양과는 다를 것이다. 스크린 안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긴박하게 움직일 것이다.

'헐~'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인 컬링 선수들이 자주 외치는 말 중 하나다. '서두르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hurry(허리)'를 짧게 줄인 말이다. 한국 선수들만 쓰는 것은 아니다. 외국 선수들도 '헐~'이라고 외친다.

컬링 경기를 보면 먼저 한 선수가 스톤이라 불리는 둥근 공 같은 물체를 빙판 위로 굴린다. 그 다음 빗자루 느낌의 브룸을 든 선수들이 얼음판을 닦는다. 이때 표적판으로 보이는 둥근 원 근처의 한 선수는 동료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한다. 그 중 하나가 '헐~'이다. 얼음을 빠르고 세게 닦으라는 뜻이다. 긴박한 순간이다.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작전 구호는 이 외에도 얼음판을 닦는 스위핑 동작을 하지 말라는 뜻의 '업', 서서히 하라는 '얍' 등이 있다. 빙판은 매끈하지 않다. 얼음 알갱이로 가득 하다. 그래서 스톤의 힘과 방향을 잘 보고 잘 닦아야 한다. 소통이 필수다.

선수들이 마이크를 차고 경기하기 때문에 현장의 소리가 잘 들린다. 지난 2014년 소치 대회 당시 '컬스데이(컬링+걸그룹 걸스데이)'로 불린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언니, 괜찮아요. 잘했어요"라고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컬링은 두 팀이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당 4명이 출전하고 후보가 1명씩 있다. 이들은 스톤을 던지는 순서에 따라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이라 불린다. 스킵은 가장 마지막으로 스톤을 던지고 그 전까지는 작전 지시 역할을 맡는다. 팀의 주장이자 사령관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컬링 대표 선수들이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컬링 대표 선수들이 공개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경기는 총 10엔드로 진행된다. 각 엔드에서 얻은 점수의 총점을 따져 승부를 가른다. 각 엔드마다 팀당 8번씩 스톤을 던진다.

하우스로 불리는 표적판에는 중앙에 가장 작은 원이 있다. '티'라고 부른다. 여기에 가장 가깝게 스톤을 놓는 팀이 각 엔드의 승자가 된다. 점수는 상대 팀의 스톤보다 '티'에 가까이 놓여진 스톤의 수만큼 얻는다. 작은 원 근처에 최대한 많은 스톤을 놓아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스톤을 밖으로 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뜻 '빙판의 알까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컬링을 '알까기'로 이해하면 관람이 편하다. 하지만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지고 체력 소모도 많은 경기다. 전략 전술을 잘 세워야 하고 경기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도 잘 펼쳐야 한다. 다득점을 노리는 전술과 상대 스톤을 밀어내는데 집중하는 수비적 전술 등이 있다.

각 엔드마다 후공이 절대적으로 유리한다. 특히 마지막 스톤이 매우 중요하다. 첫 엔드는 토스로 선공과 후공을 정하고 2엔드부터는 진 팀이 후공이 된다. 후공을 잡은 팀이 해당 엔드에서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우면 무승부를 노려 다음 엔드에서 후공을 유지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컬링이 겉으로는 '알까기' 같지만 실제로는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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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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