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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김주성의 은퇴 투어, KBL의 품격을 기대한다

2018-01-02 06:00

원주 DB 김주성 (사진 제공=KBL)
원주 DB 김주성 (사진 제공=KBL)
새해 첫날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전주 KCC의 경기는 1-2위 맞대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원주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KBL의 간판 김주성의 은퇴 투어를 알리는 첫 경기였다.

200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데뷔해 16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김주성. 프로 첫 해에 신인왕을 수상했고 2007-2008시즌에는 KBL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올스타전 MVP)을 차지했다. 사상 최초로 블록슛 타이틀을 차지한 토종 선수이자 역대 최다 블록슛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레전드다.

그런데 김주성의 올시즌 출전 시간은 평균 13분에 불과하다. 이상범 DB 감독은 올해로 만 39세가 된 김주성의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주로 후반에 뛰고 승부처에 코트를 밟는다. 김주성에게 양해를 구했고 그의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방식의 선수 기용이다. 김주성은 팀을 위해 흔쾌히 이상범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김주성은 제한된 출전 시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KCC와의 1-2위 맞대결에서도 그랬다.

김주성은 1일 KCC전에서 DB가 53-58로 뒤진 4쿼터 초반 3점슛을 터트렸다. DB는 기세를 몰아 스코어를 뒤집었다. 김주성은 DB가 69-65로 앞선 4쿼터 종료 3분8초 전 다시 3점슛을 림에 꽂았다. 79-70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포였다. DB는 다시 단독 1위가 됐다.

이날 경기는 은퇴 투어의 서막이었다. 원주체육관 코트에는 김주성의 등번호 32번이 새겨졌고 선수들의 유니폼에도 32라는 숫자가 찍혔다. 올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겠다고 밝힌 김주성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DB는 매경기를 기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KBL 사무국과 9개 구단들도 뜻을 모았다.

지난해 KBO 리그 삼성의 '라이언킹'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이승엽이 마지막 원정경기를 펼칠 때마다 뜻깊은 이벤트가 벌어졌다. 롯데는 아시아 홈런 신기록 달성 신드롬을 일으켰던 2003년을 떠올리며 순금 잠자리채를 선물해 기막힌 아이디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은퇴 투어가 아직은 낯선 프로농구에서는 '아는 형님' 서장훈이 코트를 떠날 때 일부 구단들이 서장훈과의 추억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개최해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김주성의 은퇴 투어는 2017-2018시즌 프로농구의 중요한 컨텐츠다. 김주성이 각 구단과의 마지막 원정경기를 펼칠 때마다 치열한 승부와는 별개로 의미있는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DB의 기획력이 워낙 좋았다. 이제 나머지 구단들이 적극 동참할 때다. 레전드를 어떻게 잘 예우하느냐는 그 리그의 품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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