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칭찬요정 최민식이 말하는 '침묵' 배우들과 정지우 감독

[노컷 인터뷰] 영화 '침묵' 임태산 역 최민식 ②

2017-11-05 22:35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 임태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 임태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은 약혼녀 유나(이하늬 분)이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미라(이수경 분)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좇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다.

박신혜, 이하늬, 류준열,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 등 영화 주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최민식과 연기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입을 모을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최민식에 대한 기대와 신망이 높았다.

하지만 최민식은 후배들의 들뜬 소감에도 멋쩍어했다. 오히려 '매력적인 아우들'과 작업하게 돼 기뻤고, 영화라는 작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반복해 밝혔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최민식은 오랜 시간을 들여 정지우 감독과 배우들 이야기를 했다. '칭찬요정'이란 별명을 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노컷 인터뷰 ①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침묵', 본인은 어떻게 연기했을까)

◇ "정지우 감독, 더 영글었다"

최민식은 영화 '침묵'의 장르가 최민식이라고 한 정지우 감독의 말을 기자가 옮기자마자 "아이~ 오버에요. 괜히 나한테 짐 지워주는 것 같아"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내 "고맙다. 믿음을 저한테 그런 식으로 표현하니… 촬영할 때는 '좀 잘 하세요. 장난만 치지 말고' 이랬는데"라고 덧붙였다.

"더 영글었어요. 더 영글어졌어요. 그러니까 '해피엔드' 때의 정지우의 모습은… 그 영화사가 청년필름이었다. 진짜 청년이었다. 그냥 아주 똑똑한 친구가 아주 날선 논리로 빈틈없이 영화 찍는 모습이었다. 근데 지금도 그렇다. 정말 더 노련해졌다. 능수능란해졌다. 그게 나쁜 쪽으로 능글맞다는 게 아니다. 이제 배우들,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그 테크닉이 있다. 열어놓는 거다, 귀를. 귀를 열고 다 듣는 거다. 옛날에 안 들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열린 태도가)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다.

'침묵'의 정지우 감독(왼쪽)과 배우 최민식이 모니터하는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침묵'의 정지우 감독(왼쪽)과 배우 최민식이 모니터하는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각기 이 사람들의 장점과 아이디어, 느낌을 취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결국 이게 얼마나 영악하고 똑똑한 모습이냐. 그런 모습들이 너무너무 여유롭다. 아주 현명한 거죠. 감독의 아주 중요한 덕목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갖추고 있다.

치열함이랄까.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능구렁이가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듣고 배려하고 결국 스태프, 배우들에게 확신을 갖게끔 돌려준다. 이게(영화가)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별 일이 다 생기는데 자기 고집은 그대로 살아있다. 반드시 해야 될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작가로서의 고집, 이런 것들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 든든해요, 진짜."

최민식은 "정 감독이 다작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 작품들도) 이렇다 할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래 회자됐다. 그런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니 참 반갑고 고맙더라. 만약 이 친구가 이상하게 변했다면 씁쓸했을 텐데"라고 밝혔다.

이어, "(18년 만에 만나는 게) 참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18년 뒤는 어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음엔) 우리가 좀 젊었을 때, 정신이 있을 때 다음에 근사한 걸로 한 번 붙자는 얘기를 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최민식이 말하는 배우들 "프로페셔널하다, 이쁘고 참 고마워"

최민식은 지난달 2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입이 마르도록 배우들 칭찬을 했다. 상대역으로 연인 연기를 한 이하늬에 대해서는 "연기에 반했다"고 했다. 류준열을 두고 저 나이 때 나는 그만큼 연기하지 못했다고 한 인터뷰도 유명하다.

후배들 칭찬을 많이 한다는 말에 최민식은 "제가 즐겨서 비유하는 게 있다. 만약 박신혜, 이하늬, 박해준 등 각자 배우들의 집이 있고 제가 들락날락해야 하는데 얘네들이 빗장을 딱 걸어잠그면 전 끝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되게 프로페셔널했다. 서로 마음을 열고 격려했다. 참 이런 게 당연한 건데 현실에서의 현장이 꼭 이렇지만은 않다. 어디선가 불협화음이 터지게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모인 것이니까 (합을 맞추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순 있다. 그래도 각자 직업의식으로 똘똘 뭉쳐서 '우리가 여기 왜 모였는지' 그 인식을 뚜렷이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여긴 영화동호회 모임이 아니다. 우리는 취미로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직업 배우로서 있는 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나도 살고 너도 산다는 프로페셔널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가.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쁘고 참 고맙다. 이제는 (후배들에) 묻어가야지. '야, 나 좀 끼워주라' 하고. (웃음)"

◇ 19살 차이 이하늬와의 연인 연기는 어땠을까

최민식은 '침묵'에서 실제로 19살 차이가 나는 이하늬와 연인 연기를 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은 '침묵'에서 실제로 19살 차이가 나는 이하늬와 연인 연기를 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임태산은 미모의 가수 유나의 약혼자다. 유나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달콤하면서도 깊은 눈빛을 보내는 중년의 남성을 최민식은 여유롭게 표현해 냈다. 어쩌면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조합이었음에도, 임태산은 진심을 다해 유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최민식은 "재벌 총수와 미모의 가수가 진실된 사랑을 공유한다는 설정이다. (임태산은) 나이도 많고 전처의 소생이 있다. 아무리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여자로서 얼마나 맘이 상충되는 게 있었겠나. (이하늬는) 그걸 표현해내야 했다"고 말했다.

유나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날, 미라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유나에게 문자를 보내 만나자고 한다. 그때 태산과 함께 있던 유나는 "내가 미라랑 잘 지내면 오빠는 그게 좋지?"라고 하고, 태산이 다녀오라고 하자 "왜 이렇게 오늘 서운하냐"고 말한다.

"유나 마음은 노력하겠다는 것이지 않나.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전처 딸이) 싫을 수 있는데 남자를 위한 큰 배려심으로 있는 거다. 남자가 '오늘 기념일이니까 같이 있자'고 하길 바라는데 (미라에게 신경 써 줘서) 고맙다고 그러지 않나. (웃음) 그때 '왜 이렇게 오늘 서운하냐'고 하는 거다.

근데 그걸 쫙 하더라. 처음엔 이걸 할 수 있을까 갸우뚱했는데 한 방에 하더라. 아주 미안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그렇게 (상대방이) 탁탁 해 주면 제가 정신 안 차릴 수가 없지 않나. 저만 잘하면 되지 않나. 우리가 (연기로) 표현할 때 경험했던 것은 적고 80%는 상상력에 의존한다. 가공의 시추에이션과 캐릭터를 같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그릇이 크다는 걸 느꼈다. 참 고맙다."

최민식은 '침묵'이 유나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되기에 두 사람이 애틋한 감정이 '기초공사'되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때 이하늬가 호연을 펼쳐서 시작을 흐름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대뜸 "이하늬 나한테 술 사야 되는데"라고 농을 던져 좌중을 폭소케 했다.

멜로 연기는 얼마 만에 한 것인지 묻자 최민식은 "모르겠다"며 "흑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굳이 멜로라고 하면 '파이란'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해피엔드'에서 저는 막판에 죽이기만 했으니까. 내 팔자가 이 모양 이 꼴이다"라고 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모처럼 해 본 멜로. 또 멜로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최민식은 "굳이 멜로라고 나누고 싶지 않다"며 "친구 사이의 우정이 됐든 가족이 됐든 '본질적인'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최민식은 "지금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 나이에 내 몸뚱아리로, 내 가슴으로 내 가치관과 나를 형성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아버지든, 누군가의 아들이든, 학창시절 이야기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지금 현재 이야기'에 출연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그러면서 "멜로는 저한테 오겠나, 그게?"라고 반문했다. 금세 주변이 웃음바다가 된 것은 물론이다.

권위를 세우기보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내내 웃음이 가득했던 즐거운 인터뷰는 마지막까지 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끝을 맺었다.

"반성을 많이 한다. 제 스스로가 옹골찬 캐릭터가 못 돼서 온갖 세상 잡념 다 하고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정신 칠렐레 팔렐레하는데 이런 친구들을 만나니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 ('침묵') 대사에도 있듯이, '절대 세상 혼자 못 산다.' 공동작업은 더더욱 사람한테서 자극을 받고 사람을 통해 달라져야 한다. 부처님처럼 오만 가지 잡생각을 해봤자 느는 건 술밖에 없다.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침묵'이) 참 감사한 작업이었다. 그것이 참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석에서 만나는 거하고 작업현장에서 만나는 거하곤 느낌이 다르다. 저는 그렇다. (영화는) 상대한테 되게 오래 남는 인상을 심어주고, 우리가 공유하는 부분을 치열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관계 반 이상은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속된 말로 띵가띵가하러 만난 게 아니다. 창작하는 사람들이고 연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로서 만나서 공유하는 부분들이 저는 오래 가야 된다고 본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