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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울린 휴스턴의 기적, 다시는 없을 전설급 명승부

휴스턴, 월드시리즈 5차전서 13-12 승리…커쇼, 4⅔이닝 6실점 부진

2017-10-30 15:53

다저스 울린 휴스턴의 기적, 다시는 없을 전설급 명승부
LA 다저스가 자랑하는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 서있었다. LA 다저스는 1회초에 3점을 뽑았고 4회초 1점을 추가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댈러스 카이클을 강판시켰다. 홈경기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카이클이 4회도 버티지 못했다.

2012년 이후 다저스 타자들이 마운드에 서있는 커쇼에게 4점 이상의 리드를 선물한 경기에서 다저스는 49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2승2패에서 시작된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은 그렇게 싱겁게 끝나는듯 했다.

아니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은 마치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한 치열한 접전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명승부 끝에 휴스턴이 다저스를 13-12로 눌렀다.

끝내기 승부가 나왔다. 알렉스 브레그먼이 롤러코스터 같았던 승부에 매듭을 짓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의 영웅이 됐다.

지난 LA 원정 2차전에서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던 휴스턴의 A.J 힌치 감독은 5차전을 마치고 "올해 월드시리즈 2차전이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5차전이 그걸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휴스턴이 커쇼 공략에 성공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휴스턴은 4회말 카를로스 코레아의 적시타 그리고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쿠바 출신의 율리 구리엘이 때린 3점홈런으로 순식간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다저스는 곧바로 반격했다. 4차전 결승타의 주역 코디 벨린저가 5회초 3점홈런을 때려 다시 7-4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커쇼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5회말 2사 후 조지 스프링어와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휴스턴의 간판 호세 알투베의 타석에서 커쇼를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에다는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7경기 9이닝동안 실점이 없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고 있는 알투베의 기세가 마에다를 능가했다. 알투베는 이날 경기 휴스턴의 두 번째 3점홈런을 쏘아올리며 7-7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월드시리즈 5차전의 스토리는 차고 넘겼다. 하지만 드라마는 계속 됐다. 갑자기 또 한명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휴스턴 중견수 스프링어였다.

7-7 동점 상황에서 시작된 휴스턴의 7회초 수비. 선두타자 저스틴 터너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키키 에르난데스의 번트 때 선행주자를 3루에서 잡아냈다. 휴스턴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반전이 벌어졌다. 벨린저가 1사 1루에서 때린 평범한 중전안타성 타구를 스프링어가 잡겠다고 몸을 날렸다. 너무 멀었다. 공은 뒤로 빠졌고 그 사이 1루주자가 홈을 밟았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던 휴스턴이 다시 7-8로 끌려갔다.

스프링어는 자신이 범한 실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동점 솔로홈런을 때린 것이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다시 상승세에 오른 휴스턴은 브레그먼의 안타와 알투베의 적시 2루타 그리고 코레아의 투런홈런을 묶어 11-8로 앞서나갔다.

양팀은 8회에 코리 시거의 적시타와 브라이언 맥캔의 홈런으로 1점씩 주고받았다. 휴스턴은 여전히 12-9로 앞서있었다.

다저스는 끝까지 반격했다. 휴스턴의 간판 불펜투수 크리스 데븐스키를 무너뜨렸다. 야시엘 푸이그가 9회말 투런홈런으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 크리스 테일러가 12-12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렸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휴스턴은 복수했다. 2차전에 이어 또 한번 다저스의 철옹성 마무리 켄리 잰슨을 공략했다. 10회말 2사 후 맥캔의 몸 맞은 공, 스프링어의 볼넷으로 만든 득점권 찬스에서 브레그먼이 좌전안타를 때려 2루 대주자 데릭 피셔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두 번째로 길었던 5시간17분의 싸움은 이처럼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브레그먼은 이전까지 한번도 끝내기 안타를 쳐본 적이 없었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포함해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월드시리즈의 최대 분수령에서 기록했다.

휴스턴은 이날 경기에서 무려 3번이나 동점을 만들었다. 0-4에서 4-4로, 4-7에서 7-7로 그리고 7-8에서 8-8로 쫓아갔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한 경기에서 3번이나 점수차에서 뒤졌던 팀이 승리한 경우는 역대 5번밖에 없는 진기록이다.

커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구리엘에게 얻어맞은 3점홈런으로 커쇼는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8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커쇼보다 많은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휴스턴은 3승2패 우위를 점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겼다. 다저스는 남은 홈 2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1988년 이후 첫 우승이 가능하다. 다저스로서는 2차전과 5차전,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뼈아팠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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