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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 조진웅, "고민하는 후배들? 강하게 키워"

[노컷 인터뷰 ②] "나는 연극배우…정체성 바뀌지 않는다"

2017-10-19 06:00

'대장 김창수' 조진웅, "고민하는 후배들? 강하게 키워"
"저는 좀 '츤데레'(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배우 조진웅을 만나면 눈길을 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배우에게도 뒤지지
않는 듬직한 덩치이고, 또 하나는 말맛이 깊은 풍부한 언변이다.

이런 그이지만 후배들에게 겉으로 다정하고 살가운 선배는 아니다. 다만 불평과 불만, 어려움을 다 들어주고 막힘없이 조언하는 선배로 살아가고 있다. 당시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그 직언이 아플지라도 결국 훗날에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상업영화 주인공을 두 차례 맡았으면 제법 주연 배우같은 '분위기'가 풍길 법도 한데 조진웅에게서는 그런 정제된 맛이 없다. 조금 거칠지만 꾸밈없는 이야기들이 그를 더욱 인간적인 배우로 남게 한다.


다음은 조진웅과의 일문일답.

▶ 원래 좀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조언도 많이 하는 스타일인가. 연기생활 시작을 연극에서 했고, 연극은 아무래도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 누구를 잘 챙기거나 그렇지는 않다. 힘들다고 하면 안아주고 그래야 되는데 그렇게는 잘 못한다. 오히려 혼을 내거나 화를 낸다.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굉장히 오래됐는데 속상하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 때 내가 '현실을 직시하고, 들이 받으라'고 하니까 펑펑 울었다. 그러다가 오기가 생기니까 벌떡 일어나서 또 힘을 내는 모습을 봤다. 그렇게 강하게 키우면 내가 뭐라고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게 아이들이 독해진다. (웃음) 나는 그런 게 훨씬 좋다.


▶ 스스로 다정하게 챙김 받았던 선배는 없나. 이번 영화에서는 그래도 다른 선배들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도 나눴을 것 같은데.

- 그러고보니 내가 기댔던 사람이 없다. 내 선배들도 대부분 나 같은 스타일이다. 가끔 연기 고민하는 후배들이 나랑 술먹으면 화내고 운다. 그러면 내가 '그렇게 연기하라고. 절실하니까 나오네!' 이렇게 얘기를 해준다. 요즘은 이런 거에 대한 반성도 많이 하고 있다. (웃음) 이번에는 그런데 처음으로 신정근(조덕팔 역) 선배한테 어리광을 부려봤다. 원래는 무서운 선배인데 큰 형처럼 다 안아주시더라. 속이 너무 깊으시다. 그런 걸 해보니까 좋더라. 아마 선배님은 내 얘기 들어주시느라 많이 귀찮았을거다.

'대장 김창수' 조진웅, "고민하는 후배들? 강하게 키워"
▶ 단독 주연작이 벌써 두 번째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준비를 해나갔나.

- 그냥 이것만 할거니까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이해를 하니까 언제 집에 오느냐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 집중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준비하면서 궁금한게 많았고 질문이 산더미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1번부터 이야기했는데 하나라도 풀리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서 인물이 하고 있는 것에 집중을 해줬다. 그런데 오류가 났던 적이 있다. 사형장에 들어갈 때는 당당하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눈물이 너무 쏟아지는 거다. 감독님이 타박을 했는데 해보라고,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때는 정말 좀 조절을 했다.

▶ '명량' 당시에 맡았던 캐릭터가 왜군 와키자카 역이었다. 악역이 힘들었던 이유가 궁금하고, 그러면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된 건가.

- 연기가 상당히 괴로웠다. 일반적인 악역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인물이니까 힘이 들더라. 최민식 선배님은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데 거기에다가 감히 힘들다고 티도 못냈다. 가슴이 굉장히 많이 아팠다. 내가 원래 입이 방정이다. 김한민 감독님이 한 번 놀라오라고 그래서 사무실을 갔는데 시나리오도 안 나온 상태에서 데모 영상을 봤다.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더라. 그래서 내가 뭐라도 하겠다고 했다. 노 젓는 단역이라도 하겠다고. 내가 한 약속이 있으니 군말없이 하려고 했는데 일본말 해야 되니까 일본을 더 안 가게 되고, 머리를 깎으라고 하니까 당시에는 왜 그랬지 하면서 자료를 보기도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보고, 하여간 그랬다.

▶ 연극 무대에서 영화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까지 정말 차근차근 밟아 온 배우 중의 한 명이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배우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나.

- 연극을 할 때부터 똑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연극배우다. 그냥 연기를 보여주는 매체가 영화로 달라졌을 뿐이다. 라디오 드라마나 드라마 연기도 해봤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공간과 매체가 다를 뿐이지 그 고유한 속성은 똑같다. 물론 주연에는 상당히 많은 무게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인
것 같다. 같이 하는 동료들이 있고, 연기하는 정체성이 바뀌지 않으니까 그게 크게 작용을 못한다.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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