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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강국 자랑하는 한국의 투어, '예비일’ 없는 게 자랑은 아니다

2017-10-01 18:47

카이도제주오픈우승자이지훈.제주=손진현객원기자
카이도제주오픈우승자이지훈.제주=손진현객원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1일 오후 4시경 제주 크라운CC.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카이도 온리 제주오픈 with 화청그룹 최종 4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각.
이미 라운드를 마친 선수들도 있고, 그 시각 선두를 달리던 이지훈(JDX)이 9번 홀을 마치고 10번 홀 그린에 올라섰다. 이때 이지훈은 2위 그룹을 2타 앞선 선두였다.

그러나 그린에 물이 차서 도저히 라운드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이지훈이 이미 4라운드의 절반인 9홀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위원회와 주최측 등의 격론이 벌어졌다. 경기위원회는 9홀 이상 돌았기 때문에 72홀 경기를 마치는 게 이상적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비일이 없고, 대회장과 협의가 안 된 상태’라며 4라운드를 취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4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있더라도 라운드를 취소하는 게 규정 위반은 아니다. 투어디렉터는 프레지던츠컵 출장으로 대회 현장에 없었다. 결국 내부 회의 및 선수협회와의 협의를 거쳐 경기위원회가 4라운드 취소를 결정했다.

결국 3라운드까지 54홀 결과에 따라 이지훈이 쑥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크라운CC는 추석 연휴 ‘대목’을 맞아 2일에 이미 예약이 꽉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회 장소가 제주도였기 때문에 교통편이 항공밖에 없어서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일정을 변경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예비일 없이 무 자르듯 4라운드를 뚝 잘라서 우승자를 결정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한국투어의 현실은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서도 대회 기간 중 내장객을 받는 게 흔한 풍경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예비일을 챙기는 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이던 3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 대회 역시 제주에서 열렸다)이 1라운드를 폭우로 취소해 54홀 대회로 축소했고, 지난해 KLPGA투어 팬텀클래식은 연장이 오래 이어지자 라이트를 켜고 ‘야간 연장전’을 치러서 우승자를 가리기도 했다.

올해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역시 1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돼 축소 운영됐다. 이에 미국의 ESPN은 칼럼을 통해 “에비앙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인지, 에비앙의 프로모션 무대인지 알 수가 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악천후 때문에 경기 지연이 다반사인 환경 속에서 1개 라운드를 전격 취소하는 건 팬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라운드 취소 결정을 했을 때 '주최측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큰 소리 칠 일은 아니다. 팬보다 골프장의 눈치를 보고, 대회의 질 보다는 스폰서를 돋보이는데 집중하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서 끝내도록 대회를 강행하는 투어가 스스로의 품격을 자화자찬할 수 있을까.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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