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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우승을 위해 100억원을 포기한 케빈 듀란트

2017-07-04 12:07

NBA 우승을 위해 100억원을 포기한 케빈 듀란트
컴퓨터나 콘솔 게임기기로 미국프로농구(NBA) 게임을 하다보면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인공지능의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혹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나만의 '슈퍼 팀'을 만들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트레이드,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강제 트레이드'에 눈길이 간다. 게임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NBA의 '슈퍼 팀'은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다. 각 팀의 선수단 총 연봉 상한선, 샐러리캡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전력 평준화를 위한 장치다. 특정 구단이 최정상급 선수들을 긁어 모은다면 리그의 균형은 흔들린다. 구단주들은 늘 '슈퍼 팀' 구성을 원하나 제도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슈퍼 팀'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있다. 기량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가 자신의 연봉을 낮추는 양보를 하며 팀에 합류하는 것이다. 구단주 입장에서 '천사'처럼 보이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010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한 차례 '슈퍼 팀'이 구성됐다.

2003년 NBA 입단 동기인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는 웨이드의 소속팀이었던 마이애미 히트에서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고 NBA 규정이 허용하는 최대치(맥스, max)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마이애미에 합류하기 위해 첫해 연봉 기준으로 각자 2~300만달러씩 양보하기로 했다. 맥스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마이애미는 2010-2011시즌부터 4년 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마이애미가 '슈퍼 팀' 구성을 위한 선수들의 자진 연봉 삭감이 이뤄졌다면 2017년 여름에는 한 선수가 '슈퍼 팀'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연봉을 깎기로 했다.

그 주인공은 2017년 NBA 파이널 MVP 케빈 듀란트다.

ESPN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4일(한국시간)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은 케빈 듀란트가 원 소속팀이자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2년간 총액 5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5300만 달러는 한화로 약 608억원의 엄청난 금액이지만 케빈 듀란트의 가치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도 하다.

계약에 따르면 케빈 듀란트는 다가오는 2017-2018시즌에 약 2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그런데 듀란트의 전 시즌 연봉은 2650만 달러였다. 오히려 연봉이 줄어든 것이다.

케빈 듀란트는 리그 규정에 따라 다음 시즌 최대 3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약 900만 달러, 한화로 약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케빈 듀란트가 이처럼 스스로 연봉을 깎은 이유는 2016-2017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가 지금과 같은 전력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올해 잡아야 하는 FA가 많았다. 이미 스테판 커리와 5년간 2억100만 달러(약 2307억원)의 FA 재계약을 맺었다. NBA 역사상 최초의 2억 달러 계약이다. 안드레 이궈달라, 션 리빙스턴 등 핵심 우승 멤버들을 잡기 위해 쏟아부은 돈도 7200만 달러(약 826억원)에 이른다.

케빈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가 우승의 주역들과 재계약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연봉을 양보한 것이다. 만약 골든스테이트가 루디 게이와 같은 더 가치있는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려고 했다면 듀란트는 자신의 연봉을 더 깎을 수도 있었다는 미국 현지 보도도 나왔다.

케빈 듀란트는 1년 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떠나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듀란트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듀란트와 같은 슈퍼스타가 스테판 커리,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이미 최정상급 스타들을 보유했고 또 우승한 경험(2014-2015시즌)도 있는 강팀으로 이적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듀란트가 우승을 위해 너무 쉬운 길을 걸으려고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케빈 듀란트는 올시즌 NBA 파이널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상대로 평균 35.2점, 8.4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골든스테이트의 4승1패 우승을 이끌었다. 듀란트가 생애 첫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1년 전 그의 결정에 대한 비판도 많이 줄어들었다.

케빈 듀란트의 자진 연봉 삭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우승을 갈망하는 그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듀란트가 리그의 균형과 선수 구성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예전에도 선수가 팀 전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연봉을 낮추는 경우가 있었다. 과거 매직 존슨, 팀 던컨, 더크 노비츠키 등 여러 선수들이 그랬다. 그들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오래 뛴 프렌차이즈 스타였고 또 기량의 최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페이컷(paycut)'을 받아들였다.

물론, 케빈 듀란트가 앞으로도 계속 연봉 삭감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 듀란트의 계약은 '1+1' 계약이다. 내년 여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시 FA가 될 수 있다. 듀란트가 내년에 FA가 되면 4년간 총액 1억6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맥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는 올해 FA가 되는 주축 선수들의 재결합을 위해 '페이컷'을 받아들인 것이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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