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취재수첩]성은정의 ‘OB’는 그저 실수였을까

비씨카드 레이디스컵 최종일 18번홀 티샷 도중 갤러리 휴대전화 소리...연장전에서도 발생

2016-06-27 07:45

▲성은정(왼쪽)과그의캐디가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최종일18번홀러프에서볼을찾고있다.안산=박태성기자
▲성은정(왼쪽)과그의캐디가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최종일18번홀러프에서볼을찾고있다.안산=박태성기자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26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파72.65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 여고생 아마추어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은 72번째 홀에서 악몽을 겪으며 프로 무대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성은정은 이날 마지막 파5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13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2위와는 3타 차. 그는 2012년 김효주(21.롯데)가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4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자 탄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악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으로 날린 것이다. 성은정이 이번 대회 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처음으로 기록한 ‘OB’였다. 왜 하필 마지막 홀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을까. 물론 우승에 대한 심적 부담감 탓이었을 수도 있다. 그동안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최종 라운드 때 자주 보여준 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멘탈이 약한 선수들은 대개 막판 서너 개 홀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성은정은 그러나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는 순간까지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위기도 없었다.

성은정의 백을 멨던 이두호 씨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까지 성은정의 캐디를 세 번 했다는 그는 “(성)은정이가 그런 실수를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은정이가 스윙을 하는 도중 갤러리 중 누군가가 뒤에서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움찔했고, 그 때문에 실수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성은정이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과정에서도 갤러리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또 다시 실수가 나왔다고도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마니아리포트의 박태성 사진기자도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며 이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물론 성은정의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 18번홀 티샷이 OB가 된 후 벌타를 받고 다시 친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는데 그는 19도 유틸리티로 샷을 날렸다. 이 네 번째 샷이 그린 우측으로 밀리며 발목이 잠기는 거친 러프에 볼이 박혔다. 겨우 쳐낸 볼은 10m 전진하는 데 그쳤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캐디 이두호 씨는 “(성)은정이의 눈을 보니 평소와 달랐다.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했다”며 “그 상황에서는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공략하는 게 현명했지만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기에 클럽 선택과 스윙이 잘못 됐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마지막 홀에서 갤러리 분들께 좀 더 당부를 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성은정은 결국 연장전에서 패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17세의 여고생이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를 위로하는 캐디 이두호 씨에게 성은정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삼촌, 제가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올게요.”

성은정에 앞서 좀 더 성숙해야 할 건 우리의 갤러리 문화가 아닐까.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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