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경(26.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마지막으로 투어 무대를 잠시 떠나 있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언니 집에 머물며 휴식도 병행했다. 그는 “영어도 배우고, 여행도 즐기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는 등 재충전을 시간을 보냈다. 골프 외에 다른 세계에도 눈을 뜬 시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30회 한국여자오픈을 앞두고 만난 허윤경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밝았다. 지난주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복귀 후 처음으로 3일 내내 언더파를 스코어를 작성한 데다 4위라는 준수한 성적표까지 받은 덕이다.
허윤경은 “지난 2주 동안 제주에 머물며 연습량을 더욱 늘렸더니 예전의 샷 감각이 조금 회복됐다”며 “복귀 후에도 한동안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몸통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스윙 코치와 함께 샷을 점검하고, 다시 자신 있게 휘둘렀더니 아이언 샷이 살아났다”고 했다.
2010년 데뷔한 허윤경은 한 때 ‘준우승 전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2012년에는 준우승만 네 차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3년 자신의 60번째 출전 대회인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에는 2승(E1 채리티 오픈, 서울경제 클래식)을 추가했다. 그 해 김효주(21.롯데), 전인지(22.하이트진로), 김세영(23.미래에셋), 장하나(24.비씨카드) 등과의 경쟁 속에서도 김효주에 이어 상금 2위에 오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허윤경은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언제부턴가 무릎 보호대는 그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급기야 허리까지 아팠다. 결국 지난해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는 동안 제2의 인생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고민을 했다. 스물여섯이면 아직 한창인데다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또 다시 언제 몸이 망가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통증은 없지만 MRI 상으로 나아진 건 없다”고 했다.
“투어를 떠난다면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고민을 했죠. 미국의 골프 관련 시스템도 많이 보고 배웠고요. 우선 내년에는 꼭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에요. 향후 결혼 계획도 세워야 하고요.(하하)”
그렇다고 당장 ‘은퇴’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아직 선수로서의 열정은 뜨겁다. 그래서 지난주 성적이 더욱 뿌듯하다. 그린적중률 88.89%를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명품 아이언 샷’도 선보였다. 2주 전만 하더라도 올 시즌 네 차례의 스트로크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을 했고, 한 번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터였다.
이제 6개 대회를 치른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올 시즌 출발이 늦었지만 굵직한 대회도 아직 많이 남아 있고, 하반기에 대회 수도 많다”며 “‘이제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그러다 보면 (우승) 기회도 올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올해는 몸 관리를 잘해 끝까지 시즌을 마치겠다”고도 했다.
한편, 허윤경은 이번 한국여자오픈과 관련해 “코스 전장도 길고, 러프도 깊어 어렵다”며 “티 샷은 물론 두 번째 샷도 중요하다. 장타보다는 정확성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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