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계 사드 후작’이 만든 ‘악마의 홀’

2016-05-12 10:14

▲제5의메이저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열리는소그래스TPC는'골프계의사드후작'으로불리는피트다이의작품이다.이곳의파317번홀은선수들을괴롭히는것으로악명이높다.사진=PGA투어홈페이지캡처
▲제5의메이저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열리는소그래스TPC는'골프계의사드후작'으로불리는피트다이의작품이다.이곳의파317번홀은선수들을괴롭히는것으로악명이높다.사진=PGA투어홈페이지캡처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사드 후작은 금기와 저주의 대상이다. 사디즘(가학증)이라는 말도 그에게서 유래했다. 코스 설계가 피트 다이는 ‘골프계의 사드 후작’으로 통한다. 그가 설계한 코스는 수많은 벙커와 해저드로 무장한 것은 물론이고 페어웨이도 종이처럼 구겨져 있기 일쑤다. 이 때문에 볼을 페어웨이에 잘 보내고도 내리막 라이에서 샷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는 피트 다이가 설계한 곳이다. 매년 이곳에서는 제5의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올해는 12일 밤(한국시간) 개막한다. 이 대회는 상금 규모로만 따지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중 단연 으뜸이다. 올해 총상금은 무려 1050만 달러(약 122억원) 달러다.

1982년 이 코스에서 대회가 처음 열렸을 때 선수들은 좁은 페어웨이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 끝 모를 워터 해저드 등에 진절머리를 냈다. 벤 크렌쇼(미국)는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가 설계한 스타워즈 골프 같다”고 평했다.

이 코스를 더욱 악명 높게 만드는 건 파3 17번홀이다. 그린이 호수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 형태로 해마다 숱한 화제를 낳는다. 길이는 137야드(125m)에 불과하지만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공중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종잡을 수 없어 선수들에게는 ‘무덤’으로 통한다. 그린 앞뒤 길이는 23m, 좌우 폭은 16m다.

그린이 워낙 단단하고 거북등처럼 생겨 선수들은 “자동차 지붕 위에 샷을 하는 것 같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볼이 그린에 떨어지고도 멈추지 않아 물로 향하는 경우가 숱하게 발생한다. 날씨에 따라 샌드웨지부터 7번 아이언까지 다양한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

해마다 과연 몇 개의 볼이 물에 빠질지가 관심사다. 매년 평균 45.9개의 볼이 워터해저드로 들어갔다. 지난 2007년에는 93개나 호수로 들어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당시 한 라운드에서만 50개의 볼이 수장됐다. 이 또한 역대 최다다. 봅 트웨이(미국)는 2005년 3라운드 때 4개의 볼을 빠뜨리며 12타를 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40, 39, 44, 28, 54개의 볼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설계가인 피트 다이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17번홀에서 고통을 당하고, 갤러리들은 사방을 둘러싼 관람석에 앉아 그 광경을 즐기는 셈이다.

17번홀이 이처럼 유명하다 보니 연장전도 이곳에서 열린다. 연장전이 대개 마지막 18번홀에서 치르는 것과는 다르다. 2011년 최경주는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연장전에서 페이드 샷을 구사해 파를 잡아 우승을 낚았다.

한편, 올해 대회에는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버바 왓슨(미국), 그리고 리키 파울러(미국)까지 톱5가 모두 출전한다. 이 중 파울러만이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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