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터뷰]이일희, "미국 가길 정말 잘했다"

2014-12-25 11:57

▲이일희가지난24일서울중구이화여고의유관순기념관에서후배들에게선물을나눠주고있다.사진
▲이일희가지난24일서울중구이화여고의유관순기념관에서후배들에게선물을나눠주고있다.사진
[마니아리포트 유혜연 기자]이일희(26.볼빅)가 LPGA투어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일희는 지난 24일 모교인 서울 중구의 이화여고를 찾아 후배들에게 골프볼과 모자 등을 선물했다. 대강당에서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는 이일희는 "내년에 올 때는 이 친구들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골프용품 말고 정말 고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좋은 선물을 가지고 꼭 다시 찾아오겠다"며 웃었다.

행사를 마친 후 이일희를 만났다. 이일희는 국내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26일 미국 달라스로 건너가 내년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놀러 갈 계획 있냐는 질문에 "지금 놀고 있지 않느냐"며 웃었다.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만나는 일은 이일희에게 '노는 것'이었다.

지난해 데뷔 첫 승을 달성한 이일희는 올해 아쉽게 두 번째 우승 기회를 놓쳤다. 지난 11월 열린 미즈노 클래식에서 이미향(21.볼빅), 고즈마 코토노(일본)와의 연장 5차 접전 끝에 패했다. 이일희는 "연장 2차전에서 긴 파 퍼트를 넣었을 때 '내가 우승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차전에서 (이)미향이가 세컨드 샷을 핀에 붙이는 걸 보고 미향이의 우승을 직감했다"고 돌아봤다.

당시 이일희는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일희는 보통 대회가 끝나는 일요일 밤에는 생각이 많아져 1~2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일본 선수에게 우승을 뺏기지 않고 미향이가 우승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고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런데 내가 실수했던 것들이 자꾸 떠올라서 일주일동안 잠이 안오더라"고 말했다.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일희는 "연장전 경험으로 정말 많은 걸 배웠다"며 "무작정 목표를 높게 잡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년 성장하고 있고 올해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데뷔 첫 해 상금랭킹 88위로 시작해 지난해 24위까지 꾸준히 상금랭킹을 끌어올렸다. 올해 우승 없이 37위(50만1146달러)에 머물렀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이일희가인터뷰를하고있다.사진
▲이일희가인터뷰를하고있다.사진

이일희는 자신만의 골프를 한다. 느낌대로 스윙하고 게임하듯 플레이한다. 이일희는 "나는 레슨을 정말 못 한다.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평소와 같은 느낌으로 스윙했는데 구질이 달라지면 그 원인을 신체에서 찾는다. 스윙을 교정하는 게 아니라 약한 부분의 근력을 키운다"고 했다. 또 "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코스가 좋다. 똑바로만 치는 코스는 재미 없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투어 6년차에 접어드는 이일희는 "투어 생활이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데뷔 초 힘들었던 기억이 늘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자신 하나만 믿고 혼자 낯선 미국 땅에 발을 들인 이일희는 당시 600달러만 손에 쥔 채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차 렌트 비용이 부족해 땅바닥에 주저 앉아 펑펑 울기도 했고 집 구할 돈이 없어 연습장에서 낯선 사람에게 무작정 말을 걸어 신세 좀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숙박비는 레슨으로 대신했다. 집을 구한 후에는 투어 비용이 부족해지면 가구를 하나씩 팔아 충당했다.

이일희는 "집이 넉넉하지 않아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가 없었다. 막막했다. 당시에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가격을 깎는 것도 못했다. 그 땐 정말 힘들고 무서워 골프채를 끌어 안고 잤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든든한 스폰서도 있고 최근 달라스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있다"며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현재의 모든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지금 정말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다. 미국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계 훈련은 최나연(27.SK텔레콤)의 집에서 할 계획이다. 이일희는 "작년에는 나연이가 우리 집에 왔었는데 올해에는 제니퍼 송, 김송희 등과 함께 나연이가 사는 올랜도로 간다. 만약 집이 붐비면 가까이 사는 제니퍼의 집에서 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내년 목표는 무엇일까. 이일희는 "올해 내가 정말 많이 성장한 걸 느낀다"며 "원래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상반기에 1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r201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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