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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좋은 친구들'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간 이유는

2014-06-26 12:30

영화좋은친구들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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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들이 흔히 하는 충고에는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좋은 친구들’을 보면서 떠오른 충고 중 하나는 배우자로 염두에 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산에 올라가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로 주라는 것이다.

세 친구 사이의 의리와 의심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좋은 친구들'은 욕심과 선의로 시작된 일이 의도치 않게 비극적 사고로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왔던 세 친구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범죄드라마다.

메가폰을 잡은 이도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설화집 '태평광기' 161권 의기 중 파경을 바탕으로 세 인물의 관계를 구성했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가 어린 시절부터 뭉쳐 다닌 '불알 친구' 현태, 인철, 민수로 분했다. 세 친구는 돌아가신 친구 부모의 제사를 잊지 않고 챙겨주고 부모와 관계가 소원한 친구 대신에 병든 친구의 아버지를 수시로 찾아가 보살펴줄 정도로 끈끈한 의리를 과시한다.

하지만 성격과 직업은 제각각이다. 119구조대인 현태(지성)는 강직하나 융통성이 없는 성격으로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부모의 직업을 못마땅해 하는데 언어장애인인 자신의 아내를 엄마(이휘향)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부모와 절연한 상태다. 세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단란한 가족을 꾸린 인물로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대기업 보험사 직원인 인철(주지훈)은 적당히 속물근성을 가진 인물로 허세가 있고 야망도 크다. 하도 씀씀이가 커 월세도 못 내면서 작은 집으로 이사할 생각이 없고,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여자와 의미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세 친구 중 가장 능력이 없고 마음도 약한 민수(이광수)는 음료수를 어딘가 납품하면서 술을 벗 삼아 작은 골방에서 살고 있다. 현태가 아직도 머리를 툭툭 때리면서 한심하다고 놀리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태의 도움을 받는다.

여기서 문제의 발단은 어느 정도 속물근성을 지닌 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바로 불법 오락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화재보험금 10억 원이 탐이 난 현태의 엄마와 그런 엄마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인철이 어수룩하나 믿을 수 있는 민수를 끌어들여 보험사기를 작당하면서다.

하지만 민수는 이날도 술이 취한 채 나타나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 설상가상 누구나 극단적 상황에 처하면 상대를 의심하게 되는데 현태의 엄마도 예외가 아니게 되면서 비극적 상황에 처한다.

일을 꾸밀 때만 해도 인철은 아무도 손해 보지 않은 게임이라고 봤다. 현태의 부모가 오락실을 정리하면 친구와 부모의 관계는 호전될 것이고, 친구의 부모는 은퇴자금을 두둑이 챙길 것이며, 그 은퇴자금의 일부를 인철과 민수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꿨으나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세 친구의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진실을 모르는 현태는 부모의 범인을 잡겠다고 나서고 사건을 도모한 인철은 자신을 의심하는 보험사 직원 등의 눈을 피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민수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좋은 친구들은 오락적 장치나 화려한 기교 없이 진득하게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잘 만든 범죄드라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밑바탕에 깔려있어 모든 인물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세 친구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영화는 덫에 빠진 인간들의 몸부림을 통해 우리네 삶의 비극성에 주목하게 만들며, 과연 이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곱씹게 한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는 진짜 불알친구로 보인다. 지성은 신뢰감을 주며, 주지훈은 놀랍도록 얄미우면서도 결국에는 연민을 자아내는 야누스적 매력으로 때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크린을 장악하며, 이광수는 '런닝맨의 기린' 따위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세 친구가 중학교 졸업식 날 그들만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겨울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때도 진중한 현태와 달리 인철은 허세를 떨면서 민수를 괴롭히고 민수는 자신과 놀아주는 두 친구를 위해 놀림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수가 눈길에 미끄러져 추락하면서 세 친구는 목숨이 오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의식을 잃은 민수와 달리 현태와 인철은 그야말로 '시험'에 들게된다.

특히 동상에 걸린 현태는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인철의 부재를 확인하고 의심과 갈등에 휩싸인다. 이 사건은 결국 세 사람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해주나 현태는 그때 품었던 의심과 갈등을 저 내면 깊숙이 숨겨두고 있다가 다시금 꺼내든다.

인철은 쉽게 신뢰하기 힘든 인간이나 희한하게 두 친구에게만은 진심을 다한다. 하지만 인철은 타인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준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다.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지키나 그 우정은 자신과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지닌 두 친구에게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 오히려 최악이다.

이미 발생한 일은 어쩔 수 없다면, 그 일을 어떻게 매듭짓는지가 인간관계를 결정짓는 열쇠일 것이다.

세 친구의 우정이 금이 간 것은 두 친구가 너무 쉽고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범죄를 모의한 것이지만 더 악화시킨 것은 그 사건 이후 해결법이 정말로 상대를 위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배신당할 일은 적겠지만 공허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CBS노컷뉴스 신진아 기자 jashin@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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