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신인 계약금, '일괄 책정'만이 정답?

신인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선수 저평가'로 이어져

2014-01-09 23:47

▲지난2014신인지명회의에서2차우선지명으로선발된선수들.사진│김현희기자
▲지난2014신인지명회의에서2차우선지명으로선발된선수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8일, 삼성 라이온스가 ‘2014 신인지명 회의’에서 선발한 선수들과 계약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모든 신예들이 정식으로 자신의 소속 팀을 찾게 됐다. 그런데 이번 신인 계약을 돌아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지난해 정규시즌 상위권을 형성한 2팀(삼성, LG)이 다른 팀보다 늦게 계약 완료 사실을 발표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두 팀이 다른 8팀에 비해서 계약금 규모가 월등하게 높은 것도 아니었다. 이는 일부 선수들과 계약을 조율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렸음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선수들 중에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전지훈련’에 내심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계약서에 사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의 ‘본격적인 주전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다만, 계약금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각 구단이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투자에 많이 인색해졌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신인들의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라는 평가 속에 ‘즉시 전력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 전체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조금 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도 지닐 법하다.

신인 계약금,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결국 ‘각 라운드별 지명자’에게 일괄적인 계약금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신인 계약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본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비용은 경제적 효익을 발생시키지 않고 소멸한다는 특징이 있는 반면, 투자는 현금의 흐름이 경제적 효익을 발생시킴을 의미한다. 결국, 각 구단이 선수에게 수여하는 연봉이나 계약금을 투자로 보느냐 비용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운영 방식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비용으로 볼 경우 연봉은 ‘써서는 안 될 돈’이 되기 때문에 총 규모가 낮을수록 좋은 것이며, 투자로 볼 경우에는 이를 통하여 얻어지게 될 유/무형자산이 구단에 그대로 돌아온다고 보기 때문에 규모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생각보다 급료를 많이 올려준다.’라는 평가를 받는 팀은 선수들에게 ‘투자’한 연봉이 경제적 효익이 되어 그대로 소속팀에 돌아온다는 가정을 세울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회계학적으로 살펴본다면, 선수들의 연봉 가치 평가를 손익계산서 내에 포괄 손익으로 반영하는 셈이다(주 : 포괄 손익이란 현재에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손익으로 국제회계기준에 의거하여 당기순손익과 함께 손익계산서에 합산되어 구현된다).

물론 구단들도 할 말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에게 거액을 투자한 대가가 너무 컸다는 점을 예로 든다. 실제로 연고지 우선 지명이 되었건, 전면 드래프트가 되었건 간에 거액을 받은 신예들이 100%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는 부상으로 2군을 전전했던 이들도 있고, 입단하자마자 그 해에 바로 은퇴한 이도 있었다. 현재 계약금 수준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어낸 ‘최적의 대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전면 드래프트 이후 현재와 같은 계약금 수준이 정착되면서 ‘A급’ 신인들을 영입하기 위한 계약금 과열양상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러한 방침이 당장 경영성과에는 영향을 미칠지 모르나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초/중/고교 시절 열심히 치고 달리고 던져도 프로에서는 예전과 같이 신인들을 평가해 주지 않는다.’라는 실망감 속에 야구를 하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팀들도 정작 FA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수많은 실탄을 들고 달려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적정가격’ 이상으로 몸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메이저리거급 외국인 선수에게는 이적료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인 효익(여기에서는 성적)’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결국 비효율적인 투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거액의 투자가 시즌 직후에는 ‘비용’으로 전환되어 막대한 손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러한 금액 중 단 10% 수준만 신인 투자로 전환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참고로 올해 신인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연봉을 합산하여 구단당 평균 4.2억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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