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LB인사이드]오심에 대한 접근방식

한국 오심 심판 가혹한 형벌…미국은 징계 거의 없어

2013-06-20 09:16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메이저리그 경기를 관전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국내 프로야구 심판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다. 하루에 15경기씩 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메이저리그는 오심이 자주 벌어진다. 최근 넥센-LG전에서의 2루심 박근영 심판의 오심은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고 약과다.

지난해 5월2일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루 땅볼을 치고 1루로 질주한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는 완벽한 세이프였다. 1루수 토드 헬튼의 발은 베이스와 무려 1m나 떨어져 있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조장인 팀 웰키(29년 베테랑이다)는 버젓이 아웃을 선언했다. 박근영처럼 웰키 심판의 위치가 나빴던 게 아니다. 순간적으로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확실한 세이프를 아웃으로 선언한 것이다. 당시 다저스가 1-2로 리드당하고 있었고, 2사에 주자 1,2루가 되는 상황이었다. 박근영 심판의 오심이 더욱 곤혹스럽게 된 것은 브랜든 나이트가 곧바로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대패를 했다는 점이다. 다저스와 로키스 경기는 로키스가 8-5로 승리했다.

웰키는 이 오심으로 메이저리그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항상 오심이 날 때마다 KBO의 심판위원장은 팬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야구판정이 재발방지를 약속한다고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판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심을 줄일 수는 있어도 나오게 돼 있다. 여기서 한국과 미국의 접근방식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심판이 오심했다고 MLB 사무국(조 토리 전 감독이 책임자)으로부터 징계 등의 제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을 오심으로 무산시킨 짐 조이스 심판에게 어떤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대기록을 심판의 오심으로 무산됐다면 그 심판은 이민가야 한다.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 징계는 불가피해진다. 여론이 워낙 나쁘기 때문이다. KBO는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심판 징계를 내린다. 우선 언론이 집요하게 오심건을 물고 늘어져 사건을 확대 재생산시킨다. 미국은 오심에 대한 제도적인 점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에 KBO는 박근영 심판을 2군으로 강등시키면서 추가징계는 없다고 밝혔다. 출장정지나 벌금 제재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2군 강등 자체가 징계다. 박근영 심판은 두고두고 오심의 불명예를 달고 다니게 된다. 사실 오심에 대한 징계는 당사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이미 인터넷과 TV를 통해 심판의 오심이 다 보도됐다. 그런데 여기에 징계를 가한다면 너무 가혹한 형벌이 된다.

메이저리그는 올해 보기 드물게 펠딘 컬브레스 심판에게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컬브레스는 메이저리그 16년 경력 소유자다. 2경기 출장정지였다. 출장정지는 연봉을 날짜로 계산해 이틀치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징계는 오심 때문이 아니었다. 룰 적용을 잘못해서다. 지난 5월10일 미뉴메이드파크에서 벌어진 LA 에인절스-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이 발단이었다. 보 포터 초짜 감독이 원인제공자였다.

애스트로스 포터 감독은 7회 초 구원 좌완 웨슬리 라이트를 기용했다. 그러자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대타로 우타자인 루이스 히메네스를 내세웠다. 룰 3.05(b)에 따르면 투수는 아프거나 부상이 없는 한 한 타자를 상대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포터는 다시 우완 엑터 앰브리스를 불렀다. 소시아 감독이 당연히 항의를 할 수 밖에. 투수 라이트는 무조건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앰브리스로 교체된 게 잘못이었다. 구심 컬브레스와 3명의 심판들이 룰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3명의 심판들은 벌금 제재를 받았다.

우완이 나오자 에인절스 소시아도 좌타자 스캇 커즌스로 대타를 바꿨다. 소시아 감독의 항의로 경기가 한참 지연됐다. 커즌스는 플라이로 아웃됐다. 6-5로 에인절스가 이긴 이날 경기는 무려 4시간 7분이 소요됐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심판이 징계를 받은 경우는 커브레스와 지난해 봅 데이비슨, 2007년 메이저리그 골통으로 통했던 밀튼 브래들리와 언쟁이 붙으면서 수습에 문제점을 보였던 마이크 윈터스 등이었다. 데이비슨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 1경기, 윈터스는 2경기출장정지를 제재 받은 게 전부다.

메이저리그는 심판만 돼도 노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활이 보장돼 있다. 연봉만 차이가 있을 뿐 이동, 호텔 투숙 등은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똑 같은 대접을 받는다. 메이저리그는 한 조에 4명씩 17개조로 구성돼 있다. 국내는 보통 5명이 함께 이동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경기장 감독관이 전 구장에 배치돼 심판의 판정을 비롯해 당일 경기를 모니터한다. 메이저리그는 ‘심판 옵저버’라고 해서 10명이 광역단위로 파견돼 경기모니터를 한다. 예전 LA 다저스 감독을 지낸 빌 러셀도 LA/애너하임 지역의 옵저버로 활동하고 있다. 옵저버들은 감독, 코치, 선수, 심판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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