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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백스톱]한국과 미국프로야구의 번트 차이

한국은 타순에 관계없이 필요하면 번트 지시, 메이저리그는 달라

2013-05-10 16:01

[문상열의 백스톱]한국과 미국프로야구의 번트 차이
[마니아리포트 문상열]국내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내기번트다. 국내 프로야구 타자들은 번트에 모두 능하다. 번트 전문인 톱타자에서부터 4번 클린업 히터까지 감독의 지시만 나오면 번트를 댄다. 삼성 이승엽도 번트 대는 것을 보고 놀랐다. 번트를 실패할 경우 선수는 일단 관전평을 쓰는 전직 야구인과 기자들에게 비난을 면치 못한다. 야구의 기본인 번트도 대지 못한다는 질책이 따른다. 하지만 번트가 매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펜스의 하나로 본다.

메이저리그는 타자의 역할이 구분돼 있어 중심타자들은 번트를 지시해도 실패하기 일쑤다.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내내 번트를 한번도 대지 않은 타자에게 이런 지시를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번트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번트에 대한 훈련량이 적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훈련시간이 워낙 길어서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번트를 잘댄다. 일단 훈련량에서 차이가 있고, 타자의 역할이 다르다. 기아 최희섭에게 번트를 대보라고 해도 이를 잘 수행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번트에 대한 감독, 선수, 팬들에 대한 기본 시각이 국내와 확연하게 다르다. 중심타자에 대한 번트는 선수에게는 자존심 문제이고, 팬들도 3번이나, 클린업히터에게 번트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을 구경하는 것은 호쾌한 스윙을 보려는 것이다. 설령 월드시리즈 7차전이라도 중심타자에 대한 번트는 없다. 야구의 ‘불문율(Unwritten Rule)’에도 중심타자에게는 ‘번트를 지시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26일(한국시간) 류현진이 등판한 LA 다저스-뉴욕 메츠전에서 양 팀 모두 번트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서 번트상황이라 함은 초반이 아닌 경기 종반이다. 먼저 메츠에게 번트 기회가 왔다. 1-1로 균형을 이룬 8회 말 선두타자인 루벤 테하다가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2번 대니엘 머피가 볼넷을 얻었다. 무사 1,2루. 홈팀이고 8회말 동점상황이라 무조건 번트 상황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번트보다는 강공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번트다. 하지만 테리 콜린스 감독은 3번타자 데이비드 라이트에게 평소와 같은 강공을 택했다. 라이트에게 번트를 지시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라이트는 다저스 구원 켄리 잰센의 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했다. 4번 루카스 두다는 짧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5번 말론 버드 역시 삼진의 제물이 됐다. 무사에 주자를 두 명 두고 빈손이었다.

국내 관전평자라면 번트를 대지 않은 이 상황을 분명히 짚고 넘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다저스와 메츠전은 메이저리그 야구가 아닌가. 사실 이런 때는 ‘한국식’이 승리를 위해서는 좋다. 메이저리그 팬들도 이런 상황에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저스 역시 9회 초 번트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2번 닉 푼토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다음 타석에는 3번타자 애드리언 곤살레스였다. 돈 매팅리 감독도 콜린스 감독처럼 팀에서 타격이 가장 좋은 3번타자에게 번트 지시는 하지 않았다. 다행히 곤살레스의 타구는 빗맞으면서 1루수쪽으로 굴러가 진루타가 됐다. 이 상황에서는 좌타자이기 때문에 매팅리 감독이 굳이 번트를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풀리려면 우측 진루타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다저스는 이어 맷 켐프가 고의4구로 출루한 뒤 안드레 이티어가 우중간 적시타, 후안 유리베가 내야안타로 2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만약 메츠와 다저스의 무사 기회가 7번 타자와 맞닥뜨렸다면 콜린스, 매팅리 감독도 번트 작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3번 타자이기 때문에 번트보다는 강공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메츠는 득점을 얻는데 실패했고, 다저스는 연속 적시타가 터져 류현진의 호투가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빛이 난 경기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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