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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원 팁'으로 거듭나야 투지도 생긴다"

2017-10-18 06:00

한국 축구가 위기다. 아시아 축구 최초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새 역사를 썼지만 많은 축구팬은 뜨거운 환영이 아닌 날이 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통해 3회에 걸쳐 한국 축구가 처한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 유럽 원정 평가전 2경기를 마치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머물 베이스캠프를 둘러본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신태용 감독의 입국이 예정돼 있었다.

공항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이른 시간부터 대기하며 둘의 입국을 기다렸다. 그러나 B게이트를 통해 나올 예정이던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나지 않았다. 그들은 기자회견까지 취소하고 공항 맨 끝에 위치한 F게이트를 통해 공항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공항에는 한국 축구에 실망감을 느낀 팬들이 '한국 축구는 사망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상황.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안전을 고려해 공항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오후에 축구회관에서 진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떳떳했다면 피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은 팬들의 목소리를 피했다. 어쩌면 듣기 싫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현재 한국 축구는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아시아의 맹주'로 불리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계속된 졸전과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축구를 향한 팬들의 관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전 국가대표 감독, 2002년 멤버 김병지, K리그 베테랑 사령탑 김학범 감독에게 현재 한국 축구에 대한 처방을 물었다.

[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 신태용 감독에게 붙은 '물음표'…"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과거 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A 감독은 협회가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 감독은 "월드컵은 정상급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다. 경험이 부족한 신 감독은 제2의 홍명보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물론 히딩크 감독이 오더라도 월드컵 4강 재연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이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과 함께 월드컵에 출전해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며 배웠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협회 역시 신 감독에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감독직을 지금부터 보장해주면서 장기적인 투자로 감독을 키워줘야 한다. 한국 축구는 이제 젊은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과정은 오히려 젊은 지도자를 죽이는 것이다. 방법이 있는데 왜 협회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모로코전에서 변형 스리백을 썼다. 하지만 러시아전(2-4 패)에서 자책골 2골을 포함해 4실점했고, 모로코전(1-3 패)에서도 3실점했다. 러시아와 모로코 모두 최상의 멤버가 아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한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 SPOTV해설위원은 "이번에 대표팀이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공격적인 전술을 쓰면서 스리백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쓴 전술과는 깊이가 다르다. 우리는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라며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측면 자원이 없다고 너무 무리해서 전술을 진행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광주FC 김학범 감독도 "대표팀이 지지 않기 위해 이상한 스리백 전술이나 가져다 쓰는 모양새가 됐다"며 "사실 '변형 스리백'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전술이 아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발을 맞춰야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며칠 만에 그 전술을 소화한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 "숨기 급급한 협회, 대표팀에 아무런 도움 주지 못해"

[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무능한 축구협회의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김호곤 부회장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과 함께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자 신임 기술위원장에 올랐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 논란과 함께 히딩크재단 측 제안에 대한 말 바꾸기로 질타를 받았다.

김학범 감독은 협회의 무능함이 신 감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호곤 위원장은 현장에 있는 축구계 인사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정몽규 회장이 축구를 얼마나 알겠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옆에서 조언을 해줘야 하는데 그냥 '예스(yes)'만 반복하고 있다"며 "협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뒤에 숨기에 급급하니 신 감독 혼자 총알을 다 맞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 감독은 대표팀 훈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협회의 무지를 지적했다.

A 감독은 "현대 축구는 속도와 전쟁이다. 모로코만 보더라도 패스가 우리보다 1.5배는 빨랐고 공격 템포 역시 빨랐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이 다른 리그에 비하면 모든 부분이 떨어진다. 우리가 약해진 게 아니라 상대가 강해졌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훈련 프로그램 보완 등을 앞장서서 해줘야 하는데 전혀 못 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지 해설위원도 "현재 대표팀의 조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라고 꼬집고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은 2002년 이후 엄청난 변화를 단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축구는 인프라는 좋아졌지만 나머지 부분들이 정체에 빠졌다. 유소년 정책을 비롯해 축구 전반적인 부분이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 투지 실종된 대표팀?…'원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 급선무

[위기의 한국축구③] 전 국대 감독 등 선배들의 처방은?
대표팀 선수들의 수준은 2002년을 기점으로 분명히 높아졌다. 국내선수가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해외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를 이룬다. 활동하는 무대 역시 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계속 떨어지는 실정이다.

'원 팀'으로 묶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전과 같은 투지가 보이지 않는 구조가 됐다.

김병지 해설위원은 "지금 대표팀 선수들의 투지가 실종됐다는 부분에 매우 동감한다"고 말문을 열고 "투지라는 것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각각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기는 것이 투지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부 남이다. 대표팀을 위해서 뛰지만 선수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중국, 유럽, 국내파가 다 따로 얘기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학범 감독도 궤를 같이했다. 그는 "팀이 하나로 거듭나야 투지도 생겨난다. 선수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흐름을 읽고 뛰는 것과 그냥 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2위까지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중국(57위)에 뒤졌다.

김병지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없어졌다.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맞붙은 벨기에는 세계 정상급 팀이 됐다. 그런데 한국은 피파랭킹 50위권(현 62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게 한국 축구의 현주소"라고 아쉬워했다.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snowba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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