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성은 2005년 한국프로골프(KPGA)에 입회한 베테랑으로, 2009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해서 현재 일본을 주 무대로 활약 중이다. JGTO 통산 4승을 올렸다.
프로골퍼, 특히 해외무대에서 뛰는 선수는 그곳에서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김형성은 왜 그 소중한 에너지를 쪼개서 주니어 대회를 후원하게 됐을까. 지난 3일 김형성을 직접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누구나 ‘꿈나무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투어, 그리고 PGA투어 대회를 경험해 보니 그들이 주니어 골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게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니어 골프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스폰서 관계자 분들이 이런 내 생각을 밝혔을 때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그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그래도 현역 투어프로인데, ‘이럴 에너지와 돈이 있으면 내가 우승 한 번 더 하는데 신경 쓰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스폰서가 나에게 주는 돈이 다 내 돈이 아니다. 일본과 미국 선수들 중에는 직접 주니어 대회를 여는 선수들이 꽤 있다. 그들을 보면서 벤치마킹을 했고, 조언도 구했다.”

김형성 프로는 주니어 때 어떤 선수였나.
“나는 늦은 나이(16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축구를 하다가 아버지의 조언으로 골프로 종목을 바꿨다. 사실상 주니어 시절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또 대학을 잠깐 다니다가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군대에 갔다.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것도 늦은 나이였다. 그땐 자격지심 같은 게 더 많아서 ‘누가 나를 도와주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많은 도움을 받았더라. 연습장도 제공받고, 스폰서 구하는 것도 주변에서 도와 주시고. 그런 걸 어릴 땐 몰랐다.”
언제쯤 그런 게 보이기 시작하던가.
“일본 진출 후 주니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 뒤에서 이렇게 준비하고 노력하는구나 싶더라. 또 일본 스폰서사의 전폭적인 믿음을 받으면서 주니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들게 됐다.”
어떤 믿음을 받았길래.
“한국과 일본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선수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는 스폰서사가 선수를 얼마나 전폭적으로 믿어주느냐 같다. 내가 일본 의류업체인 파리게이츠의 후원을 10년째 받고 있는데, 7~8년 전쯤 어깨 부상을 당해서 상금랭킹이 60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파리게이츠 사장님이 불러서 식사를 했다. 나는 성적이 떨어졌으니 계약금이 깎이거나 다른 선수로 바뀌겠구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뭐 힘든 일이 있나. 계약금이 적어서 힘든가’라며 계약금을 올려줬다. 일본투어의 특징이 그렇더라. 스폰서가 한 번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선수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선수는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 신뢰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니어 대회를 열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인가.
“최근 최경주 재단 초청을 받고 동계훈련을 함께 했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널 응원한다, 믿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대회를 열면서 후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성적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을 것 같다. 우승도 없었고.
“일본 진출 후 4년간 해마다 우승을 했는데, 작년엔 우승도 없었고 상금랭킹은 30위권(29위)이었다. 스윙도 망가졌고, 한국에서는 나이도 든 선수가 정신이 딴 데 팔린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좋아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그렇게 안 좋은 컨디션으로 상금 30위 안에 든 게 더 대단하다’고 말해주더라.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말 해준다는 게 고마웠다. 주니어 선수들한테도 딴 건 몰라도 ‘잘 했다’고 칭찬해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최경주 프로께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주니어 대회를 여는 게 다른 사람들 위한 것 같지만, 결국은 너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그 말이 정말 맞다. 주니어 후배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훈련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올해 37세가 됐는데, 롤모델 최경주 프로처럼 오래 투어프로 생활을 하는 게 목표인가.
“물론이다. 이번 대회 개최가 밑거름이 돼서 한국에서 남자 골프는 인기 없다는 인식도 바꿔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타가 나오면 투어도 커지고, 골프도 더 인기 얻고 발전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자 주니어 골퍼들 숫자가 해마다 너무 많이 줄고 있다고 한다. 주니어 꿈나무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게 궁극적으로는 골프가 더 잘 되는 일이고, 나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다. 주니어 대회를 준비하고, 동계훈련을 열심히 치러 내면서 나도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골프가 재미있어지고 시합에 나가는 게 재미있다는 느낌이 돌아왔다. 그래서 올해가 더 기대가 된다.” /kyong@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